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탄> 재미있게 ㄱㄴㄷ
저는 올해 1학년 담임입니다.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반에서 4~5명을 제외하고는 글자를 읽고 쓸 수 있습니다. 물론 쉽고, 자주 접하는 글자입니다. 나머지 4~5명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한글을 유치원에서 접하거나 배웠겠지만 해득에 어려움을 겪었던 아이들입니다. 가정에서도 여유를 갖고 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고 믿고 보내셨겠지요.
아이들 수준에 격차 때문에 국어 수업을 어떻게 계획해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구요. 몇 번의 실패를 통해 교사가 시범을 보이고 따라하는 설명과 반복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 너무 지루한 수업, 그 분위기 속에 소수의 아이들은 더 위축되는 수업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배울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고민의 결과이자 하루하루 실천했던 [한글 지도 활동]에 대해 몇 가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기 있는 자료는 제가 온전히 생각해낸 건 아니고, 어디선가 본 것들을 바탕으로 거기에 하나를 더 얹어 구성한 것들 혹은 어느 순간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본 활동들입니다.
자음자 익히기: 칠판에 분필로 자음자 써보기
자음자를 필순에 맞게 쓰는 방법을 가르치고 손가락으로, 색연필로 몇 번 연습한 후에는 꼭 칠판에 나와서 분필로 써보게 했습니다. 분필이 5개 정도 있어서 한 번에 5명이 쓰고 그 다음 사람에게 패스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이 활동을 계획한 이유는 일단 1학년의 특성상 한 번은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리고 아이들이 분필로 칠판에 글씨를 쓰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글자를 순서에 맞게 쓰는지만 확인했고, 나중에는 선생님이 쓴 것과 똑같이, 바르게 쓴 글자를 찾아보겠다고 얘기하고는 바르게 따라 쓰는 것까지 강조했습니다.
자음자 익히기: 짝과 매일 복습 시험 보기
전날 배운 자음자를 누적해서 복습 시험을 봤습니다. 제가 혼자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짝끼리 확인하도록 했어요.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먼저 ㄱ부터 어제 배운 자음자까지를 필순에 맞게 종합장에 씁니다. 짝은 지켜보면서 연필을 바르게 쥐었는지, 순서에 맞게 썼는지를 확인한 후에 동그라미 표시를 해주고, 혹시 잘못 쓴 글자가 있으면 알려준 후에 다시 써보게 하고 100점을 주도록 했습니다. 짝끼리의 확인이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가끔은 제가 빈칸만 있는 종이를 나눠주고 자음자를 순서대로 써보게 한 후, 한 명씩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2주 이상 매일 했던 활동입니다.
자음자 재미있게 익히기:
- 자음자 색칠하기, 꾸미기: 네이버 블로그 하니샘의 자료를 활용하여 자음자 색칠하기, 꾸미기 활동을 했어요.
- 자음자가 들어간 낱말 발표하기: 예를 들면 ㅅ을 배운 후에 ㅅ이 들어간 낱말을 전원 발표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사과, 소화기, 시소, 선생님 등등 아이들은 제가 생각하지도 못한 낱말을 이야기 하더라구요. 특히, 친구들 이름에서 자음자를 찾아내서 친구 이름을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답니다.
- 자음자가 들어간 낱말로 협동 그림 그리기: 아이들이 점점 자음자 색칠하기, 꾸미기, 낱말 발표하기 활동을 지루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하면서 자유롭게, 즐겁게, 적극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활동을 생각했어요. 모둠 친구들과 자음자가 들어간 낱말을 큰 종이에 함께 그리는 것입니다. ㅈ을 배우고 자동차,지렁이, 자두 등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렸습니다. 아이들이 시끌벅적 떠들며 웃으며 활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중간 중간, 다른 모둠의 기발한 생각을 보고오라, 따라 그려보라고 얘기해서 생각을 공유하도록 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ㅅ을 배우고 모둠 친구들과 함께 그린 그림입니다.)
- 자음자가 들어간 낱말로 그림을 그리고 친구에게 이야기 들려주기: 모둠 협동 그림 그리기도 너무 자주하면 지루해 지더랍니다. 이번에는 개인별로 ㅎ자가 들어간 낱말의 그림을 몇 개 그리고 그린 것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 했습니다. 모두 준비가 된 후에는 주어진 시간 안에 많은 친구들을 만나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잘 들었다는 의미로 사인을 주고받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너무 어이없고 재치 있어서 제가 많이 웃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하마가 방귀를 뀌어서 할머니가 하하하 웃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음자 익히기: 자음자 빙고 게임하기, 낱말 빙고 게임하기
1학년 아이들의 장점은 모든 놀이가 처음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사 입장에서는 고맙습니다. 빙고 게임을 엄청 좋아해서 자음자를 익힐 때도 활용해 보았습니다. 자음자를 칸 안에 무작위로 쓰고 빙고 게임하기, 국어 책에 나온 낱말을 교사가 미리 채워준 후에 읽기 연습을 위해 빙고 놀이하기(낱말을 중복해서 써 넣으면 빙고게임이 가능합니다.).
교사와 전체 아이들이 먼저 하면서 빙고 게임을 익히고, 이후에는 모둠 친구들끼리 빙고 게임을 하도록 했습니다.
자음자, 낱말 익히기: 빨리 짚기 놀이하기
영어교육과 출신, 영어교담 1년 경험이 1학년 아이들 한글을 가르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언어습득이라는 면에서 가르치는 활동이나 방법이 비슷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영어 교담시간에 아이들과 했던 글자 빨리 짚기 놀이를 아이들과 해 보았습니다. 활동지에는 지금까지 배운 자음자와 낱말을 제가 무작위로 어지럽게 마구 써놓았습니다. 짝과 함께 하는 게임으로 교사가 불러주는 글자를 잘 듣고 손가락으로 빨리 짚는 사람이 1점을 획득하게 됩니다. 주의할 점은 의욕 넘치는 1학년 아이들은 울거나 속상해하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마지막 판에 5점을 걸고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습니다.
누군가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없었다면 더욱 발전된 무언가가 나올 수 없는 것 같아요. 항상 수업 계획을 포스팅해주시고 자료를 나눠주시는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