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생의 체육잡설] 담임교사로 체육수업을 하는 어려움 해결하기
최근 들어 체육교과를 전담하는 교사를 배정하는 초등학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학년에 배정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작년까지는 6학년만 전담교사가 배정되었고, 올해부터는 5학년과 6학년만 배정되었습니다. 체육교과전담교사를 많이 두면 좋겠지만 문제는 체육수업을 하기 위한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요즘 체육수업의 가장 큰 이슈는 미세먼지입니다. 체육교과전담교사의 체육수업은 부득이하게 체육관에서 이루어집니다. 하나의 체육관을 두고 나눠 써야 할 판이라 체육교과전담교사를 여럿 두는 것은 어렵습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사회적 민감성이 높아짐에 따라 체육전담교사를 많이 둘 수도 없는 구조적인 문제는 당분간 해결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부분의 경우 초등학교의 체육수업은 담임교사들의 몫입니다. 사실, 실내에서의 신체활동 수업이 공기질의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운동장에 나가면 민원이 들끓고, 그렇다고 체육을 하지 않으면 교실이 들끓으니 기상 상황을 봐가며 운동장에 나가서 수업을 하거나 교실에서 제한적으로나 체육수업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담임교사로서 충실하게 체육수업을 하는 것은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수업 준비가 쉽지 않습니다. 체육수업은 수업에 필요한 교구를 배치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한 수업을 마치고 운동장이나 체육관으로 이동하는데도 시간이 들뿐더러 수업을 세팅하는 데에도 시간이 듭니다. 결국 수업 준비가 끝나고 수업을 개시하면 이미 십여 분의 시간이 지나간 뒤가 되어버립니다. 또, 교실로 돌아가기 전에 교구를 정리하는 데에도 시간을 써버립니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교과수업과는 전혀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수업 연구입니다. 요즘 교과서의 내용들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교과전담교사가 아닌 담임교사가 참고하기에는 교사용지도서의 내용들이 복잡하거나 수업에 활용하기에 버거운 내용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적인 활동을 개발하거나 기존 내용을 변형해야 하는데 한 시간 수업을 위해 들이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듭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여러 선생님들은 교육과정과 무관한 놀이 수업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업들은 타당성 면에서 부적절합니다. 교과를 놀이로 대체하는 것은 교사를 비전문가로 대체하는 것과 아이디어 면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제가 드리는 답은 ‘공동체의 힘’을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동학년 선생님들과 수업을 함께 고민하고 준비한다면 이러한 문제들은 예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어떤 내용을 가르칠지 옆 반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들의 풍부한 경험 속에서 대안적인 활동들을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다루어야 하는 수업 제재(스포츠나 게임)의 기능이나 규칙이 복잡하다면 무엇을 빼고 무엇을 더할지 옆 반 선생님과 상의하면 수업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결정된 내용이 있다면 학년 연구실에 게시를 함으로써 공유합시다. 그리고 수업이 끝날 때 마다 수업의 고충이나 개선 사항들을 접착식 메모지에 간단하게 적어 붙입시다. 컨텐츠의 질이 높아질뿐더러 여러분의 안목도 동시에 높아질 것입니다.
이것과 관련하여 시간표를 적절히 배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체육관을 사용하거나 공기가 맑은 날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을 때 수업의 세팅을 함께 준비하고 동학년이 연달아 수업을 한다면 수업 준비와 정리에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각자가 수업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것에 비해 시간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물론 이러한 시간 배열은 앞서 제안한대로 유사한 컨텐츠를 활용하는 경우에만 가능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