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합니다] 2. 방구석 1열 뮤지컬
뮤지컬을 취미로 하게 되면서 나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그 중 하나는 뮤지컬 공연 관람을 위한 지출이 이전에 비해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꼭 보고 싶은 공연이 있으면 주말에 서울로 올라가서 최소 두 편, 많게는 세 편의 공연을 보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무대는 무조건 가까이서 봐야 한다는 신념으로 언제나 최고가인 VIP석만 고집했고, 지갑은 당연히 가벼워질 수밖에 없었다. 서울을 한 번 다녀오는 것만도 힘든 일이었지만, 최소 2시간 이상의 공연 몇 편을 연달아 관람하는 것은 보통 체력으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과 돈을 투자한 만큼 배우는 것이 충분히 있었고, 눈 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공연이 주는 즐거움은 내가 직접 뮤지컬을 하며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 놓칠 수 없다.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
초연 때,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고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는, 세계적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에 상륙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리지널 팀이 내한하여 부산과 서울, 대구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이다. 이미 공연을 보고 온 지인들의 강력한 추천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3월 공연을 예매했고, 보러 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 3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공연장에 간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가능한 날짜에 맞춰 좋은 자리를 겨우 찾아 힘들게 예매했던 공연이었지만, 머리가 시키는 대로 환불 처리를 했고,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오페라의 유령>에 참여하는 배우 두 명이 확진자 판정을 받았다는 안타까운 소식까지 들려왔다. 이 공연은 아무래도 볼 수 있는 운명이 아닌가 보다 싶었다.
# 방구석 1열에서 관람한 첫 뮤지컬
공연은 잠시 잊고 지내던 4월의 어느 날, 우연히 전해들은 반가운 소식! <오페라의 유령> 공연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제작자이자 <오페라의 유령> 음악들을 작곡한 앤드류 로이더 웨버(Andrew Lloyd Webber)가 유튜브 채널 ‘Show must go on!’ 에서 4월 18일부터 48시간 동안 이 작품을 공개한다고 했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그 작품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직접 보러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렇게 달래는구나!'
기다리던 날이 다가왔고, 나는 드디어 방구석에서나마 그토록 보고싶었던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눈을 뗄 수 없이 화려하고 다채로운 무대와 그 위를 넘나드는 배우들. 충격적이고 기괴하지만,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매력적인 스토리. 귀를 녹아내리게 할 것만 같은 아름다운 음악들.
그 중에서도 특히 누구나 아는 그 노래.
<오페라의 유령>의 메인곡!
‘Phantom of Opera’
강렬하고 박진감 넘치는 오케스트라 반주와 함께 들리는 그들의 노랫소리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황홀했다.
크리스틴과 팬텀이 'Phantom of opera'를 부르는 장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 영상으로 뮤지컬을 관람할 때 좋은 점
실제 공연장에서 작품을 관람할 때,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가 아무리 가깝다 해도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튜브에 공개된 작품은 25주년 기념 공연 실황이다 보니, 공연 중 여러 대의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에 따라 움직이면서 촬영된 모습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 필요에 따라 전체적인 무대를 보여주기도 하고,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해야 하는 장면은 대부분 클로즈업 샷으로 보여주었기에 매 순간 배우들을 내 눈 앞에서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눈빛과 표정, 숨결과 손짓 하나 하나에 전해지는 그들의 진심. 혼신을 다해 연기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편안한 자세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 중 하나였다. 실제 공연장에서는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주변 관객에게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몸가짐을 특히 조심해야 하는데, 방구석에서는 그러한 점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 또한 필요에 따라 잠시 화면을 멈추고 여유를 부리는 것도 가능하다. 감동이 최고조에 이르는 장면의 여운을 조금 더 느껴보고 싶다면, 화면을 잠시 멈춘 후 그 곳에 더 머무를 수도 있고, 목이 마르다 싶으면 잠시 자리를 떠서 물도 한 잔씩 마실 수 있다. 온전히 내 상태에 최적화 된 상태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볼 때의 감동과 비교할 수 있겠냐마는
어쨌든 <오페라의 유령>은 나에게 인생 뮤지컬로 자리잡았다.
앞으로도 가 지금까지 제작한 또 다른 공연 영상들이 정기적으로 업로드 될 예정이라 하니 여건이 되는 대로 부지런히 챙겨보려 한다.
# 온라인으로 소통한다는 것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뮤지컬과 연극, 무용, 음악, 아이돌 콘서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공연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배우, 연출자, 기획자를 포함한 공연 관계자들은 그들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인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의 노력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으로 인한 교육계의 변화.
누구에게나 이 상황은 낯설고, 생소할 뿐이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계획하고,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교육 컨텐츠를 게시하고, 새로운 장비 사용법을 익혀 수업 영상을 촬영하거나 화상회의를 통해 수업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계시는 선생님들을 보며 나 또한 많이 배우고 있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주어진 환경에 따라 소통하는 방법이 다양해질 수 있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어려운 점을 극복해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가치로운 것은
서로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과정 자체일 것이다.
지금도 온라인 공간에서 마음을 나누며 소통하고 있을 대한민국의 모든 선생님들과 학생, 학부모님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