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화 : PDC로 학급 세우기(2) - 동의와 가이드라인
지난번에 Past & Future 활동으로 힘들고 있고 싶지 않았던 과거의 학급 모습과 그걸 바탕으로 우리가 만들어가고 싶은 학급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 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공동체가 함께 나아갈 목표점에 네비를 딱! 찍었다. 사실 이 Past & Future 활동을 하고 나서 그 결과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학급 덕목, 혹은 가치를 명시화해서 교실 앞에 게시하고 1년 동안 활용하기도 하고 버츄 프로젝트 등과 연관시키기도 있다. 혹은 학급 규칙을 만들 때 참고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다른 활동을 연계시키고자 한다.
운전을 할 때 네비를 찍고 나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가? 네비가 경로를 알려주고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전방에 과속방지턱이 있습니다.”
“300m 앞에서 좌회전입니다.”
등 효과적으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교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따라서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그리고 모두가 행복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동의와 가이드라인(Agreement & Guideline) 활동이다.
많은 학급에서 일 년 동안 원활한 학급 운영이 이루어지도록 규칙을 만든다. 이 규칙은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제시하기도 하고
혹은 학생들과 나름 토의를 통해 정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학급 규칙과 가이드라인의 차이는 뭘까?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은 결정하는 방식이다. 학급 규칙은 토의를 통해 다수결로 결정하는 게 대다수가 취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명칭(동의와 가이드라인)처럼 동의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만장일치로 정한다. 정해진 내용 하나 하나에 대해 전체 구성원에게 동의 여부를 묻고 동의가 이루어져야만 채택한다. 소외 받는 소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내용이 구체적이다. 학급 규칙에 비해 가이드라인은 말과 행동이라는 관찰 가능한 내용으로 구성함으로써 어떻게 지키고 실천해야 하는지를 구성원들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급 규칙에서는 ‘친구 배려하기’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이 사용된다면 가이드라인에는 ‘내가 도와줄까? 라고 말하기’라는 분명한 내용이 들어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향하는 바의 차이이다. 학급 규칙을 만들어 본 교사들은 공감하겠지만 이야기 할수록 점차 ‘어떻게 지킬 것인지, 지키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라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십상이다. 결국 그렇게 되면 하나의 틀을 정하고 그걸 강제나 불이익에 의해 지키게 되는, 콜버그의 도덕성 1단계나 2단계 해당하는 양상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어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격려하고 실제적으로 실천할 수 있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기에 활용, 지도하는 양식도 달라지는 것이다.
제작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Past&Future를 통해 뽑은 덕목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한다.
2. 가이드라인을 적을 종이(최소 4절, 전지 절반이나 전지 사이즈 추천), 매직, 포스트잇 등을 준비한다.
3. 각 팀별로 다음 틀을 종이에 만든다.
4. 토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구성한다.
5. 완성된 가이드라인을 게시한다.
6. 가이드라인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구성원들에게 동의를 구한다. 이 때 수정, 보완, 삭제할 수 있다.
7. 최종적으로 완성된 가이드라인을 게시하고 실천한다.
가이드라인은 완성이 끝이 아니다. 어떻게 활용하는 가에 따라 살아 숨 쉬는 가이드라인이 되기도 하고 그냥 벽을 꾸미는 장식에 그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이드라인을 활용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생활 지도이다. 학생이 비속어를 사용했을 경우
“OO아, 니가 ~~~라고 말한 걸 들었는데 맞니?”
“네.”
“그럼 가서 고운 말 가이드라인을 한 번 쭉 읽어 볼래?”
“(읽고) 읽었어요.”
“어떤 부분이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니?”
“부모님께 할 수 없는 말은 친구에게도 하지 않기요.”
“그래, 왜 그랬는지 말해줄 수 있어?”
“순간 욱해서 까먹었어요.”
‘그 가이드라인의 내용에 OO이도 동의한 거 맞니?“
“네, 맞아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가이드라인 내용을 지켜야 해요.”
“좋아, 대신 실수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단다. 반복된다면 너의 행동을 수정할 다른 방법에 대해 둘이 다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네.”
“네, 알겠습니다.”
혹은 간단한 확인을 한다. 마칠 때
“오늘 우리의 가이드라인을 실천한 사람 손들어 볼까요?”
“좋아요, 그럼 어떻게 실천했는지 구체적으로 한 번 이야기 해볼 사람?”
“고마워요. 앞으로도 더 적극적으로 지키길 기대합니다.”
혹은 다툼이 일어났을 때
“‘선생님, 얘가 저 놀려서 짜증나게 했어요.”
“그래? 속상했겠네. 그럼 얘가 어떤 가이드라인을 안 지킨 것 같니?”
“음, 이 부분이요.”
“그래? 한 번 읽어볼래?”
“~~~”
“XX아, OO이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맞는 것 같아요.”
교사가 화를 낼 필요가 없다. 많은 교실에서 규칙을 정하고도 교사가 화를 내는 이유는 지키지 않는 모습에 대한 실망감과 ‘진짜 세게 하면 지키겠지.’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규칙을 가장한 통제가 꽃피게 되고 민주주의를 자칭하는 독재주의(으잉? 왜 낯설지 않지?)가 팽배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가이드라인이 좋은 것이다. 실천하기를 독려하고 격려하지 강제하거나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강력한 규칙에 비해 잘 안 지켜지는 것 아닌지 걱정하기 마련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활용하는 교사의 역량에 따라 다르지만 더 부드럽고 민주적인 방법과 결과를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