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성장'
스스로 인터뷰입니다.
1. 선생님 학급의 타이틀은 ‘한 걸음 더 성장’이네요? 학급환경도 '한 걸음 더 성장' 문구로 가득해요. 이렇게 정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한 걸음 더 성장'은 아이들과 제가 일 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계속 생각하고 노력하고 지향할 점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성장의 의미를 알고, 성장하는 기쁨을 느끼고, 가치를 깨달아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는 삶을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2. ‘성장’은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를 담고 있나요?
어떻게 보면 성장은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단어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죠. 아이들 눈으로 성장의 의미를 풀이하자면 ‘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려워했던 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일, 하고 싶었지만 도전하지 않았던 일, 두려워서 머뭇거렸던 일 등등. 자신이 스스로 도전해서 할 수 있게 되는 과정과 결과를 포함하는 뜻이 성장입니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말씀드릴게요. 제가 올해 1학년을 맡았는데요. 한 아이가 치약 뚜껑을 못 여는 거예요. 아직 손가락 힘이 부족해서 그랬을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한 번 열어주고는 바로 다시 닫았어요. "이제 네가 한번 해봐!"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손가락 모양을 알려주고, 어디에 힘을 줘서 잡아당겨야 하는지 말로 설명했어요. 처음에 당연히 못하죠. 그래도 치약 뚜껑을 잡고 힘을 주는 것까지는 아이가 도전합니다. 그래서 제가 도움을 주었어요. 아이의 손가락 위에 제 손가락을 올려 힘을 보태주었어요. 성공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도전하게 했어요. 아이는 스스로 해냅니다. 아이는 아주 사소하지만 치약 뚜껑을 혼자 힘으로 열 수 있게 되었고,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성장한 것이죠.
자신의 삶에서 작은 도전과 성공을 반복하면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믿어요. 자존감은 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의 능력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을 때 생기기 때문입니다.
3. 선생님께서는 ‘성장’에 대해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요?
신규교사 3년차까지는 그냥저냥 지냈어요.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고, 학교를 벗어나면 제 삶을 즐기며 살았습니다. 평범한 교사의 삶이었습니다. 교사라는 꿈을 이루었고, 더 이상의 목표나 내 미래에 대한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런 삶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어요.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죠. 개인적으로 교회에 다니게 되면서 성장하는 삶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더 가치 있는 삶, 더 나은 삶을 생각하게 되고 노력하기 시작했어요. 당시 접한 책이 존 맥스웰에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입니다. 책을 읽고 나서 바로 한 일이 성장계획, 성장목표를 세운 일이었습니다. 2014년 초, 적었던 종이가 아직도 이 책에 끼워져 있습니다. 당시 3년 안에 책을 쓰겠다는 목표와 결심은 정말 이루어졌습니다. 생각하고 목표로 세우고 힘을 써서 그 일을 이루었습니다. 책을 쓰게 된 일과 기회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우연보다는 꿈꾸고 준비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더 나아가 제가 제 삶에서 성장을 깊이 생각하고 도전하고 이룬 것들을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아이들에게 성장을 어떻게 경험하도록 하십니까? 선생님의 노하우나 교육과정이 있나요?
2014년도 3학년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매달 성장목표를 세우고 학교나 가정에서 실천을 점검하고 격려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이번 달에는 어떤 점을 노력하고 도전해보고 싶은지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 후에 목표를 정하고 실천 결과를 기록하도록 했어요. 물론 목표와 결심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무엇이 옳은지, 더 나은 삶을 위해 내가 무엇을 노력해야 하는지 항상 생각하고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자기관리역량, 반성적사고, 자기주도적인 삶에 더 가까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성장’에 가치를 알고, 자신의 삶에서 노력하고 이뤄내며 매일 그 가치를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행동과 결과로 보여줄 수 있는 교사! 이런 교사의 모습만으로도 절반의 교육과정은 완성된다고 봅니다.
아이들도 교사의 모습을 따라 일단 시작해보고, 도전해보고, 변화하는 모습과 결과를 경험하면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스스로의 힘이 생긴다고 믿습니다.
5. 조금 비판적인 말일 수도 있는데요. 아이들이 꼭 성장해야 하나요? 그냥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성장은 선택입니다. 성장하고 싶은 사람은 성장을 추구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성장이 무엇인지 알고, 성장하는 삶이 어떤 삶인지 경험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머릿속에, 경험 속에 ‘성장’을 넣어두면, 언젠가 자신이 도전하고 발전하고 싶을 때, 꺼내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일 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