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화 : PDC로 학급 세우기(1) - Past & Future
지난 시간, 왜 PDC가 교사들을 홀리고 있는 지
그리고 PDC가 추구하는 바, 교사의 4가지 유형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한 가지 유형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교사는 잘 없으며 거의 매일 이 유형에서 저 유형을 오가며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다.
그렇다면 PDC를 생활화하여 민주적인 교사, 친절하며 단호한 교사로 거듭나고 싶은데 무엇부터 해야 할까?
우선 책을 펼쳐 보면 PDC의 개론, 다양한 활동, 다양한 사례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그 매력에 빠져 열심히 탐독한 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나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뭔가 새롭고 굉장히 좋은 것 같은데 ‘정확히 뭘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다. 마치 참고서 100권과 노트북을 준 다음에
‘자율적으로 공부 해.’
라고 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PDC 전문가(?) 혹은 먼저 해본 사람들이 추천하는 방법대로 진행해볼까 한다. 가장 먼저 학급 세우기를 PDC로 해보는 것이다.
3월 첫 주, 많은 선생님들이 1년을 살아갈 우리 반의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자 한다. 2월부터 야심차게 준비한 컨텐츠들을 짜잔~하고 풀어서 학급에 임상실험을 해보는 것도 이 시기이다. 하지만 이런 활동의 다수는 교사가 열심히 공부하고 교사가 열심히 준비해서 교사가 던져주는 것들이다. 하지만 PDC에서는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자존감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학급 구성원의 한 명인 교사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전달하는 방식을 추천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 아무리 좋은 컨텐츠라도 학생들 입장에서는 ‘선생님이 시킨’ 것이 되기 때문에 주도성과 자발성을 가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금부터 PDC 야매 덕후의 입장에서 중요한 마음가짐 하나를 전달하고자 한다.
‘나도 학급의 1/N이다. 물어보자. 아이들에게. 의외로 얘들, 똑똑하다. 그리고 이상한 답을 내놓더라도 해보고 수정하는 게 좋은 답을 내가 던져주는 것보다 훨씬 낫다.
- 교사(1)보다 언제나 교사(1) + 학생(N)이 더 크다.‘
Past & Future란 활동은 사실 거창한 활동이 아니다. 다만 교사의 입장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학생들 입장에서 당연하지 않을 수 있고, 설사 둘 다에게 당연하더라도 정리해 눈으로 확인하고 공감하는 힘을 느끼자는 입장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급을 세우기 위해 이어지는 활동의 기초가 된다.
다음은 학년 초에 우리 학급에서 했던 Past&Future활동을 정리한 것이다. 참고로 하시길^^
http://blog.naver.com/jeross09/220290537401
우선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한다.
“그동안 너희들이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 학교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아서 쌤을 만나서 고맙다. 박수!”
“오늘은 우리가 1년이라는 긴 항해를 출발하는 역사적인 날이야. 그런데 배를 띄우기 전에 네비를 제대로 안 찍으면 어떻게 될까?”
“엉뚱한 곳으로 가요!”
“그렇지. 그래서 네비도 한 번 잘 찍어보고, 항해하는 동안 어떻게 해야 즐겁고 행복한 유람선 여행이 될지, 어떻게 하면 지옥의 참치 잡이 원양어선이 될지 생각해보려고 해.”
“그동안 5년을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반을 떠올려 볼까? 그 반의 특성을 간단하게 말해주길 바랍니다.”
“아이들이 서로 거짓말해요.”
“선생님이 무서워요.”
“왕따가 있어요.”
“시끄러워요.”
“편을 갈라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이런, 그런 반에서 사느라 고생했네. 그 반에서 살면서 어땠니?”
“힘들었어요.”
“빨리 끝나기를 빌었어요.”
“그랬구나. 그럼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런 반의 특성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붙여볼까?”
브레인라이팅을 해서 칠판의 절반에 붙인다.(칠판 가운데 선을 하나 긋는다.)
다 끝나면 교사가 하나하나 확인하며 유목화 하고 정리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학생들과 함께 확인하고 공감한다.
“그럼 우리 반이 1년 동안 이런 반이었으면 좋을 것 같은 사람?”
“헐, 미쳤어요?”
“싫어요!”
경기를 일으키는 녀석들.
“좋아, 그럼 이런 반 말고, 1년 동안 어떤 반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생각나는 특성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붙여주세요.”
마찬가지로 포스트잇에 적어서 칠판 나머지 절반에 붙인다. 다 붙이고 나면 교사가 다시 내용을 확인하고 유목화 한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내용에 대해 나누고 공감한다.
“앞의 특성들, 우리가 가고 싶지 않은 그런 반을 우리는 Past라고 할거야. 과거의 반이라는 뜻이지. 과거에 이런 힘든 기억들이 있다는 게 싫을 수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어. 이 과거를 바탕으로 더 멋진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거야. 뭘까?”
“미래요!”
“그래, 그래서 이 쪽은 Future야. 그럼 물어볼게. 너희가 앞으로 살 건 과거니, 미래니?”
“미래죠!”
“그래,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어. 그런데 선생님이 바꿔주지는 못해. 선생님은 도와줄 수 있어. 누가 바꿀까?”
“우리요!”
“맞아. 그래서 이 Future에서 우리가 1년 동안 바라보며 향하고 싶은 것들을 몇 개 뽑아볼까 해. 일종의 네비 목표지점이라고 할까?”
그런 뒤 유목화 한 future의 내용을 카테고리화 해 몇 개의 덕목, 혹은 가치를 도출한다. 그러면 그것이 학급에서 가져 갈 미래의 중요 가치가 되는 것이다.
어떤가? 사실 별 거 아닌 활동이다. 과거에 어땠고, 1년 동안 어떤 학급으로 만들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 활동이 가지는 힘은 함께 하는 부분에서 나온다. 누구나 ‘당연히’ 추구한다고 여기는 가치를 전제하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가 없을 때 어떻게 힘들고, 그 가치가 있다면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공동체의 구성원 전체가(교사까지) 그것에 동의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한 지점을 바라본다. 사방에 퍼져 있던 시선이 이미 한 쪽으로 모이는 순간 ‘하나’라는 틀의 기초가 닦이는 것이다. 그것이 이 활동의 매력이다.
FAQ.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 하기 나름. 넉넉잡아 한 시간 정도는 꼬박 소요된다. 오래 나눌수록 공감은 깊어진다.
포스트잇 안 써도 되나요?
- 말로 해도 좋지만 꼭 정리해서 함께 볼 수 있어야 한다.
교사가 원하는 가치 덕목들이 안 나오고 엉뚱하게 가면 어떡하나요?
- 충분한 나눔이 먼저 일어나면 그런 경우는 없다. 다만 교사도 구성원의 하나이니 자신의 생각을 똑같이 적어 넣을 수 있다. 단, 특권을 누려서는 안 된다.
내년 3월 첫날 써봐야겠어요.
- 그럴 필요 없다. 3월 처음에 하면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당장 새롭게 시작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