새 학기 맞이 준비하기-학급일지
그래서 저는 올 한해 동안 에듀콜라에 제가 6학년 아이들과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부족함 많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을 교실의 이야기지만 여러분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새학기 맞이 준비 중 한가지인 학급일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새학년 발표가 나면 제일 먼저 이사와 청소를 하고 교실정리가 어느 정도 끝나고 나면 제일 먼저 학급일지를 만듭니다. 학급일지를 만들면서 아이들 이름도 익히고 1년을 어떻게 보낼까라는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어서 의식을 치르듯이 1권의 책을 만들곤 합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지금까지의 학급일지를 모아보니 저의 6년이 6권의 책에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신규발령이 났을 때 학급일지를 만들어서 기록을 잘 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많이 들었지만 학급일지를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어려움을 느꼈었습니다. 하지만 막연하다고 아무것도 안할 수 없는 노릇!
제일 처음에는 신규교사 연수 때 받은 다이어리를 학급일지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이어리에는 월간, 주간 일정을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이곳에다가 쓰면 되겠다라는 생각에 6개월간 기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쓰다 보니 생기는 불편함.
1. 쓸 내용은 많은데 공간이 부족하다.
2. 1장의 종이에 하루 일과가 드러났으면 좋겠다.
3. 우리반 아이들의 행동들이 시각적으로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학급일지를 만들어서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학급일지의 형태를 참고하기 위해서 인디스쿨 자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몇 개의 자료를 참고해서 학급살이와 수업, 업무를 다룰 수 있을 것 같은 틀을 만들었습니다. (올해 만든 양식과 전담 일지양식은 같이 업로드 하겠습니다^^)
일단 양식을 만들어서 필요한 양과 내용이 들어가게 양면 출력을 하고(제본 공간을 생각해서 양면출력했을 때 같은 공간이 비어있도록 정렬을 해주는 것이 좋아요.) 그 출력물을 복사집에 들고가서 2,000원 정도를 내고 스프링 제본을 합니다. 두 번 정도는 학교에 있는 제본기를 사용해 보았는데 플라스틱 제본링은 강도가 약해서 쉽게 종이가 빠지거나 찢어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처럼 험하게 다루시는 분들은 돈을 쓰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6년을 써보았습니다. 공개적인 곳에 올리려다 보니 쓴 내용들이 모자이크 때문에 뭘 어떻게 썼는지를 보여주기가 참 어렵네요.
1. 정말 가득가득 씌여져있던 3월의 어느날. 왼쪽에는 매일매일 어떤차시의 수업을 했는지 대략적으로 정리 되어있다. 1주전에 다음주 수업을 준비하면서 일지에 차시 주제를 쓰고 교과서 내용을 살펴서 구체적인 수업과정을 잡는다. 오른쪽의 가득 되어있는 모자이크에는 그날 학생들간에 있었던 문제와 그것에 대한 지도결과를 적었었다. 이런 내용들이 좀 쌓이면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문제들이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의 형태를 가지고 분석하기가 쉬웠다.
2. 2012년에는 양식을 좀 바꿔서 해봤었다. 여학생들끼리 다툼이 있었던 이야기도 있고, 왼쪽의 날에는 시력검사를 했었다. 시력검사 결과도 일지에 씌여있다. 가정통신문이나 독서록, 일기 등에 대한 기록도 있다. 이 양식을 1년밖에 안썼던 이유는 수업에 대한 부분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었다. 공간이 작아지는 만큼 수업에 대한 생각을 가져가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1년만 쓰고 이전에 쓰던 방식으로 돌아갔다.
3. 체육전담 첫해. 요일마다 거의 동일한 학년, 차시의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수업계획 공간이 한차시 분량만 간단하게 흐름을 적을 수 있도록 하였다.
4. 전담 2년차. 도덕수업도 있었고, 반마다의 상황 때문에 똑같은 차시를 꼭 진행하는 것이 아니었던 전해를 돌아보며 수업공간이 두배로 늘었다. 같은 업무를 2년째 했기 때문에 업무관련 공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전담 2년을 하면서도 일지를 꾸준히 쓰긴 했지만 아이들과 꾸준하게 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수업과 업무 내용을 제외하면 큰 필요성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담임으로서 쓰는 학급일지는 1년 동안 아이들과 어떻게 지냈는지가 비교적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한 장에 하루의 모습들이 남아있다보니 생기부에 학생 생활을 입력할 때 수월하게 입력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2016년도 학급일지를 만들기 위해 이전 일지를 살펴보면서 아쉬움으로 남았던 것은 아이들과 함께한 좋은 기억은 기록으로 남기지 않고, 문제가 있었던 점, 사건 사고들이 중심으로 남아있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사실 하루 동안 있었던 내용을 학급 홈페이지에 간단하게 사진과 글로 남기곤 해서 쓸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학년이 다 끝나고 나면 저에게 남는 것 중의 하나가 학급일지인데 좋은 기억보다는 힘들었던 기억이 깊게 남아있어서 다시 열어보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올해는 단순히 사건, 사고에 대한 기록도 중요하겠지만 아이들과 있었던 좋았던 일들, 행복한 이야기들도 더 많이 씌여졌으면 합니다.
저에게 학급일지 만들기는 우리반 한해살이 잘 하게 해달라는 기도와도 같은 행동입니다.
여러분의 첫 학급준비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남은 일주일 너무 무리하시지는 마시고 충분한 휴식과 준비시간 가지셔서 3월 첫 시작 즐겁게 시작하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