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단상] 책, 왜 읽으세요? 책, 왜 읽히세요? #06 독서모임 입문하는 법
INTRO
책 읽기는 홀로 하는 고독한 행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책 읽기를 통해 타인과 세계를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좋은 책을 읽으면 남에게 추천하고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합니다.
타인과 세계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존재 또한 타인입니다. 독서모임은 이를 위한 훌륭한 포멧입니다. 책과 친구과 되려는 여러분도 독서모임에 참여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독서모임에 참여할 수 있으며, 좋은 독서모임은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
[독서모임 검색하는 법]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지역명+독서모임'입니다. 부산에 살고 있다면 '부산독서모임'이라고 블로그와 카페에 검색하는 것이지요. 그럼 부산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독서모임의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모임 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소모임'등의 앱을 활용하면 지역 독서모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도서관 등의 관공서나 작은 서점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에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다양한 모임 중에서 좋은 독서모임을 고르는 법은 무엇일까요? 모집글이나 홍보글이 지나치게 많은 독서모임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고정멤버가 탄탄하여 추가 인원이 필요하지 않은 모임이라면 지속적으로 홍보글을 올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홍보글이 많은 모임은 매주 멤버가 바뀌는 유동성이 큰 모임이거나, 독서모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목적성이 있는 곳이거든요. 게다가 이런 모임은 탄탄하지 않고 붕 뜬 분위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나는 독서모임 첫 입문자라면 홍보를 많이 하는 독서모임에 나가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유동 멤버가 많은 모임일수록 개방성과 허용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완독을 강요하거나 발제 및 독후감을 준비해야 하는 모임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동성이 큰 모임은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정도의 모임일 가능성이 큽니다. 더불어 완독을 강요하거나 과제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런 독서모임에 몇 차례 나가보며 자신의 독서모임 취향을 탐색한다면 다음 독서모임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리더 탐색하기]
세상에는 성격과 빛깔의 독서모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독서모임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현명하고 뚝심있는 리더가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잘 합니다. 하지만 그 일을 지속하는 것은 어려워하지요. 하지만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일을 위해 항상 고생을 감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리더입니다. 리더가 중간에 모임에 나오는 것을 포기해 독서모임이 유야무야 사라지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끈기 있는 리더는 모임의 필수조건입니다.
더불어 리더에게 필요한 한 가지의 자질이 더 있습니다. 바로 뚝심입니다. 모임에는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리더가 중심을 잘 잡지 않는다면 모임의 주제가 딴 길로 새거나 발언권이 특정 사람에게 몰릴 수 있습니다. 또한 모임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책을 위해서가 아니라 뒤풀이를 위해 모이는 주객전도 모임이 되기도 합니다.
독서모임은 곧 사람들의 만남이기 때문에 좋은 사람 옆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리더가 있는 모임에서 좋은 고정멤버들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운영 방식 파악하기]
책의 분야는 다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모임마다 즐겨 있는 책의 분야가 다릅니다. 분야 없이 골고루 읽는 독서모임, 베스트 셀러 위주로 읽는 독서모임, 소설을 중심으로 읽는 독서모임, 고전을 중심으로 읽는 독서모임, 비문학을 중심으로 읽는 독서모임, 한 가지를 주제를 정하고 분야에 관계없이 관련된 책들을 읽는 독서모임 등 다양한 모임이 있습니다.
입문자라면 분야 없이 골로루 읽는 독서모임을 나가는 게 좋습니다. 앞서 말한 개방성 높은 독서모임들은 대개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분야에 관계없이 읽기 쉽거나 베스트셀러인 책을 읽는 경우가 많으니 다양한 책을 읽어보며 자신의 독서 취향을 파악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 다음 자신이 집중적으로 읽고 싶은 분야의 독서모임에 참여하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신이 좋아하는 독서분야를 처음부터 한정짓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소설만 읽어', '나는 자기계발서만 읽어', '고전은 어렵고 재미없으니 읽지 않을거야' 등의 생각은 좋은 책을 만날 기회를 방해합니다. 나 또한 처음 독서모임에 나갈 때만 해도 소설 이외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편식쟁이었습니다. 하지만 독서모임에서 좋은 비문학 책들을 만나면서 지금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책을 읽은 덕에 요즘에는 서점에 가면 사회과학, 자연과학 코너를 기웃기웃거립니다. 예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했을 장면이지요.
물론 모임을 하다보면 재미없고 무익하다 느껴지는 책을 만나는 순간도 옵니다. 하지만 겨우 네댓권의 책으로 나의 취향을 온전히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정하지 말고 혼자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분야의 책이라도 독서모임에서 만나 인사하기를 바랍니다.
[완독을 꼭 해야하는지 파악하기]
완독여부는 독서모임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완독여부가 독서모임을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완독을 강요하는 모임과 그렇지 않은 모임에는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완독을 강요하지 않는 독서모임은 입문자들에게 좋습니다. 책읽는 습관이 덜 잡힌 사람일수록 책을 완독하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자신이 독해한 것을 나누는 것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독을 강요하는 모임에 가면 모임 참석을 약속해놓고, 책을 다 읽지 못해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또는 다 읽어놓고 자신의 독해가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해 나오지 않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완독을 강요하지 않는 모임이 좋은 모임일까요? 내가 처음으로 참여했던 독서모임은 완독을 할 필요가 없는 독서모임이었습니다. 바쁜 주간이나 책이 어려워 전부 읽지 못했을 때에도 모임에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어 좋았어요. 하지만 모임이 지속되니 내가 게을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다 안 읽어도 되니까, 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발동한 건지 어렵거나 재미없으면 책을 만나면 중도에 읽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어떤 주에는 멤버 모두니가 책을 완독하지 않은 채로 모임을 하기도 했고, 심지어 모두가 책을 전혀 읽지 않고 와 표지와 제목만 가지고 모임을 진행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독서모임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후에는 완독을 필수로 하는 독서모임에 나가기를 추천합니다. 해석의 기본은 오독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책을 제대로 완독하지 않는다면 그 책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 나눌 수 없습니다. 마치 어떤 사람을 10분 만나고 그 사람을 전부 다 안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물론 첫인상과 끝인상이 일치하는 경우가 꽤 있지만요.) 또한 책을 제대로 읽지 않고 만나는 모임일수록 책이라는 공통 경험에 대한 대화보다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만 내놓는 모임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좋은 독서경험이지만 그것이 독서모임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고정멤버 파악하기]
모임의 대들보가 리더라면, 나머지 기둥은 고정멤버들입니다. 좋은 독서모임에는 좋은 사람들이 함께입니다. 그리고 같은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시각은 풍성해지고 논의는 깊어집니다. 그렇다고 항상 같은 사람들하고만 이야기를 나눈다면 어느 순간부터 이야기는 반복되고 주장은 고인 물이 되어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모임에는 고정멤버와 새로운 멤버들이 골고루 섞여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모임에 나가게 되었다면,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성향과 주장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게 곧 모임의 분위기입니다. 모임은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에 의해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고정멤버들이 독선적이거나 편향된 시각을 가진 모임이라면 균형잡힌 이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더불어 파악해야 한 것은 뒷풀이 여부입니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을 때는 뒷풀이를 하며 친해지는 시간도 좋습니다. 하지만 뒷풀이가 항상 있거나 필참인 모임은 주의깊게 살펴야 합니다. 이 경우 모임의 목적이 책이 아닌 뒷풀이로 주객전도 될 때도 있습니다. 모임의 목적이 친목도모가 되는 순간 책은 뒷전으로 밀려나 성실하게 책을 읽지 않고 모임에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친분에 따라 모임 내에서 파벌이 생기기도 합니다.
[모임 시간과 날짜 파악하기]
앞에서 반복해 말했지만 독서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책읽을 시간을 확보해야 하고, 둘째로 모임 당일에 꾸준히 참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독서모임의 주기와 날짜는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한 달에 한 번 참여할지 두 번 참여할지, 매주 참여할지를 정해야 합니다. 한 달에 한번 만나는 모임은 주기가 길어 텐션이 늘어질 수 있고, 매주 만나는 모임은 책을 따라 읽기 버거울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내가 평소 책 한 권을 완독하는 주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할 뿐 아니라, 업무나 개인사가 바쁜 시기에도 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사정상 빠져야 하는 횟수가 많다면, 계획보다 모임 주기가 긴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독서모임을 나가려 했으나, 한달에 한두번 빠질 일이 길 만나 것 같다면 한달이나 삼주에 한 번 만나는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식입니다.
모임 주기를 정했다면 모임 날짜 또한 생각해야 합니다. 크게 주중에 하는지 주말에 하는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또한 장단점이 있습니다.
평일에는 다른 약속이 잘 생기지 않기 때문에 모임에 꾸준히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업무가 과중한 직장인들은 퇴근 후 갖는 지적 대화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나는 8시면 쓰러져 잠들던 초임 시절에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함께 읽고 논의하는 독서모임에 나갔습니다. 매주 화요일마다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되는 모임을 한 달 동안 나간 후 몸살에 걸렸지요. 하지만 그 진빠지는 지적대화에 빠져 지금까지도 그 모임에 나가고 있다는 건 안비밀입니다.
주말에는 상대적으로 좋은 컨디션으로 모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주 생기는 약속 때문에 모임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도 합니다. 경조사나 가족행사가 있어 모임에 몇 번 빠지다 보면 마음이 자연스레 멀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평소 생활 습관과 컨디션을 따져 모임 주기와 날짜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OUTRO
간단한 팁을 주려고 시작한 글이 왜이렇게 길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적다보니 지금까지 참여해온 여러가지 독서모임들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저의 독서모임 경험들은 방학 연재분에 적도록 하겠습니다.
열정적으로 글과 그림을 쓰던 초기와 다르게, 후반부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죄송합니다. 3년차의 슬럼프라는 것을 제대로 겪은 한 학기였네요. 삶이 현실에 잠식될 때는 책과 글쓰기를 할 여력도 없다는 걸, 그럼에도 기운을 차리고 다시 도약하게 해주는 것 또한 책과 글쓰기라는 걸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도 다시금 돌아갈 만한 독서시간을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