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가꾸는 시 쓰기?!
작년 말에 같이 글쓰기 공부를 하는 선생님께서 학급 시집을 묶어서 선물로 주셨습니다. 학급 문집을 만드는 것도 큰 일인데 시만 모아서 학급 아이들과 엮으신 것을 보고 많이 놀랬습니다. 꾸준히 시 수업을 하셨다고는 들었지만 그것이 한권의 시집으로 나오고 그 안의 시들도 참 마음에 드는 시였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시는 국어 수업 중에 1~2시간 정도 아이들한테 주면 나오는 것. 글쓰기보다는 부담이 없어서 아이들도 적당히(?)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에는 시를 지도한다기보다는 교과서에서 다루는 시들을 읽어보고 우리도 써보자라며 시간을 던져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쓰는 시는 워낙 귀여워서 특별하게 지도하지 않아도 예쁘게 나오기는 하지만 교과서의 시를 흉내내는 것이 많다보니 아쉬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우리반 아이들과 시를 경험하고 시를 함께 써보자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글쓰기를 할 때에 제일 중요한 것은 본보기 글을 잘 제시하는 것입니다. 열 번 설명하는 것보다 좋은 본보기 글 하나가 더 좋은 글을 이끌어냅니다.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의 시 지도 사례를 들어보고 많은 시를 경험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주일에 한편씩 아침 활동으로 다른 사람들의 시를 감상하고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김용택씨의 동시집을 예로 쓰기도 하고 한국 글쓰기 교육연구회에서 엮은 ‘새들은 시험 안 봐서 좋겠구나’와 임길택 선생님이 엮으신 ‘아버지 월급 콩알만하네’에 있는 학생들의 시를 골라서 본보기 시로 보여주었습니다.
시보고 쓰는 날은 시에 대한 생각을 간단히 나누어 보기도 하면서 시감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아버지 월급 콩알만하네’는 탄광촌 학생들의 이야기인데 이 시들은 우리반 학생들이 경험하고 있는 생활 모습이 아니라서 상황을 이해하게 하는데 많은 설명을 해야 했습니다. 학생들이 쓴 시를 보여주니 시를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게 하거나, 예쁘게 꾸며야 하는 것이다라는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본보기 시는 정말 짧은 시부터 다소 긴 시까지 다루면서 다양한 형태를 경험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2학기가 되어 본격적인 시 쓰기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첫 시간에는 시감을 골라보게 하였습니다. 내가 본 것, 들은 것, 냄새 맡은 것, 맛본 것, 느낀 것 등 평소에 접할 수 있는 모든 것들 중 내 마음에 들어온 한 가지가 무엇이 있을지 떠올려보고 그 소재들을 공책에 적어보도록 하였습니다. 잘 떠오르지 않는 친구들은 일기나 글똥 공책에 적은 내용을 살펴보면서 정리해 보도록 했습니다.
두 번째 시간에는 첫 시간에 골라본 시감 중에 마음에 드는 한 가지를 깊이 생각해보고 시를 써보게 하였습니다. 혼자서 생각해볼 시간을 갖기 위해 조용한 음악을 틀어주고 30분정도 생각하고 쓰도록 하였습니다.
세 번째 시간에는 밖에 나가서 시를 쓰는 활동을 해보았습니다. 매일 교실 같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 답답하기도 하고 생각도 경직되는 것 같고, 날씨도 슬슬 좋아지던 시기라 바람도 쐴겸 종이한장과 연필 한자루를 들고 학교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그리고 자유롭게 20분정도 시쓰기를 하였습니다.
그 사이에 몇 가지 학교 행사들을 지나면서 틈틈이 시쓰기를 두어번 정도 더 했습니다. 시감을 잘 고르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으니 그런 학생들에게는 체험학습이나 학예회 같이 학교 행사나 특별한 일들을 계속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쓴 시를 다시 읽어보게 하고 자신이 쓴 시 중에서 마음에 드는 시 한편을 골라서 고칠 것이 있다면 고쳐보고 시화를 만들기를 했습니다. 매번 시쓰기를 한 다음에 인쇄해서 서로의 시를 볼 수 있게 해주었더니 나름 읽어보고 잘 쓴 시들을 골랐습니다.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 친구는 새로 쓰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화를 우드락에 붙여 소형 이젤을 써서 학예회 때 전시하였습니다. (아쉽게도 이젤이 쉽게 쓰러져서 대형 참사가 몇 번 일어나는 바람에 하루 만에 이젤을 치우고 시를 눕혀서 전시를 했습니다^^;;;)
시 나눔을 하고 학예회때 시화로 만들어서 전시까지 하고 나니 아이들의 시 한편 한편이 잘 와닿습니다. 일기에 구구절절하게 썼던 내용이 함축적인 시에 드러난 친구도 있고, 현장체험학습의 즐거움도 느껴지고, 학교 주변에서 하는 공사에 대한 걱정, 학교에서의 생활 모습 등 다양한 소재가 있어서 우리반 아이들이 경험한 일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쓰기를 마치고 보니 아마 1학기 때부터 부지런히 썼다면 우리반도 시집 한권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해보는 것이니 무리하지 않고 가볍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내년에는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집 한 번 만들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