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 촉진제 11> 리케 LYKKE - 마이크 비킹
쿡 찌르면 깔깔 웃는 사람이 되었다. 사는 모습을 조금 바꾼 덕분이다. 이젠 재밌는 일들이 수시로 생겼다.
먼저 나를 나누기 시작했다. 빠듯할 정도로 시간을 확인하며 내가 가진 것을 나눠주고 있다.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면서 자료를 만들고, 멤버들 글에 모두 피드백을 한다. 친한 언니들 아이들 수학, 영어 공부도 대가를 바라지 않고 봐주고 있다. 절약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많이 퍼주고 싶어, 가능한 매일 블로그에 글로 남기고 있다.
좋은 엄마 노릇도 재미있다. 식초에 베이킹 소다를 부어 화산 폭발놀이를 하거나, 작은 물병에 식용유를 넣고 물감 섞은 물을 톡톡 떨어뜨리며 '물보석'을 만들었다. 공원과 놀이터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갈라져 직진하는 두 아이 뒷꽁무니도 간신히 따라잡는다. 좋은 책을 마련해주고, 필요한 지식을 가르친다.
나를 위해 공부하고, 미래를 꿈꾸는 일도 행복하다. 그 방편은 책 읽고 글을 쓰는 거다. 독서모임에 꾸준히 나가 다양한 생각을 듣고, 나라면 선뜻 고르지 않았을 책들에 의외로 반하게 되고, 지평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날이 좋으면 산책하고 운동하며 식탁에서 글루텐을 빼려고 애썼다. 틈나는 대로 스트레칭도 한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자기 계발을 한다. 이 모든 일들은 해야 할 일(should do)가 아닌, 하고 싶은 일(want to)이다.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한 계기는 바로 '절약'이었다.
징하게 절약하기 시작하면서, 소비형 취미 생활을 청산했다. 과시용 물건을 사기 위해, 혹은 잡다한 생활 용품을 쟁이는 데 에너지를 아꼈다. 대신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하다가, 돈 안 들지만 좋아하는 것들을 추리게 된 것이다.
41쪽. 삶의 질을 높일 방법을 연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행동을 조금만 바꾸면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이 존재한다. 때로는 사소한 데서 엄청난 일이 시작될 수도 있다.
아마 소비가 주는 즐거움과 우월감에 여전히 도취되어 있다면, 돈 주고는 사지 못 할 경험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는 것보다, 더 예쁜 구두를 찾기 위해 쇼핑을 나섰을 거다.
리케(LYKKE)는 덴마크 어로 '행복'을 뜻한다. 휘게 라이프(Hygge Life)의 저자이기도 한 마이크 비킹은 행복의 여섯 가지 비결을 소개한다.
"공동체, 돈, 건강, 자유, 신뢰, 친절"
그리고 그 비결들은 경제적 능력과 무관했다. 체면 소비가 강한 우리 나라의 경우, 리케(Lykke: 행복)을 누리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 경제적 능력과 무관한 일상을 누리기 위해 애쓰고 남눈치에서 벗어나야 행복의 여섯 가지 요소를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103쪽. 우리는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필요 없는 물건을 사느라 있지도 않은 돈을 쓰고 있다.
...
번쩍거리는 사치품에 대한 욕심을 자제하면 우리 모두 더 잘 살 수 있다.
마이크 비킹도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돈 씀씀이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한다. 아이들을 양육하고, 배를 채우고, 따뜻한 집을 마련하는 데까지는 돈이 행복을 지켜준다고 했다. 하지만 호화 사치품을 사느라 낭비하다보면, 행복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남아 있지 않을거라 경고한다.
나도 절약을 하고, 낭비를 줄인 후 '행복 만족선'이 적정해졌다. 그러니 쿡 찔러도 웃음이 난다. 돈 안 써도 좋고, 돈 쓰면 너무 즐거워한다. 그게 절약의 성과였다.
집밥으로도 충분히 즐기지만, 외식을 하면 오성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 한 마냥 무지하게 맛있어 한다. 돈 안 드는 나들이에서 재미와 행복을 찾지만, 돈 주고 가족 자전거라도 빌려 타면, 호수 한 바퀴 도는 1시간 동안 행복이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 기분이다. 돈으로 물건과 서비스를 살 때, 더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더 마음 깊이 누릴 줄 알게 되었다.
34쪽. 멋진 차를 굴리며 더 넓은 집에서 완벽한 배우자와 함께 사는 이웃보다 당신이 더 행복하다면 우리 기준에서 당신은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내 손아귀에 있다. 마이크 비킹은 아주 단순한 행복의 기준을 내놓았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안 아프고, 행복하다면 제대로 살고 있다는 거다. 이런 투박한 기준에서라면 나는 지금 행복하다.
마이크 비킹에게 조금 더 딴지를 걸자면, 내가 언젠가 멋진 차를 굴리며 더 넓은 집에서 완벽한 배우자와 함께 살아도 지금처럼 행복할 것 같다. 행복한 사람은 내가 많이 가졌건, 적게 가졌건, 상관 없다. 단지 행복의 프레임이 '돈' 뿐만 아니라, '건강', '경험', '친구(공동체)', '친절' 등에 있기 때문이다. 돈이 조금 부족해도, 건강하고, 친구가 있으며, 친절한 마음씨를 베풀 여유가 있으면 되었다.
294쪽. "생각이 깊고 헌신적인 소수의 시민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의심하지 마라. 사실 지금까지 세상은 오로지 그들에 의해 바뀌어왔다."
- 마거릿 미드, 문화인류학자
그리고 이젠 금전적인 것 뿐만 아니라, 공동체 일원으로서 협동하고, 신뢰하며, 친절을 배풀고 싶어졌다. 오늘도 마트에서 장을 볼 때 깨끗한 비닐에 감자를 담아왔다. 빵집에서 갓 구운 빵을 새 비닐에 담지 않고, 챙겨간 밀폐용기에 담아 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친절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동시에 나를 행복하게 했다.
행복과 진보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덴마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