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모드의 남자가 평일 낮 12시 40분에 카페에 앉아서 혼자 다짐하는 글
나는 현재 대한민국 교사 상위 1%인 것 같다. 정말이다. 외모, 전문성, 말빨, 돈, 인기 등이면 좋겠지만...
나의 분야는 바로... 여름 방학이다. 나는 아직 방학 중인 교사다. 그리고 개학은 무려 9월 7일이다!
(아직 일주일이 남았다. 일주일이'나'라고 스스로 위안 삼고 싶다ㅠㅠ) 학교에서 터무니 없는 화장실 공사를
하는 바람에 개학이 엄청 늦어졌다. 생각없는 초딩들이야 방학이 길어졌다고 좋아하기도 하지만 지각
있는 나의 6학년 중역들은(한 회사에서 6년 다니면 최소 대리는 달테니까 간부가 아닐까?ㅎㅎㅎ) 겨울을
두려워 하고 있다.(Winter is coming! 젠장, 존 스노우도 죽은 마당에 아직도 오덕 짓을!) 나도 마찬가지이다.
어쨌든 덕분에 이 시기에 평일 낮을 즐기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데 에듀콜라에 글을 끄적이기로 하면서
혼자서 괜히 다짐을 한 번 해볼까 한다. 이유는 없다. 그냥 백수라고 생각하니 자발적 뻘짓 에너지가 올라
오고 있을 뿐.
앞으로 나의 글은
1. 꾸준히 쓴다.
- 깊이로 승부하는 것엔 자신이 없다. 그래서 대학 때 시험도 금은동 메달 레이스! 군대 때 숙영지 설치도
속도전! 춤 배울 때 자랑거리도 출석율! 따라서 그냥 무조건 꾸준히 쓰려고 한다. 초딩 때 내가 자주 시전하던
'오늘은 일기를 쓰려니 너무 졸리다. 그럼 이만.'이라고 쓰더라도 펑크 내지 않고 쓰겠다. 마음의 소리라는
명작을 이어가는 조석님의 의지를 받아 퐈이아!!!
2. 종잡을 수 없게 쓴다.
- 살아오면서 참 많이 들었다. 튄다, 똘아이, 미친 X, 뭐지 저거?, 이상한 X 등등등. 사실 애정 결핍이었는지
그런 관심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중2병 중증 환자 처럼 특별한 존재이고 싶어 남들에게 쉽게 파악
되거나 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도 반전의 매력이 있는 슬레이어즈의
제로스! 아무튼 어떨 때는 초딩 처럼 쓰고 어떨 때는 할아버지 처럼 쓰고 어떨 때는 꼰대 처럼 쓰고 어떨 때는
혁명가 처럼 쓰겠다.
3. 진실되게 쓴다.
- 나이가 들수록 화려함 보다 담백함이 좋아진다. 예전에 내가 즐겨 입었던 옷들을 다시 보면 그 때 왜 친구
들이 나랑 같이 안 걸으려고 했는지 이제 이해가 된다. 한 살 한 살 나이 먹어 갈수록 ~~하는 척하기 쉽다.
그럴싸해 보이고 싶으니까. 하지만 그러지 않겠다. 아니, 않아야 한다. 이건 지속적으로 경계하지 않으면 지키기
힘든 약속이다. 멋져도, 자랑스러워도, 쪽팔려도 진실되게 쓴다.
4. 경쟁하지 않고 쓴다.
- 건강한 경쟁은 서로를 발전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건강한 경쟁이란 개풀 뜯어먹는 소리
같다. 싸우지 않고 함께 발전하면 건강한 경쟁일까? 아니다. 냉정하게 이야기 해서 경쟁의 마음 가짐은 상대를
이기겠다는 호전적 태도이다. 피해를 안 주더라도 마음에 데미지, 혹은 최소한의 찝찝함을 준다. 그래서 나는
경쟁을 안 하려 한다. 에니어 극강 3번이라는 판정을 받고 사는 나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경쟁을 어떻게
안 할까. 간단하다. 나 혼자 안 하면 되지 뭐ㅎㅎㅎ
5. 즐겁게 쓴다.
- 즐거움이 일이 되면 즐겁지 않다. 게시판을 받은 이상 일정 수준의 의무감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즐겁자고 하는 일인데 부담감으로 다가오면 안 될 것 같다.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래서 즐겁게
쓴다. 즐거움 보다 의무감으로 쓰는 글들은 여기 저기 많다. 그걸로 충분하다. 여기서는 무조건 즐겁게
써야겠다. 도저히 즐거울 수 없으면...... 떠나는 걸로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