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수업] 5. 노래 속 마음 들여다보기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삶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지난 시간 동안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악 수업을 해 왔나,
그 안에 함께하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과연 얼마나 들여다 보았는가, 종종 생각해 보곤 합니다.
이 글의 제목인 '마음을 들여다보는 음악수업' 의 문장 속에는 아래의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음악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마음 들여다보기
이와 관련하여 던져볼 수 있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단지 학생들이 참여하는 태도나 표정, 평가의 결과만 가지고 저 스스로 판단을 내렸던 것 같습니다. '지금 굉장히 지루해 하고 있구나.' ,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나?', '노래를 열심히 부르지 않네.', '왜 이게 재미없지?' 라는 식으로 말이죠.
수업 말미에 간단한 수업 소감을 묻는 질문 정도만 해 보았을 뿐 '오늘 음악 수업을 하면서 어떤 점이 좋았나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어떤 수업을 해 보고 싶나요?' 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학생들이 음악 수업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는지 더욱 관심을 가지고 소통해 볼 필요성을 느낍니다. 언젠가 음악 수업을 하게 된다면 그런 이야기를 자주 나눠보고 싶습니다. 학생들의 솔직한 생각도 들어보고, 어떻게 하면 더욱 좋은 수업을 할 수 있을지 고민도 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음악 교과서 제재곡 속에 드러난 마음 살펴보기
지도서에 제시되어 있는 대부분의 음악 수업은 다음과 같은 도입으로 시작됩니다. 저도 별 고민 없이 이 흐름을 그대로 따르곤 했습니다.
-미래엔 음악 5,6 지도서 일부-
그 이후의 활동은 주로 노래를 분석하고 함께 불러보는 형태로 이어집니다.
주요 리듬과 가락 익히기, 형식 살펴보기 등과 같은 이론적인 부분과 노래 부르기 등의 기능적인 면에 치우쳐져 있습니다.
음악 과목에서 강조하는 여섯 가지 역량(음악적 감수성, 음악적 창의융합능력, 음악적 정보처리능력, 문화적 공동체 능력, 음악적 소통 능력, 자기관리 능력)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본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역량은 '음악적 감수성' 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음악 수업을 할 때에는 음악적 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발문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노래 가사를 함께 읽어본 후, 이 노래의 분위기는 어떠한지 묻는 단편적인 질문을 던지고, 1~2개의 모범적인 답변이 돌아오면 바로 노래 익히기 단계로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이론, 기능적인 면에 치우친 수업이 과연 음악적 감수성을 제대로 길러줄 수 있었을지 의문이었죠.
이 의문은 '노래 가사 속 행간의 의미를 살펴보는 활동에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고 접근한다면 어떨까?' 하는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노래를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 이 노래는 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이 노래 가사 속 단어는 어떤 의도로 쓰였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고, 조금 더 깊게 들어가보면 이 노래를 부르는 화자는 누구일지, 이 노래의 분위기는 가사와 어떻게 어울리는지도 덧붙여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문학 작품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시나 소설의 시점에 따라 내용, 표현,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노래에도 이렇게 다양한 시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곡을 하나씩 살펴보며 가사를 곱씹어보니 그 재미가 꽤나 쏠쏠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제재곡 속에 드러난 시점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삼아 각 시점에 이름을 덧붙여 보았습니다.
1. 다인칭 '우리들' 시점
마음을 열어 하늘을 보라 / 넓고 높고 푸른 하늘 / 가슴을 펴고 소리쳐 보자 / 우리들은 새싹들이다
-> 이 노래의 화자는 누구인지, 비교적 쉽게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들=새싹들=이 노래를 부르는 모든 학생들이죠. (같은 시점의 노래: 학교 종, 어린이날 노래 )
2. 1인칭 '주인공' 시점
퐁당 퐁당 돌을 던지자 / 누나몰래 돌을 던지자 / 냇물아 퍼져라 멀리 멀리 퍼져라 /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여 주어라
-> 누나에게 장난을 치는 개구쟁이 남동생이 부르는, 귀여운 노래입니다. (같은 시점의 노래: 오빠 생각)
3. 3인칭 '관찰자' 시점
동구 밖 과수원길 /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 하이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 둘이서 말이 없네 / 얼굴 마주보며 생긋 /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 길
-> 주로 눈에 보이는 풍경을 관찰하고 자세히 묘사하는 가사입니다. 물론 화자는 다양하게 설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해석하기 나름이죠. (같은 시점의 노래: 노을, 꼬까신, 아기염소)
4. '불특정 다수' 시점
기차타고 신나게 달려가 보자 / 높은 산도 지나고 넓은 들도 지나고 / 푸른 산을 지날 땐 산새를 찾고 / 넓은 바다 지날 땐 물새와 놀고 / 설레임을 가득 안고 달려 가보자
-> 이 노래의 화자는 대부분 아이들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함께 기차를 타고 떠나는 동행인인 가족 또는 선생님, 친구들, 형제 자매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또한 해석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불특정 다수 시점이라는 말을 써 보았습니다. (같은 시점의 노래: 숲 속을 걸어요, 오솔길)
5. '전지적 작가' 시점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 이 노래의 화자는 누구일까요?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기에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기는 분명 혼자 집을 본다고 했기 때문에 아기 외에 관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상적으로 집 안에 있는 어떤 사물이 관찰한 장면일 수도 있을 것이고 (예를 들면 인형과 같은) 전지적 작가 시점의 소설처럼 모든 것을 꿰뚫어볼 수 있는 어떤 무언가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6. '동물' 시점
우리는 바다의 사냥꾼 / 상어다 도망쳐 "숨자, 으악!" / 오늘도 살았다 신난다 춤을 춰
-> 아기상어 열풍이 불었던 2017년이 생각나네요. 교과서 제재곡은 아니지만 아마 이 노래를 모르는 아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다양한 동물들의 시점이 존재하는 노래입니다. 상어 가족, 그리고 상어 가족을 피해 도망가는 물고기들의 시점도 등장합니다.
이런 식으로 노래 속 화자를 찾아보는 활동을 통해 무한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고 노래 가사에 더욱 깊게 공감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노래 속 가상 인물을 설정해 보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덧입혀 보면 그로 인해 노래 안에 숨어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끄집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제가 찾지 못한 또 다른 시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교과서도 더 살펴봐야겠습니다.
감상 수업, 창작 수업에도 이러한 관점을 변형해서 적용해 보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다른 과목뿐만 아니라 음악 수업을 할 때에도 아이들의 다채로운 상상력이 마음껏 발휘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수업이 즐거워지는 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