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 지금부터 Q 번외편 2] 8. 언텍트 소통 돌아보기
2020년이 끝났다. ‘다사다난’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으로는 부족한 한 해였다. 코로나가 세상을 압도했고, 우리는 행복이 아닌 생존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 세계의 정치, 경제 체제가 위협 당했고,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교실도 다르지 않았다. 수 천 년 동안 유지된 기본 틀을 송두리째 바꾸는 변화가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이 쓰나미는 마을의 주민에게 동의는 커녕 예고도 없이 파상공세를 펼쳤다. 교실을 휩쓸렸고, 우리는 난파 당했다.
하지만 인간은 강하다. 인간이 수 천 년의 세월 속에서 진화의 정점을 차지한 비결은 개체의 우수함이 아니다. 생존력. 강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 남았기에 강하다고 했던가? 우리는 그렇게 또 다시 살아 남았다. 여전히 쓰나미는 밀려 오지만 점점 물이 빠질 기미도 보인다. 그래서 올 한 해, 평생 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언텍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1. 언제 소통했는가?
교실에서는 매 순간 소통이 이루어진다. 시간과 공간을 함께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텍트에서는 달랐다. 공간은 공유할 수 없었고, 시간은 의도적으로 연결해야 제한적으로 공유가 가능했다. 더구나 비실시간 소통이 대세였던 1학기는 가히 소통의 절벽이라고 부를만 했다. 기껏 주고 받는 전화나 메시지의 내용은 ‘일어 났니?’, ‘과제 제출해야지.’, ‘e학습터 얼른 들어와.’였다. 그나마 실시간 쌍방향 소통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소통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설문 조사 결과(중복 선택 허용) 대다수의 교사가 아침 조례 시간(71.4%)을 활용해 소통을 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하루의 학습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스 브레이킹을 겸해서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수업 시간이 57.1%로 뒤를 이었고, 종례 시간은 35.7%를 차지했다. 별도의 시간을 할애했다는 답변은 많지 않았다. 일부 학생들의 온라인 학습 시간 내의 일탈이 문제가 되자 교육청에서 공문을 내릴 만큼 실시간 대면 조종례가 강조된 영향도 있는 듯하다. 종례 시간이 아침 시간 보다 적은 이유는 아마 전면 실시간 온라인 쌍방향 학습 보다는 실시간 쌍방향과 e학습터 등의 플랫폼을 활용한 비실시간 학습을 겸하는 경우가 많기에, 학생 개개인이 학습을 마치는 시간이 다를 수 있어 개인차를 인정해준 것 같다.(다시 말해서 조례와 달리 종례는 생략한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필자도 아침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학교 차원에서 줌 사용이 금지(학부모에게 비교 당할 수 있다고!) 되었을 때도 수업 말고 아침에 모여서 놀았다. 재구성을 통해 학습량을 줄여서 꽤 긴 시간을 확보한 뒤 ‘굿모닝 라온제나’라는 아침 라방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다. 반응은 좋았다. 학급 살이의 동력이 이 시간을 통해 다져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무엇이 어려웠는가?
언텍트 소통이 쉬웠는지 어려웠는지 묻는다면 백이면 백 어려웠다고 답할 것이다. 당연하다. 익숙하지 않고, 제약이 많은 소통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 물었다.
교사들은 ‘일상의 공유가 어렵다’는 점을 1위로 꼽았다. 등교를 하면 하교까지 모든 일상을 공유한다. 소통은 교집합이 많을수록 활발한 법이다. 하지만 언텍트에서는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일단 서로 마주해야 하고(비실시간일지라도!), 의도적으로 내 일상을 표현해야 한다. 그 걸음을 떼도록 교사가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야 쉽지 무척 어려운 일이다.
2위는 의외로 ‘같이 지켜 보는 학부모’라는 답이 차지했다. 고학년은 학생이 의도적으로라도 학부모의 접근을 막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학년 이하는 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공개적인 장소(거실 등)에 설치된 PC로 하는 경우가 많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학부모가 자유롭게 볼 수 있다. 물론 학부모가 보면 안 되는 대화를 우리가 평소에 하지는 않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학부모 공개수업 때는 웃음 한 번도 신경 쓰게 마련이다. 아마 불편함보다는 신중함이 주는 어려움인 듯하다.
3위는 플랫폼, 툴 활용의 미숙함이었다. 의외로 낮은 순위였고, 응답 비율도 1위와 2배나 차이가 났다. 흔히 언텍트 소통을 ‘쓸 줄 몰라서 못한다.’고 말하는데 이것이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올해는 특히 현장을 위한 지원이나 연수 대부분이 물리적 환경 제공과 툴 활용 능력 지원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줌 활용 연수가 난무하고, 교실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해줬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것들은 절대적인 허들이 아니었다. 필자도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줌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첫 소통은 교실에 있는 실물 화상기로 시작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교실은 2학기 시작 무렵에 기초적인 장비들을 갖추게 되었다. 혼란을 겪던 학생들 역시 금세 툴에 익숙해졌다. 아니, 기성세대인 교사보다 훨씬 빠르게 적응했다. 길게, 여러번 하던 설명이 이제는 ‘줌 들어와,’라는 4글자로 가능해졌다. 역시 인간은, 특히 교사는 적응의 화신이다.
그 외에도 절대적인 시간 부족, 학생들의 개인차, 접속 자체를 거부하는 학생 등의 대답이 뒤따랐다.
3. 어떤 플랫폼을 사용했나?
테크적인 궁금증도 있었다. 교사들은 소통을 위해 어떤 플랫폼을 사용했을까?(중복 가능)
예상대로 줌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85.7%) MS팀즈와 구글 미트, 온더라이브 등이 있지만, 사태 발생 후 빠르게 치고 들어온 줌의 선도 효과는 어마어마했다.(여담이지만 그 여파로 1월에 72달러 정도 하던 Zoom의 주가가 한 때 530달러를 돌파했었다.) 지금도 절대 다수가 줌에 의존하고 있다. 그 외에 클래스팅, 밴드 등의 학급 SNS, 카카오톡 등이 뒤를 이었다.
다음 순위가 패들렛이었다. 사실 줌은 실시간 소통을 위한 기본이고 학급 SNS와 카카오톡은 코로나 시대가 오기 전에도 많은 교사들이 활용하던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위를 차지한 이 패들렛이라는 녀석은 특별하다. 철저한 뉴비가 순위에 오른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간결함, 높은 확장성과 접근성이 압권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온라인 학습 뿐 아니라 오프라인 수업에서의 활용성도 높기에 미래가 기대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그 외에 멘티미터나 카훗, 플립 그리드 등이 뒤를 이었다.
4. 장점은 무엇이었나요?
모든 것에는 명과 암이 있다. 언텍트 소통을 일 년 동안 겪으면서 찾은 장점들이 궁금했다.
교사들이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개별 피드백이었다. 학습 결과물이 대다수 온라인 플랫폼에 게재 되기 때문에 교사가 피드백을 하기가 용이하다. 댓글을 달아주고, 추천 게시물로 띄워 주고, 줌에서 공개적으로 칭찬할 수 있다. 물론 등교했을 때도 할 수 있지만 등교 수업은 시간이 흘러버리면 되돌려서 확인할 수 없기에 놓치는 점이 많다.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게 온라인 플랫폼이다.
또 하나는 결이 다른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온라인이기에 오히려 표정 하나 하나를 자세하게 볼 수 있고, 교실이라면 놓쳤을 25명 전체의 얼굴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내성적인 학생들은 온라인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경우도 있다.
이 외에는 소통의 소재가 확장된다는 답도 있었다. 사진, 동영상 검색 등을 사용하고, 온라인 사이트도 활용할 수 있다. 소재가 많다는 것은 소통이 풍부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5. 의미는?
여러 교사들의 생각을 듣고 나의 생각을 더하면서 2020년 한 해에 대한 의미가 더 깊어졌다. 많은 한계를 겪었고, 또 많은 가능성과 시사점도 찾을 수 있었다. 다음 글에서는 다시 시작할 2021년을 위한 글을 적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