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 지금부터 Q 번외편 2] 3. 플랫폼(1) - 마음 가짐
앞 글에서 길을 정했다. 이제는 그 길에 발을 디딜 순간이다. 언텍트 소통은 플랫폼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공간을 공유하지 않으니, 다른 플랫폼을 활용해 공유분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을 먼저 다루고자 한다. 그리고 플랫폼에 접근하기 위한 전제 조건들이 있다.
1. 플랫폼이 소통을 보장하지 않는다.
에듀 테크라는 컨텐츠를 다룰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플랫폼을 포함하는 에듀테크들은 새롭다. 사람들이 모르는 방법을 소개하고, 세상에 없던 기술적 가능성과 효율성을 자랑한다. 마치 구한 말 ‘신문물’처럼 기존의 교실을 강제로 개항하려 하는 것 같다. 압도적인 기술력과 화력을 바탕으로 말이다.
물론 일부분 인정한다. 플랫폼의 수월성이 돋보이는 경우도 많고, 플랫폼 자체가 하나의 생태계가 되어 유기적인 발전과 진보를 이루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플랫폼의 본질은 도구다. 우리가 비싼 외제차를 탄다고 해도 그 차가 나의 자아를 실현시켜주거나 행복을 찾아주는 것은 아니다.(요즘 세태에는 되려나???) 2천만 원짜리 차는 도로를 달리고, 2억짜리 차는 하늘을 날지도 않는다. 결국 그 차로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많은 온라인 교육에 대한 논의는 ‘어떤 교육을 하는가?’보다는 ‘무엇으로 교육하는가?’에 치중된 모습이다. 줌(Zoom)으로 쌍방향 수업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줌(Zoom)을 통해 어떤 방법으로, 어떤 수업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본말이 전도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2. 낯섦이 평가를 절하할 수 없다.
반대로 치우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소통을 위한 플랫폼을 이야기할 때 상당수는 새롭고 낯선 것들이다. 인간은 누구나 낯선 것을 경계하고 싫어한다. 낯선 것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고, 이런 불확실성은 나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긍정적인 도전 정신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낯섦에 도전하는 것이 중요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지금 그런 여유와 권장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넘쳐나는 새로움에 던져졌고, 그 깊은 바다에서 허우적대며 생존해야 한다. 튜브를 잡을지 말지가 아니라, 어떤 튜브를 어떻게 잡을지가 당면한 과제라는 의미다.
낯섦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평가절하다.
‘저런 거 해봤자 별 거 없어.’
‘나는 내 방식대로 잘해왔으니까 굳이 저런 게 필요하지 않아.’
‘누가 그러던데 요란스럽기만 하지 효과는 별로래.’
이런 소극적인 태도는 교사로서 지극히 경계해야 할 태도다. 세상은 눈이 휘둥그레 해지도록 변하는데 학교는, 교실은 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교육자로서 무책임한 모습일 뿐이다. 내가 가만히 있고 세상이 앞으로 나아간다면, 나는 결국 뒤처지는 게 된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주도 세력의 질주? 새로운 플랫폼에서 허둥대는 나의 모습? 주변과의 비교? 나에게 낯설다는 것이 결코 가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리고 그 가치는 해봐야만 확인할 수 있다. 시도는 피드백을 낳지만, 사전평가는 자기 합리화만 낳을 뿐이다.
3. 완벽한 시작은 없다.
학급 살이나 대화법에 대한 강의를 하면 많이 듣는 피드백이 있다.
“알려 주신 것 완벽하게 외워서 익숙해지면 바로 해보겠습니다.”
“이번에는 늦었고, 내년에는 아예 처음부터 해볼게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장담하건대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머릿속에 완벽한 시작을 꿈꾸기 때문이다. 완벽한 시작은 없다. 아니 있을 수 없다. 교육은, 소통은 쌍방향이다. ‘나’라는 변수 외에 ‘학생’, 그리고 ‘환경’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이 요인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앙상블이 교육이고 소통이다. 그런데 내가 완벽하다고 결과가 완벽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학생과 환경이 빠진 완벽한 시작이 있을 수 있겠는가?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하면 꼼꼼하게 설명서를 살피고, 우수 사례들을 연구하며, 사용법을 동영상으로 완벽하게 숙지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완벽에서 시작하더라도 결국에는 새로운 변수를 만나게 되고 허둥대기 마련이다. 세계적인 기업 나이키가 괜히 슬로건을 이렇게 정한 게 아니다.
Just Do It
그냥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 줌(Zoom) 사용법? 일단 들어가서 좌충우돌하다 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도 많고, 교육자나 개발자가 아닌 교사 입장에서 실제로 사용하다 보면 보이는 부분도 부지기수다. 두려워하지 말자.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장담하건대 온라인 플랫폼의 대항해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다를 제패한 항해왕, 해적왕 따위 아직 없다. 소프트웨어 선도 교사들? 에듀 테크 관련 교사들? 결코 잡을 수 없을 만큼 달아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좋은 동반자이지, 추앙할 수준의 신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무조건, 그냥 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