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 , 지금부터 Q] 9. 비속어와의 전쟁 - 활동편
지난 글에서 비속어에 대한 패러다임을 다루었다. 다소 우울한 결론일수도 있지만 비속어와의 전쟁에서 교사는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보다 효율적이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실제로 어떻게 비속어, 욕설 등과 맞설지 실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이 방법들은 필자가 고안한 순수 창작물보다는 여러 선생님들이 실천하시던 것을 추리고 변형, 발전시킨 것임을 미리 밝힌다.
Step 1. 무지에서 벗어나기
예전 글에서도 학생의 무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학생들이 무식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말 ‘모른다’는 뜻이다. 학생들의 소위 ‘문제 행동’은 악의를 기반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상당수가 상대에게 어떤 피해를 줄지 몰라서 생긴다. 욕설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은 욕을 습관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의미보다는 쓰임에 치중한 언어 사용을 하다 보니 정작 자기가 어떤 말을 하는 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먼저 그 무지에서 벗어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비속어의 뜻 알아보기]
예전에는 무작정 금기시만 했었는데 이제는 욕에 관한 수업을 하고 정보를 알려주시는 선생님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실 학생들에게 ‘좆나’라고 칠판에 적으며 차분하게 설명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러나 욕이나 비속어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첫 단추이니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흔히 사용하는 ‘니미 / 니애미’라는 말이 본디 엄마와 성교하라는 뜻이라는 걸 아는 순간 학생들은 표정이 굳어진다.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게 ‘섹스나 해라.’ 혹은 ‘너를 강간하고 싶다.’라는 뜻이란 걸 설명하고 ‘그래서 너는 OO이를 강간하고 싶니?’라고 물어보면 학생들은 아연실색을 한다. 반인권적인 교육일까?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그들의 욕이 더 반인권 적이라고 생각한다. 욕의 유래에 대한 교육 자료들은 인디스쿨을 비롯한 여러 곳에 PPT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욕설이 미치는 영향 알아보기]
욕설의 의미를 알고도 세보이기 위해, 혹은 재미 삼아 더 사용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럴 경우 비속어나 욕설을 사용하면 자신의 몸에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예의 없다’, ‘기분 나쁘다.’ 외에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욕, 해도 될까요?’
http://www.ebs.co.kr/tv/show?prodId=348&lectId=3121992
‘지식채널e, 욕의 반격’
https://www.youtube.com/watch?v=kUcIAbewxNM
Step 2. 느끼기
N.Q Up 연재를 시작하며 말했다. 느껴야 행동한다고. 학생들은 자신이 하는 욕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리고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잘 모른다. 특히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남학생들은 거의 무지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게 옳다. 그러니 욕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란 더 어렵다. 그래서 그 모습과 자신의 말의 영향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느끼게 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거울 기법이라고 할까?
[글로 적기]
자신이 욕설, 비속어를 사용한 장면에서 한 말을 그대로 글로 적게 해보는 것이다. 사실 언어는 비언어적, 반언어적 표현이 더 큰 영향을 미치기에 목소리, 표정, 말투를 제외하면 욕설 그 자체라 칭하기 어렵다. 하지만 욕설을 하거나 비속어를 사용할 때 의외로 학생들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습관적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호르몬이 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글로 적은 뒤 그것을 보게 하거나 읽게 하면 자신이 어떤 말을 했는지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Step 1에서 이미 욕설의 의미나 영향에 대해 알았기에 이런 말을 의도적으로 했다면 자신이 악의를 가졌다는 걸 인정하게 되고, 무심코 했다면 깨닫게 되는 것이다.
다만 가끔 돌발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자신이 적은 욕설을 읽으며 키득키득 웃는 것인데 교사는 이를 ‘이 자식이 지가 욕을 적어 놓고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가? 이 상황이 우습고 만만한가?’라고 생각하고 화를 낸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경험 상 이때의 웃음은 대다수 ‘어이없음 + 민망함’의 표현에 가깝다. 그럴 때는 흥분하거나 화내지 말고 ‘왜 웃는지 물어봐도 될까?’, ‘그 말을 사용하면 상황이 웃을 만큼 즐거워진다고 생각하니?’ 등 차분하게 질문을 해서 분위기를 다잡으면 된다.(참고로 적은 걸 부모님께 보여드리거나 사인을 받아오게 해본 적도 있는데 그건 문제해결보다는 벌에 가까운 방법이다. 선택은 교사의 몫.)
[내 모습 보기]
동의를 구하고 영상 촬영을 한 뒤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특히 이 방법은 욕설 / 비속어를 사용할 때 자신의 표정,목소리 등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다수의 학생들이 ‘내 표정이 저래?’라며 충격을 금치 못한다. 다만 주의할 점은 영상 촬영이기에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며 자료는 활용 후 바로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경력 때 활용했는데 지금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염려되어 잘 하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효과는 매우 크다.
[역할 바꾸기]
사이코드라마의 기법인 역할 바꾸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위의 방법보다 안전하면서 효과가 크다. 교사의 디렉팅 하에 그 상황을 재구성한다. 이 때 욕설을 사용한 학생(이하 A) 외에 다른 학생이 A 역할을 맞는다. 그리고 그 장면을 실감나게 재연하고 A에게 소감을 묻는다. A의 소감을 들은 뒤 같은 상황이라면 또 똑같이 말할 것인지 묻는다. A가 다른 방법을 선택하고 싶다고 대답하면 어떻게 말하면 좋았을지 반 전체에게 의견을 묻고 그대로 실연한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방법을 A가 고르고 실제로 해보는 것이다. 그 후 앞으로 이렇게 할 것을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약속하고 혹시 자신의 욕설/ 비속어로 인해 상처를 입은 친구가 있다면 사과하게 한다.
Step 3. 변화를 향해
다음은 학급에서 욕설과 비속어를 줄이는 문화를 형성해 나갈 수 있는 방법들이다. 잘못 활용하면 이벤트로 끝날 것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지속적인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 생각한다.
[금지어 감옥]
사실 이전 글에서 낱말 하나하나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비속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합의 하에 지정된 낱말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가 금지어 감옥을 만드는 것이다.
네모난 상자를 하나 준비한다. 그리고 금지어를 지정한다. 금지어 지정은 학생들과 브레인스토밍으로 해서 정해도 좋지만 일단 기다리는 것도 좋다. 그러다 보면 생활 중에 욕설이나 비속어로 인해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그 때 상담을 하고 그 단어를 공론화 시키는 것이다. ‘이 낱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떨까요?’, ‘그럼 이 낱말이 우리 교실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나요?’ 이렇게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하고 상자에 붙은 금지어 리스트에 추가하는 것이다. 그 뒤 그 금지어를 누군가가 사용하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했는지 쪽지에 적어 금지어 상자에 넣는다. 그리고 일주일 혹은 2주 단위로 한 번 씩 감옥을 개봉해 사용 내역을 읽고 모두 함께 생각을 나눈다. 동시에 사용한 사람은 앞으로의 계획을 작성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대체어 사전 만들기]
욕을 대체할 고운 말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다. 이건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사전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욕을 사용한 상황을 공유한 뒤 어떻게 말을 바꿀 수 있을지 토의한다. 그리고 그 바꾼 말을 책 형태로 만든 사전에 적는 것이다.
사전의 구성은 ‘상황, 바꾼 대체어, 그림으로 표현한 장면’이며 창의적으로 바꾸어도 좋을 듯하다. 특히 이 활동은 역할 바꾸기를 하고 나서 연계해 하면 더 효과적이다.
Step 4. 피하기
좋은 교육은 훌륭한 방법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있지만 잘못된 방법을 피해 부정적인 영향을 방지하는 것도 있다. 아마 백 명의 교사가 있으면 백 가지의 비속어 / 욕설 지도 방법이 있을 텐데 널리 사용되는 방법 중 꼭 피해야 할 것들을 소개할까 한다.
[명심보감]
명심보감은 고려 시대에 편찬된 책이다. 한 사상에 치우치지 않고 보배 같은 말과 글을 담은 고전으로 손꼽힌다. 훌륭한 조언을 담은 이 책은 현재까지도 많은 감동과 깨달음을 준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책이 욕설 지도용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욕설, 비속어 교육을 할 때 ‘욕설을 사용하면 어떻게 할까?’라고 물으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이 ‘명심보감 열 번 써요.’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학생들에게 고운 말을 읽으며 생각을 바꾸라고 말하지만 정말 그 의도로 명심보감을 쓰게 하는가? 혹시 많은 양의 글을 베껴 쓰거나 외우며 곤란함을 겪게 해 힘들게 하려는 의도는 아닌가? 그게 뭐가 나쁘냐고 생각 할 수 있다. 물론 불편함과 곤란함을 겪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부적 강화를 통해 행동을 수정하는 전형적인 행동주의 교육학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과연 그 불편함을 느끼며 학생들이 ’역시 비속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겠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까? 안 걸리거나 선생님 앞에서는 안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지 않을까? 그리고 혹시 그 후에 학생들이 명심보감이라는 책을 생각하면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될까? 나도 처음 담임을 할 때 명심보감을 쓰게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뒤 그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저 일 년 끝난 기념으로 명심보감 찢어서 버렸어요.”
[깜지 / 빽빽이 반성문 쓰기]
위의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학창 시절에 참 많이 받던 벌이기도 한데 단 한 번도 그것을 쓰면서 마음이 움직인 적은 없다. 아, 있는 것 같다. 살기를 띄는 쪽으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학생을 힘들게 괴롭게 만들어서 특정 행동을 없애는 건 지속적인 효과가 없다. 그리고 자발적인 변화는 더 기대할 수 없다. 당장에 고분고분 해지는 것 같지만 그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부모님에게 들려주기]
지금도 자주 하는 비유가 있다. ‘너는 그 말을 엄마, 아빠에게도 똑같이 할 수 있니?’, ‘할 수 없다면 왜 그러니? 이 친구가 너의 엄마, 아빠 보다 가치가 덜한 사람이니?’ 어린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비유라 효과적이다. 그런데 한 번은 대놓고 반항하는 녀석이 있었다.
“저는 할 수 있는데요? 우리 엄마 아빠도 이렇게 말해요.”
화가 나기도 하고 나에게 반항하는 녀석에게 힘으로 눌릴 수 없어
“그래? 그럼 해봐. 할 수 있다는데 해봐야지. 오늘 가서 엄마한테 똑같이 말하고 동영상 찍어. 그리고 소감 적어오고.”
라고 말했다. 그제야 그 녀석은 당황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화가 난 나는 그대로 밀어붙였다. 결국 녀석은 나의 무서운 재촉을 받고 3일 만에 영상을 찍어 왔고 반성의 소감을 제출했다. 그 때는 묘한 승리감에 취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과연 영상을 찍는 아이를 보며 부모님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는 녀석이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게 목적이었을까, 곤란하게 만들어서 내 힘을 과시하는 게 목적이었을까? 물론 필요하다면 언어생활을 부모님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집에서와 학교에서 다르게 행동하기 때문에 교사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내가 교사로서 무엇을 교육하고 싶은지 잊지 않도록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방법들이 비속어를 모두 없앨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감정적이고 순간적인 비속어 지도에 지친 교사들에게는 조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N.Q 지금부터 Q]
1. 당신이 가져야 할 7가지 마음
2. 말의 힘 느끼기
3. 경청을 해야 하는 이유
4. 경청 만들어가기
5. 보들 말하기
6. 고.인.돌
7. 알림 VS 고자질
8. 비속어와의 전쟁 - 생각편
9. 비속어와의 전쟁 - 활동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