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 촉진제 10> 쇼핑은 투표다
2010년. 산채로 흙구덩이에 들어가야했던 돼지들이 있었어요. 살처분 판정을 받은거에요. 그 중 두마리가 살겠다고 온 힘을 다해 흙 밖으로 나왔어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삽으로 두개골을 맞고 다시 매장당해야 했습니다. 김한민 작가가 <아무튼, 비건>에서 들려준 묵직한 이야기에요.
단순히 불쌍한 마음만 느꼈으면, 저는 편했을까요. 계속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꼈어요. 돼지 살처분과 저는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먹었고, 제가 먹였으니까요.
공장식 축산보다 동물 복지가 좀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었습니다. 언젠가 정부가 법으로 추진해주길 바랐어요. 하지만 동물 복지 육고기는 값이 비싸지요. 누구나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받아야 하기에, 모든 사람에게 동물 복지 식품을 먹으라 강요할 수는 없었습니다. 100% 동물 복지를 실현하기에, 들어봐야 할 입장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동물 복지를 하면 좋지만, 육고기로부터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길거란 시나리오. "아, 머리 아프다."하며, 제 문제 밖으로 밀어냈습니다.
그러다 다시 사건이 터졌네요. 아프리카 돼지 열병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저는 큰 사건이 터지고 언론에서 조명해줘야, 다시 문제인식을 갖게 되는 무심한 사람이에요. 공장식 축산에 대해 겨우 경각심을 추스렸습니다.
조금씩 할 수 있는 일을 하는게 낫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물복지 돼지고기는 마트에서 쉽게 찾기 힘들뿐더러, 설사 찾는다고 해도, 무척 값나갈거에요. 그래서 달걀이라도, 동물복지 제품을 사먹어야 겠습니다. 결심 후, 유기농 매장으로 가 동물복지 유정란 10구를 구입했습니다. 할인 받아 4950원. 싸지 않지만, 실천해볼만 했습니다.
쇼핑은 투표입니다. 어떤 물건이 많이 팔리냐에 따라, 자본은 민감하게 대응합니다. 일주일에 한두번, 집 앞 유기농 매장에서 동물복지 유정란 10구를 구입하면, 그 작은 가게의 사장님께서는 더 많은 물량을 발주하시겠죠. 그리고 예전에 제가 자주 사먹던 30구에 2680원짜리, 껍질이 얇아 쉽게 바스러지던 아픈 달걀 물량은 줄어들겠죠.
무엇을 사느냐. 중요합니다. 작은 이상을 품고 계시다면, 쇼핑으로 투표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사는 물건에 따라 꿈꾸는 세상이 열리실지도 몰라요. 저는 오늘 유기농 제품을 사고, 정육점 사장님이 닭고기 넣으라 주시던 검은 비닐을 거절했어요. 대신 집에서 챙겨간 깨끗한 비닐에 담았습니다. "비닐 챙겨 다니시네요~"라는 사장님 말씀에, "비닐 줄여야죠. 하하."라며 공익광고 같은 멘트도 당당하게 날리면서요! 사장님이 좋아하며 웃으시더라고요. 닭 두 마리 사간 손님이 비닐까지 안 쓰면, 사장님은 얼마나 좋으시겠어요. :-) 투표로서 쇼핑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900ml 우유 두 묶음씩 파는 제품 중, 비닐가방에 담긴거냐, 비닐띠를 두른거냐 고민하다가, 가격차이가 안 나면 비닐띠 두른걸 사기도 합니다. 비닐이 최소화된 우유를 사는거죠. 어떻게 살(Live) 것인가. 무엇을 살(Buy) 것인가. 맞닿은 두 질문을 일상 속에 품을만합니다. 미래를 변화시킬 물음이 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