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과서] 디지털교과서 써볼만 한가? 1
올해도 어김없이 날아든 디지털 교과서 활용 공문
아마도 일반적인 학교에서 이 공문은 누군가에겐 가정통신문을 날려야 하는 업무, 오늘도 나눠줘야할 많은 가정 통신문들 중 하나일 뿐일 것입니다. 정부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힘을 주어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의 결과물이 왜 이런 취급을 받게 되었을까요? 먼저 현장에서 홀대 받는 이유를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입장에서 정리해 봤습니다.
1. 열악한 무선 인프라
2014년에 스마트교육 연구학교 였던 학교가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로 전환되면서 디지털 교과서를 처음 접해보았습니다. 당시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전교실에서 무선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무선 환경이 구축되었기 때문에 비교적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었으나 잦은 접속장애와 복잡한 접속 절차로 인한 불편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주 특수한 상황일 뿐 대부분의 관심있는 선생님들은 개인 무선 공유기로 스마트 교육을 실천하시던 시절이었습닏. 그러던 중 들려 온 어느 학교의 비보
"어느 학교는 선생님이 교실에서 무선 공유기 쓰다가 감사에 걸려서 엄청 고생했대요."
그리고 이후 정보부장집체교육(간담회 또는 회의라고 부르기도합니다.) 때 마다 울려퍼지는 엄중한 경고 "무선 공유기 쓰시면 절대 안됩니다. 선생님들 못쓰게 하세요." 결국 관련 지침이 바뀌면서 지금은 학생망에 무선 공유기를 연결해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복잡한 가입절차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해 보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가 바로 가입문제입니다. 무선 인프라를 구축하고 교실에서 좀 쓰려고 하다보면 좌절하게 하되는 것이 바로 이 문제입니다. 특히 초등에서 많은 좌절을 경험하시는데 바로 이 이유 때문입니다.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려면 에듀넷(http://www.edunet.net/)에 가입을 해야하는데 이때 만 14세 미만의 경우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부모님 본인 확인 절차만 거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30여명 가까운 학생들 모두에게 이 절차를 비슷한 시기에 마치고 오기를 그리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억하고 오기를 안 되면 어디에라도 좀 써오기를 바라는 것은 좌절만을 경험했던 일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시련에 굴하지 않으신 선생님들 중 일부는 본인이 학생들의 부모가 되시거나(본인 스마트폰으로 인증), 동의서를 한꺼번에 종이로 받아 케리스에 우편으로 발송하는 등의 힘든 행정업무를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3. 디지털기기에 대한 불신
전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우리 장인어른이 드디어 스마트폰으로 바꾸셨으니 전국민이 사용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래서 모두 스마트폰에 시간을 강탈당하는 경험을 가지게 되었고, 스마트폰만 처다보며 다는 사람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선생님들의 경우 방과후에 학교 곳곳에 흩어져 삼삼오오 게임방을 만드는 아이들을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모여 이런 불안감을 가지고 됩니다.
"저러다 애들 다 스마트폰 중독자 되는거 아니야?"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든 중독이라는 것은 중독되는 대상 자체만의 문제로 규정 지을 수 없습니다.
물론 뛰어나 접근성과 늘어난 배터리 용량으로 인해서 노출시간이 길어지고 있고 이를 방지하려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부단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과서 마저도 디지털 기기로 봐야 하느냐 하는 자조섞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독의 문제를 차치하더라고 다음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과연 교육적인가?' 혹은 '교육에 효과가 있는가?' , '종이책에 있는 학습량도 벅차하는 아이들에게 무한의 시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 한가?' 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공부하라고 준 기계로 딴짓을 하지 않을까? 그리고 과연 나는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가?' 근거있는 불안감에까지 제기되곤 합니다. 이러한 생각들을 모아보면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잘 못하면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을 내가 굳이 사용해야 하나?'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고도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은 시리즈물입니다. 다음에게 조금 더 희망적인 이야기와 함께 올해 새롭게 바뀐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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