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수업] 1. 음악은 좋지만, 수업은 어려워요.
저는 음악을 매우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많이 접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좋아하는 과목 1순위는 언제나 음악이었고,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늘 가득했으며 좋아하는 악기를 연주할 때는 누구보다 행복했습니다. 교대에 입학해서도(교대 전공이라는 게 심화과목 몇 가지만 더 배울 뿐, 분반의 성격이 강하지만) 무조건 음악교육과에 가는 것이 목표였고, 동아리도 음악과 관련된 것만 골라 했습니다. 지금도 음악 공연이나 음악 관련 취미 활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신규로 발령받은 첫 해, 첫 음악수업이 기억납니다.
당시 유행하던 ‘뇌구조 그림’으로 음악 과목에 대한 저의 '열정'을 보여주었고, 아이들이 음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해서 같은 방법으로 표현해 보게 했습니다. 그것을 토대로 1년간의 음악 수업을 알차게 준비해보고 싶었던 마음이었습니다. 제가 음악을 좋아하듯 아이들도 음악을 좋아했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제 바람이 너무 거창했을까요?
위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음악 수업을 하면서 느꼈던 수많은 어려움 중 몇 가지만 나열해 보려고 합니다.
- 노래는 부르지 않고 입만 뻥긋뻥긋 하는 아이들을 보면 화가 났습니다. - 부분 2부 합창 노래를 할 때에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화음이 완성되지 않는 것을 보며 '이게 그렇게 어려울까? 왜 이게 안되는 걸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 음악 감상시간, 아이들의 표정이 지루해 보일 때마다 힘이 쭉 빠졌습니다. |
저를 돌아보기보다는 노력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을 탓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 수업이 점점 어렵다고 느껴졌고, 자신감도 사라져 갔습니다.
그러다가 언젠가 여건이 된다면 음악 교육에 대해 더욱 심도 있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음악 수업이 좀 더 쉬워질 것 같았습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오래 전부터 가고 싶어 했던 대학원으로 파견을 가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입학 후, 3월 첫 수업 시간에 들었던 교수님의 질문입니다.
당시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마음 심(心)”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음악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마음)
이렇게 쉬운 질문을 하시는 이유가 뭘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교수님께서는 그것이 정답이 아님을 알려주셨습니다.
“제 생각엔 ‘깊을 심(深)'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위와 같이 대답했지만 이것도 정답이 아니었습니다.
적잖이 당황한 우리를 보며, 교수님이 해 주신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 동안 뜻을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자주 사용하던 말이었습니다. 지금껏 음악 수업을 해 오면서
‘아이들이 음악의 아름다움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적이 있기는 할까?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동시에 앞서 말씀드렸던 음악 수업이 어려웠던 이유도 모두 저에게 있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노력도 부족했을 뿐더러, 제가 기대하는 만큼 아이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어려운 활동들이라도 교사가 조금만 가르쳐 주면 금방 따라올 수 있을 거란 자만심만 가득했던 것이죠.
또 제가 그 과목을 좋아한다고 해서, 학생들도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는 건 '강요'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음악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까, 어떻게 하면 음악을 더 좋아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는 별다른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기만을 바라던 저였기 때문입니다.
처음 대학원 공부를 시작할 때는 이 곳에서 다양한 음악 수업 기법을 익히고, 내 것으로 만들어 현장에서 적용한다면 음악 수업이 더욱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첫 수업 이후로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 동안 음악에 대해 몰랐던 것만 계속 늘어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1년간 다양한 강의들을 들으면서 공부에는 끝이 없다는 진리를 절절히 깨달았습니다.
대학원 졸업 후, 복직을 하게 되면
저의 음악 수업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이전보다는 조금 더 쉽게 느껴질까요?
저는 이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습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어떤 과목이든,
수업을 '쉽게' 하고 싶어했던 지난 날의 저를 반성합니다.
'쉽게' 라는 말 속에는
수업에 대한 연구와 고민을 충실히 하려는 의지 대신
저의 능력을 과신했던 마음만 반영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나에게 음악 수업은
'내가 좋아하는 과목'을 넘어서
언제나 '어려운 수업' 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