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생의 체육잡설] 우리는 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현장에 내던져졌을까?(1)
주변의 선생님들 중에 체육수업을 하는데 자신이 있냐는 물음에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있는 분들은 몇 분이나 계실까요?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근 현장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놀이 또는 놀이체육이라는 컨텐츠들이 체육수업에 대한 교사들의 낮은 자존감을 반영하는 단적인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체육수업에 자신이 있다면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체육수업 이끌어가거나 교과서의 자료를 바탕으로 수업을 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며, 당연히 놀이에 의존할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놀이는 다른 교과 활동이나 그 이외의 정과외 활동의 한 방식으로 접근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놀이체육이나 놀이라는 이름의 ‘활동’들이 초등학교에 확산되고 있는 것을 교원양성의 실패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에 대해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 시리즈를 통해서 말씀드리는 것들은 온전히 저의 관점에서의 의견일 뿐입니다. 나름 체육 분야에서 수업이나 연구, 행정을 꾸준히 해 왔던 사람의 입장이니 그 부분에 대해서 감안하고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현장에 내던져졌을까요?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말은 전문적이지 않았다는 말과 비슷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일상적인 수준에서 이야기할 때 전문직과 그렇지 않은 직업을 구분하는데 종종 명확한 해석과 처방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법조인이나 의료인들은 해석과 그에 맞는 처치를 하지만 교사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우리 스스로를 낮추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가 준비되지 못한 것이나 전문적인 직업인으로서의 불완전한 위상을 갖는 이유를 다른 데에서 찾고 있습니다. 바로 ‘적절한 이론 교육의 부재’입니다.
너무 안타깝게도 교원양성기관에서 수업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예비교사였을 때 체육 이론들을 제대로 배운 바 없다고들 말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죽어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을 들었다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초등학교 선생님들 중 상당 수는 예비교사 시절 잘 알지도 못하는 체육수업에 대해 마이크로티칭을 했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이론도 없이 학생시절에 겪었던 체육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발표에서 특별한 배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정말 운이 없다면 예비교사들이 배운 이론들은 강사들에게조차 내면화가 안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수업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강사의 강의로부터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이론들을 제대로 배웠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초등교육 현장의 실정에 맞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체육수업의 이론들은 상당부분 외국의 스포츠교육 선진국들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론들은 우리의 사정에 맞게 조정되거나 개선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적절한지는 의문입니다.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이론을 연구하는 사람이 현장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현장을 설명하는 제보자가 엉뚱한 제보를 하는 경우이지요. 연구자나 제보자가 현장의 현상들을 풍부하게 해석하지 못하는 ‘풋내기’이거나 자신의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는 ‘고집쟁이’이거나 혹은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하거나 조작하는 ‘거짓말쟁이’라면 개발되거나 수정된 이론들은 아무짝에 쓸 데가 없어집니다.
물론 우리가 적절한 이론 교육을 받는 것이 준비된 교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수업을 하는 ‘실제’는 ‘이론’과 다르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론이 아무런 쓸모가 없을까요? 이론은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현상을 바라보는 개념적 틀을 갖게 해주며, 교사의 경험적 지식을 쌓는 근거가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적절한 이론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것(배우지 않거나 그 이론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저는 우리 공동체의 문화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이 있습니다. 우리가 초등학교의 체육수업과 관련한 쓸만한 이론을 찾는데 손을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교육의 문제는 언제나 교사의 관심사였고 열정을 투사하는 중요한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현장에 내던져졌을까?(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