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생의 체육잡설] ‘책무성’라는 용어, 정확히 사용하고 있나요?
책무성이라는 용어는 우리 주변의 여러 영역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이 용어는 특히 행정과 복지의 측면에서 공공기관들의 역할에 대한 주제와 자주 엮입니다. 아마 많은 선생님들은 이 용어를 자주 접하고 익숙하며 자신들의 역할과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책무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명료하게 이해하고 있을까요? 행정을 전공하지 않았거나 이 분야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면 이 개념에 대해 오해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책무성이라는 용어로부터 어떤 의미를 떠올리고 있나요? 수많은 사람들이 책무성으로부터 ‘책임감’을 떠올립니다. 교사의 책무성이란 교사의 책임감 또는 의무감 정도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임감이라는 말은 도리나 마땅히 해야 할 것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제재할 수 없는 것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의무감이라는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으로써, 마치 밀린 숙제와 같은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책무성의 본래 의미는 이것과 다소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책무성은 'accountability'라는 개념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입니다. 이 개념은 동사인 account로부터 파생되었는데, account는 ‘계산하다, 설명하다, 대답하다’라는 뜻을 가집니다. 이것의 형용사형은 accountable로, ‘어떤 행위에 대하여 설명을 할 의무가 있는’이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대략적인 느낌이 오나요? 책무성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일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의무와 관련된 개념입니다. 보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책무성이란 이해당사자에게 자신이 수행한 의무나 행위를 설명하거나 답변하거나 보고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보았을 때 책무성은 책임감과 같이 할지 말지에 대한 선택을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 아닙니다. 또, 책무성은 의무감과 같이 해야만 하는 것 정도의 애매한 행동 준칙을 뜻하지 않습니다. 책무성이라는 개념은 해야 할 행동과 그것과 관련된 내용을 분명하게 포함합니다. 여기서 해야 할 것이란 무언가 책임을 지는 사람이 책임을 부과한 사람에게 설명, 답변, 보고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이란 자신이 해야 할 목록을 충실히 이행하였는가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교사에게 있어서 책무성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여러 관점에서 서로 다르게 사용될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수업과 교육에 대해서만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수업을 포함한 학교교육을 이야기하며 종종 책무성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앞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교사의 책무성은 교사가 교육을 충실히 했는지 이해당사자들에게 설명, 답변, 보고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달리말하면 교사의 입장에서 책무성이란 교육의 이해당사자들이 교사들에게 "너희들 학생들 제대로 가르쳤어? 그 증거를 내 앞에 가져와봐!"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해당사자는 누구일까요? 학자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상급기관이나 납세자입니다.
교육청과 같은 상급기관이나 학부모와 같은 납세자들에게 우리가 한 일을 증명해내야 한다니 너무 팍팍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우리가 자주 이야기하는 수업권이라는 용어를 생각해봅시다. 사실, 법적으로는 수업권이라는 개념 대신 일반적으로는 교육권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이 교육권은 교사의 주체적인 권한을 설명하는 개념이 아니라 여러 교육의 주체들이 가지는 권리를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법리상 강조되는 주체는 국가와 학부모입니다. 즉, 교사의 교육의 자유는 학부모의 신탁과 국가권력으로부터 위임된 직무권한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우리 교사들에게 부과된 책무성이란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학부모의 기대와 국가의 기대의 교집합을 이루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해석하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그것이 가르칠 것을 얼마나 잘 가르쳤는가를 설명할 준비라고 봅니다. 그게 체육이건 어떤 교과건, 우리는 그것을 왜 가르쳤는지, 어떻게 가르쳤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가까운 답은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가 가르치고 싶은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것이지요. 이것은 최소한 왜, 어떻게 가르쳤는가를 설명하는 명료한 지침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책무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재미없는 내용이지만 꼭 다루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우리 공동체가 이 개념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아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을 서비스로 본다면 이 개념은 쉽게 받아들일만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을 서비스가 아닌 관계로 본다면 영 거북한 개념입니다. 여러분들도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이 ‘책무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잠시나마 되돌아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