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 , 지금부터 Q 2탄] 4. 인사이드 아웃으로 공감교육 시작하기(수업편)
지난 글에서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담긴 교사가 알면 좋을 공감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었다. 마음 시스템의 작동 원리와 원초적 감정, 공감 방법에 대해 이해가 됐으리라 생각한다. 이번에는 같은 영화를 두고 학생들에게 어떻게 수업으로 풀어낼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1. 어떻게 구하지?
우선 영화를 준비해야 한다. 영화를 준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DVD와 파일이 있을 것이다. 네이버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데 네이버 영화는 가격에 비해 편집도 불가능하고 다루기가 여의치 않아(네이버 플레이어 강제 설치 등) 추천하지 않는다. 컴퓨터 파일은 대부분 P2P 사이트 등에서 돈을 주고 구입할 것인데 검색해본 결과 이 영화는 정식 라이선스를 획득한 건 거의 없다. 그래서 깔끔하게 DVD를 추천한다. DVD는 약 2만원 내외의 가격이며 대부분의 학교 도서실에 구비되어 있다. 없을 경우 도서 구입 때 DVD도 신청해 구입하면 된다.
그리고 중요한 건 꼭 더빙 버전을 구해 상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 용어가 많고 생각보다 전개가 빠른 이 영화를 자막 버전으로 보는 건 어른도 쉽지 않다.(공감 교육에 활용하려 할 경우에 말이다.)
2. 언제 틀어서 보지?
많은 선생님들께서 영화를 진도가 다 나간 뒤 남는 시간에 보시거나 전날 과음한 뒤 교사의 안정은 위해(?) 상영하신다.(극히 주변의 경험적인 사례임을 밝힌다.) 하지만 그럴 경우 시간 확보도 쉽지 않고 교육과정에 녹아들기 어렵다. 이번 교육과정의 장점이 뭔가, 바로 ‘성취 기준 달성’에 집중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학년 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학년 국어과에 국어 활동 시간에 미디어를 다루는 곳이 있다. 혹은 인물의 마음, 생각, 감정, 이야기의 3요소, 내용 간추리기, 적으면서 듣기 등 관련 수업을 끌어들이면 된다. 그리고 활동지를 통해 이야기와 캐릭터의 마음, 생각, 감정을 파악하며(주로 말과 행동에서 단서를 찾는) 영화를 보면 된다. 거기다 미술 시간에 표현 관련 단원과 묶는다면 진도 걱정 없이, 수업 시간 결손 없이 볼 수 있다.
3. 끊어서 보기 VS 통으로 보기
영화로 수업을 할 때 영화를 보는 방법에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영화를 통으로 다 보고 후에 느낌, 이야기를 나누거나 중간에 멈춰 가며 교사의 해설을 곁들여 보거나(편집본을 보는 방법도 있다.). 둘 다 장단점이 있는데 이 영화는 후자를 추천한다. 생소하고 어려운 개념이 많이 나와 적시에 설명이 들어가지 않으면 후에 영화를 통째로 곱씹어 되새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이야기의 재미와 스토리라인이 탄탄해 중간에 멈춰도 몰입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이유이다.
4. 어디를 짚어 줘야 하지?
공감 교육과 관련해 영화에서 언급할 만한 장면이 너무나 많다.(그래서 이 영화가 보물 창고다.) 그걸 일일이 다 언급해도 좋지만 그럴 경우 영화가 너무 자주 끊길 수 있다. 그래서 놓쳐서는 안 될 중요 장면을 이야기 하려 한다.
[마음 시스템은 이렇게 움직여](처음)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원초적 감정이 뭐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장면이다. 집약적으로 보여주기에 당장은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영화가 흘러갈수록 보강이 될 테니 언급을 해주는 것이 좋다.
[사람마다 감정 대장이 달라](00:27:37)
엄마, 아빠의 마음 본부가 처음으로 보여 지는데 놀랍게도 감정 대장이 다르다. 엄마는 슬픔이, 아빠는 버럭이가 대장이다. 이는 사람마다 주 감정이 다르며 그래서 같은 상황을 두고도 다른 감정을 가지고 다른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을 설명한다. 우리 주변도 마찬가지다. ‘쟤는 아무렇지 않는 일에 왜 저렇게 화를 내지?’, ‘쟤는 뭐가 부끄럽다고 말도 못하는 거지?’ 등 친구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 이것을 떠올리면 된다. ‘쟤는 나랑 감정 대장이 다르구나. 그래서 다른 감정이 버튼을 누르는 거야.’
관련 장면은 영화 엔딩 크레딧에 더 풍부하게 나온다.
[로켓을 뺏겨서 안 됐다......](00:48:35)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다른 모든 장면에 대한 언급을 다 빼먹어도 이 장면은 안 된다. 기쁨이와 슬픔이가 타인의 슬픔에 대처하는 방식의 차이를 보여준다. 기쁨이는 회피, 문제 해결, 설득, 슬픔이는 공감과 위로. 기쁨이와 슬픔이가 슬픔에 대처하는 모습은 영화 중간 중간에 수차례 나타난다. 중간에 멈추고 언급할 경우 간단하게 이 정도의 비교만 언급하고 영화가 끝난 뒤 느낌과 생각을 나눌 때 다시 언급하는 것이 좋다.
[감정은 포기 되는 게 아냐](00:50:25)
위기의 상황에서 소심이가 포기하고 도망가려 하지만 본부에게 탈출하지 못한다. 그 때 까칠이가 회심의 한 마디를 날린다.
“감정은 포기 되는 게 아냐.”
기쁨이가 처음에 소심이를 가둬두려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감정도 포기하거나 없앨 수 없다. 감정을 없애려는 이유는 그 감정이 부정적이고 나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쁜 감정’은 없다. 감정이 어떤 판단과 행동을 야기할 때 그 경험이 부담스럽거나 부정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특정 감정을 부정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두 번 째 글에서 이야기 했듯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은 ‘처리 되지 않은 감정’은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 학생들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인식 중 하나가 이거다.
‘감정은 없앨 수 없고 나쁜 감정이란 없다. 다만 감정을 더 잘 알고 다룰수록 나도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까지 행복하게 할 수 있다. 다룬다는 건 참는 게 아니다.’
[라일리는 니가 필요해](01:09:03)
라일리가 가출하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기쁨이는 슬픔이에게 부탁한다.
“라일리는 니가 필요해.”
이는 감정을 충분히 다루어야 하며 그게 슬픔이의 역할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도 커간단다.] (01:24:25)
엔딩 즈음에 라일리는 새로운 마음 계기판을 얻는다. 더 많은 버튼과 화려한 색상이 눈에 띈다. 버럭이는 멋진 욕을 할 수 있다면 좋아하며 까칠이는 패션 버튼에 환호한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버튼, ‘사춘기’ 버튼이 있다. 5~6학년 쯤 되면 학생들은 사춘기를 겪기 시작한다. 그럴 때는 학생들 자신도, 어른들도 ‘도대체 왜 이래?’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그만큼 예측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말과 행동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 모두 사춘기 버튼 때문이다. 청소년기에 세로토닌이 60% 이하로 줄어 그렇다는 어려운 설명 말고 ‘너네도 너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 사춘기 버튼을 막 눌러서 그래. 누구나 다 그맘때 그런 거야. 너희가 나쁜 아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마음이 커가는 과정이야. 괜찮아.’ 라고 위로해준다면 까칠한 녀석들도 미소 짓지 않을까?
5. 어떻게 시작하지?
연극판에는 이런 말이 있다.
‘처음 5분 안에 관객을 빨아들이지 못하면 연극은 망한다.’
비단 연극뿐이랴? 영화, 뮤지컬, 책, 강의 등 모든 공연, 매체, 컨텐츠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공감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영화를 대하는 몰입도가 달라진다.
“자, 지금부터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볼 거야. 영화 본다고 노는 거 아니다. 떠들거나 딴 짓하지 말고 잘 봐. 정말 중요한 거니까.”
이렇게 마른 오징어처럼 건조하게 다가가지 말자. 피데기처럼 촉촉하게 입술을 열면 입안을 공감의 풍미로 채우기 더 수월하다. 팁은 간단하다. 실제 교실 상황과 연계하면 된다.
“(친구들 간에 다툼이 있은 뒤) 여러분 OO이와 XX이 사이에 다툼이 있었어요. OO아, 너는 XX이 마음이 다 이해가 되니? XX이는 OO이가 왜 그랬는지 다 이해가 돼? 그래, 어려울 거야. 선생님도 그렇거든. ‘아니, 왜 이만한 걸로 이녀석들은 저렇게 싸우는 거야?’. 그런데 있잖아, 이게 OO이나 XX이가 잘못해서도, 혹은 선생님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래. 우리 마음에 사는 감정이라는 아이들이 원래 그렇게 작동을 한 대. 마음속에서 감정들이 버튼을 막 눌러서 이렇게 된 거야. 그럼 상대의 마음을, 그 속의 감정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어떨까? 그렇지. 친구를 이해하기 엄청 쉽겠지? 싸움도 줄어들 거야. 지금부터 선생님이 그것과 관련된 영화를 보려해. 이 영화에 마음에 대한 답이 나와 있으니 같이 집중해서 볼까?”
6. 활동 구성은 어떻게?
[내용 파악하기]
국어 교과서처럼 각 감정이 하는 일, 사건의 전개 등 사실 확인 수준의 질문으로 내용을 파악한다.(활동지)
[인물의 말과 행동으로 마음 파악하기]
인물의 말과 행동을 통해 그 순간 캐릭터의 마음을 파악하는 것이다. 주요 캐릭터를 설정해놓고 해당 캐릭터의 말과 행동을 단서로 찾는다. 다만 그냥 하게 하면 학생들이 대사를 다 적지도 못하고 찾지 못해 헤맨다. 그래서 하기 전에 ‘캐릭터 별로 가장 기억에 남는 말과 행동 하나만 하면 된다.’라고 말해주는 게 좋으며 워딩 그대로 똑같이 적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주면 된다.(활동지)
[내 마음 본부 표현하기]
1) 막대그래프로 나타내기
저학년에 적절하다. 하나의 막대그래프에 자신의 감정 다섯이 차지하는 비중만큼 칸을 나누고 캐릭터를 그리게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쓰면 된다.
2) 그림 / 만들기로 나타내기
내 마음 본부를 그림이나 만들기로 표현한다. 이 때 결과물에서 각 캐릭터의 크기, 묘사 수준을 보면 그 아이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크게 작용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3) 감정 카드 만들기
16절 1/4 정도의 크기 종이에 각 감정을 카드로 만든다. 한 면은 캐릭터 그림, 뒷면은 언제 이 감정이 버튼을 누를 것 같은지 상황을 적는다. 이 카드는 버리지 않고 추후 감정, 공감 교육 활동에 활용해도 좋다.
[느낌 / 생각 나누기]
어떤 활동이나 그렇듯 마지막에 느낌과 생각을 나누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 제대로 이루어져야 다음 활동을 위한 적절한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 던질 질문은 다음 정도가 있다.
Q1. 어떤 감정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그 이유는 뭔가요?
Q2.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들었나요?
Q3.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대사는 뭔가요?
Q4. 이 영화가 나의 발전(혹은 우리 반의 발전)에 어떤 점이 도움이 될까요?
Q5. 이 영화를 친구에게 추천하고 싶다면 그 이유는 뭔가요?
7. 어떻게 정리하지?
느낌, 생각 나누기에서 / 혹은 활동 중간에 영화에 대해 교사가 설명하면서 빠뜨리지 않아야 할 설명이 있다. 요청이 있어 활용하기 쉽게 개괄식으로 적지 않고 스크립트 형식으로 적는다.
“(마음의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한 뒤) 어떤 친구가 소리를 질렀다고 생각해볼까? 그 친구가 소리를 지른 건 누가 버튼을 눌렀기 때문일까?(버럭이요) 그렇지. 버럭이가 버튼을 누르는 순간 ‘소리를 지른다.’라는 전구가 반짝이며 행동을 한 거야. 그렇다면 그 상황을 어떻게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을까?(버럭이가 버튼에서 물러나면 돼요) 맞아, 그 상황은 그 친구가 나쁜 친구라서가 아니라 버럭이가 버튼을 눌러서 생긴 일이야. 버튼을 떼면 아무 문제가 없지. 그러면 그 친구의 버럭이가 버튼에서 손을 떼도록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위로해줘요, 떼라고 말해요 등) 좋은 방법들인데 사실 영화 속에 정답이 있었어. 바로 슬픔이가 한 방법이지.
기쁨이는 다른 사람이 슬프거나 화가 났을 때(특히 빙봉이가) 어떻게 행동했지?(말을 돌렸어요, 웃기려고 했어요 등) 맞아, 그게 빙봉이에게 효과가 있었니?(아뇨) 우리는 다른 사람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기쁨이처럼 많이 행동하는데 실제로 효과를 못 보는 경우가 많아, 왜 그럴까? 여러분이 빙봉이라면 왜 기쁨이의 행동들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낄까?(자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요, 듣고 싶은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서요)
그에 반해 슬픔이는 빙봉이에게 어떻게 했니?(위로해줬어요, 공감해줬어요 등) 그래. 슬픔이는 억지로 빙봉이의 슬픔을 없애려고 하지 않았어. 그냥 그 슬픔을 ‘알고 말해줬지’. ‘슬프겠다. 안 됐다.’ 그랬더니 빙봉이가 어떻게 됐니?(처음에는 더 슬퍼하다 곧 힘을 냈어요) 그래, 왜 그럴까?(위로 받아서 힘이 났을 것 같아요) 맞아, 이처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고 말해주는 걸 ‘공감’이라고 해. 감정을 공유한다는 거지. 퀴즈라고 생각하면 돼. ‘이 친구의 마음 계기판 버튼을 지금 누르고 있는 감정은 누구일까?’ 그 정답을 읽고 말해주면 된단다. 그게 바로 공감이고 위로지. 여러분은 친구들이 자신에게 기쁨이처럼 해줬으면 좋겠니, 아니면 슬픔이처럼 해줬으면 좋겠니?(슬픔이요) 그럼 친구들은 너희가 어떤 친구가 되기를 바랄까?(공감해주는 친구요)
그래. 그런데 막상 공감하려고 하면 또 쉽지가 않아. 친구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잖아? 그런데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바로 감정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마음을 추측해보는 연습을 하는 거야. 그 구체적인 공부를 ‘공감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선생님과 해보려 한단다.“
8. 놓치지 말아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실수가 있다. 영화 속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내느라 정작 영화 자체의 매력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몇 개의 원리를, 설명을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그건 차츰 차츰 채워나갈 부분이다. 이 영화를 오롯이 느낀 학생들은 자신의 마음 속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에 무척 큰 흥미를 보인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법이니까.
영화를 본 뒤 공부에 흥미가 덜한 한 녀석이 나에게 한 말이 있다.
“선생님, 국어, 수학은 싫은데 마음공부는 하고 싶어요.
제 마음은 어떨까요?”
이 한 마디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학생들 마음 본부에 ‘알아보고 싶은데?’라는 전구가 반짝이게 하는 것, 이거 하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