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 지금부터 Q 번외편 2탄] 2. 길 정하기
1편에서 ‘길을 잃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길을 잃었다면 당연히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길은 목적지를 향하게 되어 있고, 결국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리고 우리가 향하는 목적지는 ‘소통’이다. 하지만 그 목적지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길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걷는 오솔길이 좋을지, 빠른 시간에 도착하는 지름길이 좋을지, 여러 사람과의 만남이 있는 인도가 좋을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 컨텍트(contact)의 효과 회복
이번 시리즈 모든 글은 소통이 가치 있고, 컨텍트의 시대에는 그 효과가 분명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마스크 없이 마주 보고 식사하는 동안 나누었던 이야기들, 운동장을 함께 걸으며 떠들었던 수다, 다툰 친구들을 마주 보게 한 뒤 가졌던 회복과 화해의 시간, 하이파이브와 포옹에서 오가던 체온, 그 모든 것의 가치와 영향을 우리는 기억한다. 따라서 단순하면서 큰 줄기는 잃어버린 컨텍트 시대 소통의 효과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컨텍트로 돌아갈 수 없다면 컨텍트를 만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2. 다양한 플랫폼 전략
랜선 만남이 오프라인 만남을 대체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다. 이미 기술은 언텍트 시대를 상상이 아닌 현실로 만들 만큼 발전했다. 다만 현실에서 오프라인 만남이 가지는 가치와 편리함을 압도하지 못해 제한된 영역에서 활용되었을 뿐이다. 인간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은 안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랜선 만남이 ‘해야 되는’ 일이 되었다. 다양한 플랫폼을 알아보고, 활용해야 한다. 기존에 활용하던 것들도 있고,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다. 그리고 플랫폼 또한 코로나 19를 계기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플랫폼이 만남, 소통이라는 가치의 본질은 바꿀 수 없지만, 질은 바꿀 수 있다.
3. 초대하기
모든 소통은 상대에 대한 초대로 시작한다. 그리고 상대가 초대에 응하면 대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야기 좀 하게 남아.’, ‘너 이리 와바.’에서 시작하는 일방적인 소통은 대화라기보다는 설교에 가깝다. 그래서 소통은 처음부터 기다림을 요구한다. 랜선 소통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더 어렵다. 소통의 메시지를 만들기도, 전달하기도, 반응을 확인하기에도 훨씬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그러다 보니 ‘초대’와 ‘인정’이라는 소통의 본질을 잊고 소통의 속도와 양에 집착하기 쉽다. 대답을 빨리 했는지, 내용을 내가 많이 전달했는지에 매달리다 보면 점차 마음은 멀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팍팍하고 바쁜 현실이지만 일단 상대를 랜선 소통에 초대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4. 꾸준히 던지기
일전에 ‘던지기’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s://www.educolla.kr/bbs/board.php?bo_table=Author_DoDaeyeong&wr_id=179
사소해 보이지만 던지기의 힘은 대단하다. 나는 던지기를 잘하는 사람은 관계에서 10점은 먹고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던지기에서는 끈질김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학생에게 의견을 묻거나 과제를 확인하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다고 치자. 많은 교사들은 ‘왜 반응이 없어? 성실하지 못해서 내 메시지에 집중하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추측일 뿐 사실이 아니다. 학생은 메시지를 봤지만 적절한 답을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혹은 다른 과제를 하느라 깜빡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완벽하게 해낸 뒤 답을 보내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교사는 이런 가능성을 읽어낼 수 없다. 언텍트이기 때문이다. 문자는, 언어적 신호는 그래서 위험하고 제한적이다.
그래서 랜선 소통에서는 교사가 꾸준히 던지기를 할 필요가 있다. 명탐정 코난으로 빙의해 상황을 추측하지 말고, 상대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냥 계속 던지면 된다. 관계는 결국 질 높은 소통의 양에 비례하게 되어 있다. 기술은 시간을 줄이거나 효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뿐 본질을 바꾸지 못한다. 담대하게, 꾸준히 던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