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선생님, 제가 가져온 팝잇이 사라졌어요."
물건이 사라졌다고 이야기한 친구가 한 주 사이에 3명이나 나왔다. 심상치 않다.
교실 도난 사건... 교사가 다루기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인 것 같다. 교실에 CCTV를 설치할 수도 없고, 교사는 수사관이 아니지 않는가. 자기 물건을 잘 간수하라는 이야기를 할 수준을 이미 넘어선 것 같다.
다른 반 학생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하지만 물건이 사라진 이후 특별실을 갈 때나 급식실을 갈 때 문을 잠갔음에도 불구하고 물건이 또 다시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범인은 우리 반에 있다.
어느새 우리 반 학생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있었다.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데...
어느 때보다 지혜가 요구 되었다. 어설프게 접근했다가는 일이 더 커질 것이다. 과거의 경험상 '눈 감아보세요. 친구들의 물건에 손 댄 학생은 조용히 손을 들어보세요.'와 같은 방법은 통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그 이후로도 도난 사건은 계속해서 발생했다.
이럴 때는 학생들이 생각하는 해결방법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일 터. 그래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의견을 구했다.
"가방을 전부 뒤져보면 어떨까요?"
한 친구가 생각한 방법에 많은 친구들이 반대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심하다는 거다. 물건을 훔치지 않은 학생의 입장에서는 매우 기분이 나쁠 것이다. 나도 이 방법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1인 1역에 감시자를 추가하면 어떨까요?"
또 다른 친구가 의견을 내자 이번에도 친구들의 반대가 심했다. 친구들을 감시하는 것이 역할이라니. 모든 친구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것 아닌가.
그러다가 한 친구가 다음과 같은 의견을 주었다.
"그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다른 아이들도 이에 맞장구를 쳤다. 생각해보니 그 친구는 지금 이 자리에 있다. 나는 그 즉시 빈 의자를 준비했다. 그 친구가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고, 그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거친 말들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내 중단시켰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우리의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해봅시다.
잘못한 친구를 찾아 벌 주는 것이 목표인가요?
아니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가요?
다시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했다. 이번에는 학생들이
'물건을 돌려주면 좋겠어. 물건을 잃어버린 친구가 많이 속상해하고 있어.'
'우리가 서로를 의심하지 않도록 도와줘.'
'실수였을거라고 믿어. 용기를 낸다면 다시 되돌릴 수 있을거야.'
와 같은 이야기들을 했다.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할 때마다 어색한 모습을 보이는 학생이 있는지 살펴보았으나 찾지 못했다.
"이후에 해당 학생은 아무도 없을 때 선생님께 조용히 찾아와 주세요.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학생들이 돌아가고 나서 좌절이 찾아왔다. 역시 소용없는 일인가. 그렇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퇴근했다.
다음 날이었다. 쉬는 시간에 한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방과후에 아이와 함께 찾아뵙고 싶다고 하였다. 이유는 밝히지 않으셨으나 직감이 왔다.
방과후에 차분히 그 학생의 이야기를 들었다.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훔친 물건은 되돌려놓기로 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 때 한 가지를 더 요구하였다. 우리반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한 가지 찾아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게 무엇이든 얼마나 하든 그것은 본인 선택에 맞기기로 하였다. 그러자 한 달 동안 우리 반을 위해 ****** 을(를) 하기로 하였다. (그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음은 독자들이 더 잘 알리라 생각한다.) 한 달 동안 잘 수행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절대 들키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다음날 없어진 물건이 제자리에 있는 것을 발견한 학생들은 안도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물건을 가져간 친구가 누군지 밝힐 수 없음을 말이다. 해당 친구는 여러분에게 매우 미안해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주었고, 그 친구는 우리 반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수행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학생은 우리반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한 달간 실천했다.)
그리고... 매우 다행히도 그날 이후로 도난 사건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우리 반에서 이 사연을 소재로 단편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모두가 함께 참여했다. 영화를 제작하고 다같이 보았는데 호응이 좋았다. 그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한 방법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