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 촉진제 17>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 그레타 툰베리의 가족 공저
나는 여전히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지 않는 일'이라고 믿는다. 경제 활동을 멈추는 것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돈이 흘러가는 속도와 방향이 조금 달라졌으면 한다.
지금은 어디로 돈이 돌고 돌까? 산업이다. 값싼 잡화에서 최신 가전, 최신 의류와 뷰티 산업까지.
이 산업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편리'와 '서열'이다. 사람들의 삶을 더 쾌적하고 편리하게 해주고, 남들 보다 더 멋져보이게 꾸며준다. 편리와 서열은 각각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의 삶이 더욱 편리할수록, 우리의 삶은 경제적 서열이 우월할 가능성이 높다.
104쪽. 결국 누구나 성공을 원하지 않는가! 넘치는 풍족함과 호사스러움, 끊임 없는 여행만큼 성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증표는 어디에도 없다.
이게 우리의 가치관이다. 우리는 더욱 편리하고, 더욱 우월한 삶을 누리는 사람을 칭찬한다. 능력 있구나! 성실하구나! 선(善)하구나! 노력한만큼 세련된 옷을 더 많이 입을 수 있고, 더 넓은 집과 쾌적한 동네에 살며, 가사 노동을 줄여 줄 최신의 전자 제품을 쓸 수 있다고 인정한다.
역으로 '나는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이야'라는 증표가 되기도 한다. 세련된 옷과 넓은 집, 쾌적한 동네, 최신 전자 제품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셈이다.
'편리'와 '서열'. 오늘날 산업이 돌아가는 힘이다. 좋아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제 살 파먹기다. 우리는 지금 가능한 '불편'해져야 할 때다.
최신 의류와 뷰티 산업으로 일군 외모를 찬양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타인의 인정에 행복해하며, 생산 과정에 수 십 톤의 물을 사용한 바지를 한 벌 더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 성공 공식에 딱 맞아 떨어질만한 물건을 갖춰도, 예의를 갖춰 부러워하는 일은 그만 둬야 한다. 멀쩡한 냉장고가 상하형 냉장고가 되었을 때는 궁금해 해야 한다. 왜 바꾸신건가요.
우리의 쇼핑은 인정 욕구에 비례한다. 인정 받지 못 하면, 필요한만큼만 산다.
114쪽. 더 나은 삶에 대한 욕구, 최고 계층에 다가가고자 하는 욕망 덕분에 모든 것을 앞으로 밀고 나간 결과 우리 사회는 보다 나은 생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 모두가 걸터앉아 있는 나뭇가지가 꺾이기 직전인 상태다.
기후 위기, 마지막 0.5℃를 앞두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행'이다. 조금 더 누추해져야 하고, 조금 더 검소해져야 한다. 검소함이 미덕인 시대로 회귀해야 한다.
"원시인처럼 살자고요?"
필요하다면, 원시인의 폭력과 비위생과 무질서를 제외하고서는, 그래야 한다. 청소기는 빗자루가 되야 하며, 자동차는 자전거가 되야 하고, 비행기를 타야 하는 해외 여행은 국내 여행이 되야 한다.
우리가 누려야 할 최신의 기술이 있다면, 그것은 친환경 기술이다. 태양광 전지판, 전기차, 생분해 플라스틱, 면생리대, 유기농 식품과 수제 비누. 태슬라 전기차를 뽐내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훌륭하다'라고 생각할 때, '높은 환경 감수성'을 포함해야 한다.
151쪽. 기후 문제는 너무 어렵거나 너무 규모가 커서 해결하기 힘든 게 아니라, 단지 희생을 각오하는 순간 생활이 너무 불편해지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원시인처럼 회귀하는 짓을 미쳤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진짜 미친 짓은 무엇일까. 우리 집이 불타고 있는데, 한가하게 최신형 UHD TV 앞에서 드라마를 보는 일이다.
절약이 유행이어야 한다. 돈을 안 써서 부자가 되야 한다. 돈 쓸 일도 별로 없는데 부자가 되서, 뭐하냐고? 최신형 람보르기니를 사는게 아니라, 태슬라 전기차를 사고, 시골에 땅을 사서 먹거리를 직접 재배하는 고급 주말 농장 취미를 갖자. 자자손손 대대로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하자.
169쪽. "정말 광신적인 태도는 우리를 포함한 소수 엘리트 계층이 누려 온 행동양식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겁니다. 비행기 여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은 전혀 광신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반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