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생의 체육잡설] 왕년의 경험이 맥거핀이 되지 않게 하라
한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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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0 13:55
두 남자가 기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한 사람이 묻는다. “저 선반 위에 있는 짐은 뭡니까?” 그러자 다른 남자가 답한다. “저거요? 저건 맥거핀입니다. 처음 남자가 다시 묻는다. “맥거핀이 뭡니까?” 그러자 다른 남자가 다시 답한다. “그건 스코틀랜드의 고지대에서 사자를 잡는 데 사용하는 겁니다.” 그러자 처음 얘기를 꺼냈던 남자가 의아해하며 한 번 더 묻는다. “그런데 스코틀랜드 고지대엔 사자가 없잖습니까?” 그러자 맥거핀에 대해 설명하던 남자는 다시 대답한다. “아, 그래요? 그러면 맥거핀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군요.” |
맥거핀이란 줄거리와 관계없는 미끼를 뜻하는 개념으로 문학이나 영화와 같은 작품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수단이나 동기가 됩니다. 물론 관객이나 독자들에게 혼란이나 공포를 느끼게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끼일 뿐, 작품의 전체 줄거리에는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맥거핀은 보통 관객이나 독자들의 주의를 묶는데 사용됩니다. 종종 맥거핀은 우리가 문학이나 영화 속의 반전에 더 놀라게끔 만듭니다.
하지만 맥거핀이 꼭 작품의 소재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종종 듣는 말 중 이런 것이 있습니다.
“이래봬도 내가 왕년에는 말이지...”
이것은 과거와 현재의 단절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과거의 경력이 현재 하는 일과 연결되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대체로 이런 말은 과거의 영광스러운 경험을 회상하는 것이지, 과거에 그래왔고 그러한 영광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말이 아닙니다. 사실, 누구나 빛나는 순간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커리어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훌륭한 경력이 온전하게, 그리고 연속성 있게 이어지지 않는 것이지요. 이러한 단절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통합되지 않은 단발적이거나 산발적인 경험은 전문가로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이러한 경력으로는 공동체에 좀처럼 기여하기 어렵습니다.
“왕년에는...”이 맥거핀이 되는 것은 현재가 빈곤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경험적으로 풍족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누적된 경험을 정돈하고 세련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고도화하는데 어려운 환경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죽어있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교사양성기관에서부터 직장내재교육 프로그램(각종 연수)에서 이미 겪어온 것들입니다. 우리는 달라지는 교육환경 속에서 새로운 내용들을 강요받느라 정작 우리가 경험한 것을 되돌아볼 기회가 적습니다. 우리의 정신을 풍족하게 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경험을 세련되게 갈고 닦는 방법 중 하나는 내 경험을 여러 차례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수업 중에, 아니면 수업을 준비하는 중에 한 것이 얼마나 적절했는지, 그리고 적절치 않았다면 어떤 대안이 있었을지 생각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더 좋은 것은 이러한 생각을 통해 내린 잠정적인 결론들을 글로 적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험은 우리가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맥거핀-별 볼일 없는 자기 설명-으로 회상될 수도 있지만 지금의 전문성을 결정하는 개인의 역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선생님들의 경험이 통합되고, 교육적으로 충만한 삶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이번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