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 , 지금부터 Q] 3. 경청을 해야하는 이유
‘상처 받은 영수’ 활동을 통해 말의 힘을 느껴 보았다. 말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을 알았으니 이제 대화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고 깊게 접근하려 한다.
대화 능력을 단순하게 나눈다면 ‘말하기’와 ‘듣기’로 나눌 수 있다. 그렇다면 말하기와 듣기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예전에는 말하기 능력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 똑똑하고 공부를 잘하는 것으로 여겨질 만큼 말하기 능력이 강조된 것이 사실이다.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이 그랬고 중국의 제자백가가 그랬다. 그래서 우리가 어릴 적만 해도, 아니 불과 5년 전만 해도 ‘말하기·듣기’라는 제목의 과목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듣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자신을 드러내는 말하기에 지친 사회가 듣는 자세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경청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교육계를 휩쓸고 있다. 그래서 ‘국어’로 바뀌기 전에 ‘말하기·듣기’가 ‘듣기·말하기’로 바뀌기도 했다. 말하기와 듣기의 시소게임에서 듣기가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것은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과정이고 듣는 것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듣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며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은 굉장히 창조적인 과정이다. 왜냐하면 듣는다는 것은 상대의 말을 내가 정확하게 파악했느냐도 중요하지만 내가 열심히 듣고 있음을 상대에게 인식 시키느냐 못하느냐도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관계 면에서는 후자가 더 큰 영향을 발휘한다. 따라서 말을 적절한 표정, 행동,리액션을 가미하지 않으면 건강하고 효과적인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말을 하는 사람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실어 보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감정이 받아들여지고 공감 받는다고 생각할 때 상대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은 듣는 사람의 인지 능력보다는 ‘태도’에 의해 결정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왜 경청하지 않는 것일까? 상대에 대한 예의가 없어서 일까?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학생들이 보이는 문제 행동의 상당수가 의도했다기 보다는 ‘몰라서’인 경우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사가 설명한 내용을 여러 번 질문해서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경우에는 교사를 화나게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행동할 경우 교사가 힘들다는 걸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무심코 하는 경향이 크다. 경청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에게 경청을 해야 하느냐 하지 않아도 되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해야한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그건 느껴서 나온 대답이 아니라 학습해서 내놓는 도덕적 대답의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생들이 경청이 필요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자발적인 경청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소통 게임]
본 활동은 국어교과연구회에서 연구한 활동을 재구성한 것이다. 경청의 필요성을 느끼는 계기가 되며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준비 : 교실-복도처럼 분리된 공간, 캠코더 혹은 핸드폰
1. 도입하기
*교사 : 여러분, 대화를 할 때 가끔 상대가 내 말에 동의해주지 않아서 아쉬웠던 경험이 있나요?
*학생 : 저는 비스트가 좋은데 친구가 별로라고 했어요 등
*교사 : 그래요, 그럼 상대를 내가 원하는 대로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학생 : 좋아요 /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교사 : 사실 그런 비법이 있어요. 이와 관련된 활동을 오늘 해볼까 해요.
2. 팀 나누고 1세트 준비
*교사 : 우선 두 명이 짝이 되어 가위 바위 보를 해요. 이긴 사람은 ‘설득하는 사람’, 진 사람은 ‘듣는 사람’이 되겠습니다.활동을 하는 방법은 선생님이 주는 주제에 대해 설득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을 설득해서 주어진 시간 내에 동의를 받으면 이기는 겁니다. 이 때 듣는 사람은 상대의 말에 설득력이 있으면 머리 위로 큰 원을 그려 동의하면 됩니다.
*학생 : 주제가 뭔데요?
*교사 : 주제는 ‘역할 활동(청소)은 마치고 해야 한다.’입니다. 그런데 그냥 하면 안 되니 연습할 시간을 줄게요. 우선 설득하는 사람들은 선생님을 따라 복도로 나오기 바랍니다.
*설득하는 학생 : (복도로 나옴)
*교사 : (작은 목소리로) 여기서 상대를 설득할 연습을 할 거에요. 무작정 동의해달라면 상대는 동의해주지 않겠죠? 적절한 근거와 상대가 혹할만한 이야기를 생각해서 말하는 연습을 하세요. 3분 줄게요.
*설득하는 학생 : (연습 시작)
*교사 : (복도에 설득하는 학생들을 둔 뒤 교실에 다시 들어와서) 사실 여러분에게 비밀 미션이 있어요. 조금 있다가 친구들이 들어와서 설득하려고 하면 아예 듣지 않으면 됩니다. 딴청을 부리고 다른 행동을 하고 쳐다보지 않고 말을 끊고 이야기해요. 최대한 리얼하게 하고 비밀을 지켜 상대가 믿게 해야 합니다.
3. 1세트 설득대결
*교사 : (복도의 학생들을 들어오게 한 뒤) 그럼 지금부터 설득대결 1세트를 진행하겠습니다. 시간은 2분입니다. 시작.
*설득하는 학생 : 나는 청소는 마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듣는 학생 : (쳐다보지 않고 다른 행동을 하고 말을 끊는 등의 행동을 함)
*교사 : 그만. 2분이 지났어요. 설득에 성공한 사람 손들어 볼까요?(없음) 왜 성공하지 못했나요?
*설득하는 학생 : 얘가 제 말을 듣지 않아요 / 뒤의 친구랑 장난쳐요 등
*교사 : 아니에요. 실패한 이유는 설득하는 능력이 부족해서였어요. 그럼 이제 선생님이 설득의 비법을 알려줄게요. 설득하는 학생들 다시 선생님을 따라 복도로 나오세요.
4. 2세트 준비하기
*교사 : (복도에서 설득하는 학생들에게) 지금부터 선생님이 설득의 비법 세 가지를 알려줄게요. 첫째는 눈 마주치기에요. 말을 하기 전에 상대와 두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해요. 두 번 째는 스킨십이에요. 스킨십은 상대의 마음을 열죠. 그래서 말을 할 때 그냥하지 말고 손으로 가볍게 상대의 팔이나 어깨를 잡으며 이야기해요. 마지막은 정리에요. 시간이 10초 정도 남았을 때 ‘다시 한 번 말하면’이란 말을 하고 주장을 한 번 더 말하는 거예요.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연습할 시간 3분을 다시 줄게요.
*설득하는 학생 : (연습)
*교사 : (복도에 설득하는 학생들을 둔 뒤 교실에 다시 들어와서) 이번에는 새로운 비밀 미션이에요. 친구들이 들어와서 설득하면 그 이야기를 최대한 잘 들어주세요. 눈을 쳐다보고 몸을 친구를 향해요. 끄덕여 주고 맞장구도 쳐줘요. 친구가 이야기하는 동안 먼저 말을 해서 말을 끊지 않아요. 그리고 시간이 다 되어갈 때 쯤 동의하면 됩니다. 물론 비밀을 지켜야 합니다.
5. 2세트 대결
*교사 : (복도의 학생들을 들어오게 한 뒤) 그럼 지금부터 설득대결 2세트를 진행하겠습니다. 시간은 2분입니다. 시작.
*설득하는 학생 : 있잖아, 내 생각은…….
*듣는 학생 : (눈 쳐다보기, 끄덕끄덕, 맞장구, 침묵 등)
*교사 : 자, 설득에 성공한 사람?(대부분의 팀이 손을 든다.) 우와, 아까와 달리 많은 친구들이 성공했네요. 어떻게 그게 가능했나요?
*설득하는 학생 : 아까는 친구가 딴 짓하고 듣지 않았는데 지금은 쳐다보면서 잘 들어줬어요 / 선생님의 비법 덕분이에요 등
*교사 : 사실은 이 게임 속에 비밀 미션이 있었어요. 이 게임은 설득하는 비법을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경청을 해야 하는 이유를 느껴보기 위한 게임이었어요. (비밀 미션을 공개한다.)
6. 경청의 필요성 이야기하기
*교사 : 1세트 때 친구들은 어떤 태도로 들었나요?
*설득하는 학생 : 듣지 않고 딴 짓 했어요 / 친구들이랑 장난쳤어요 등
*교사 : 그 때 기분이 어땠어요?
*설득하는 학생 : 엄청 나빴어요 / 속상했어요 등
*교사 : 그런데 2세트 때는 듣는 친구들의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나요?
*설득하는 학생 : 쳐다보면서 잘 들어줬어요 / 맞장구를 쳐줬어요 등
*교사 : 그 때 기분이 어땠나요?
*설득하는 학생 : 좋았어요 / 뿌듯했어요 등
*교사 : 그럼 여러분은 1세트 때 친구 같은 사람과 2세트 때 친구 같은 사람 중 누구와 대화를 계속 하고 싶나요?
*설득하는 학생 : 1세트요
*교사 : 그렇다면 친구들은 여러분에게 1세트 친구 같은 모습을 바랄까요, 2세트 친구 같은 모습을 바랄까요?
*설득하는 학생 : 2세트 친구요
7. 다지기
*교사 : 맞아요. 경청을 하면 상대의 이야기를 더 잘 들을 수 있고 상대가 ‘아, 이 사람이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구나.’라는 생각을 해서 더 관계가 좋아질 수 있어요. 하지만 상대방이 경청을 하지 않으면 무척 속상하겠죠? 선생님도 마찬가지예요.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이야기할 때 여러분이 경청해주지 않으면 속상하고 힘이 빠져요. 오늘 활동을 통해 느낀 점을 생각노트에 적어 봅시다.
Q. 설득하는 비법 세 가지는 정말 효과가 있나?
사실 설득하는 비법 세 가지는 학생들을 그럴싸하게 속이기 위해 내가 지어낸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저 비법이 실제로도 효과를 발휘하는 걸 보았다. 부차적으로 설득하는 비법을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Q. 팀은 가위바위보 결과대로 그냥 나누면 되나?
순수하게 그 결과대로 나누면 되지만 조금 더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 있다. 이긴 사람과 진 사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평소에 경청을 잘 하지 않아 갈등을 자주 일으키는 학생이 속한 쪽을 슬쩍 설득하는 사람으로 넣으면 좋다. 그 효과는 두 배가 될 것이다.
Q. 듣는 역할을 한 학생은 느낄 기회가 없는데?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보면서 느끼게 된다. 그러나 조금 더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하고 싶다면 캠코더로 경청하지 않는 모습을 녹화한 뒤 보여주거나 역할을 바꾸어 한 번 더 하는 것도 좋다.
경청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만 해도 큰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그 마음이 실천으로 이어진다면 더 좋지 않을까? 그래서 다음 주에 올릴 ‘경청을 실천하는 학급 만들기’와 연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N.Q 지금부터 Q]
1. 당신이 가져야 할 7가지 마음
2. 말의 힘 느끼기
3. 경청을 해야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