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글은 금세 다 썼네요.
“공장 안은 금새 연기로 가득 찼어요. 밖에서는 ‘앵앵’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어요. 야옹이는 김 사장님 방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뜨거운 불길이 가로막았어요.”
집 근처 도서관에서 아이와 책을 읽던 중이었습니다. 책을 덮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네이버 국어사전에 한 개의 단어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 금새
(명사) 물건의 값. 또는 물건값의 비싸고 싼 정도.
화면을 내려보니 금새가 포함된 단어가 몇 개 더 나왔습니다.
#. 쌀금새[쌀끔새]
[같은 말] 쌀값.
‘그러니까, 설마 했는데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에서도 단어가 잘못 사용된 건가? 그럴 수도 있지, 나도 그랬으니까,’
예전에는 책에 있는 문장이나 문법은 당연히 맞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글을 쓴 작가의 국어 능력을 믿었고, 그런 작가가 수차례 퇴고를 했을 것이고, 최종적으로 출판사에서 교정을 수차례 본 다음에 책을 내는데 설마 오탈자가 있을까 생각했죠. 그런데 제가 책을 출간하는 경험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일단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있습니다. 또한, 요즘은 전문 작가가 아닌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묶어 책으로 출간하고 있는 독립출판 문화로 인해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 출판사에서 교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경험과 실력이 차이가 있을 것이니, 여러 가지 요인을 생각해보면 책에 오탈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책을 자세히 보면 출판 정보가 담겨있는 맨 앞이나 맨 마지막 장에 오탈자를 찾은 독자는 출판사로 메일을 보내 알려달라고 적혀 있기도 합니다. 최근에 제 책을 읽으신 선생님께서도 저희 출판사에 오탈자 신고를 했다고 메일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어찌되었든 이 그림책에서 찾은 오자는 SNS에서 정말 많이 봤던 오자이기도 합니다.
‘금새, 금세’.
대부분 사람들이 사용하는 ‘금방, 얼마 안 되어’라는 의미의 뜻을 가진 단어는 <금세>입니다. 두 단어를 헷갈리는 이유는 첫째, 발음이 같기 때문입니다. 둘째, 단어를 입으로 사용하기는 하나 실은 그 단어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어를 이루는 한자어가 무엇인지, 왜 이러한 뜻을 갖게 되었는지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 <금세>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부사) 지금 바로. ‘금시에’가 줄어든 말로 구어체에서 많이 사용된다. 금시? 금시도 찾아보았습니다.
#. <금시>
지금 (금), 때 (시)의 한자로 이루어진 단어로, 바로 지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림책에 나온 문장에서는 <금세>가 맞겠죠.
“공장 안은 금세 연기로 가득 찾어요.”
제가 지금까지 단어를 파악하고, 이해하고 구별했던 과정은 성인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어휘를 이해해가는 과정과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성인이 되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런 방법으로 어휘량을 늘려갔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의심하고, 궁금해 하고, 직접 찾아보고, 파헤쳐보고, 생각하고, 이해하고, 기록했습니다.여기서 의심하고 궁금해 하는 단계가 먼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써왔던 글에서 말한 언어나 문법에 대한 민감성, 낯설게 보기 등의 태도입니다. 제 글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해왔던 이유는 이러한 태도가 언어 학습의 시작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모든 배움의 시작점이기도 하죠.
어쩌다보니 오늘 글은 금세 다 썼네요.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