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샘의 금융교실 프로젝트] Ep 6. 학급회의(신용평가, 기본임금인상)
아이들과 학급회의를 했습니다.
첫번째 안건, 신용평가원이 신용평가표를 걷는게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하여 정해진 시간 안에 평가표를 제출하지 않으면 제일 낮은 5등급으로 하는 안건을 상정하였습니다.
"선생님, 애들이 신용평가표 달라그래도 계속 안주고 그냥 놀기만 해요. 그 친구들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신용평가원이 제때 평가표를 제출하지 않는 학생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걷는것은 힘들다는 것에 대해 많은 학생들이 공감하여 18명의 찬성으로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법이 새로 제정된 후에 한 명씩 찾아다니며 신용평가표를 받아야했던 신용평가원이 훨씬 일이 쉬워졌습니다. 다들 신용등급 5등급을 피하기 위해서 기한에 맞춰서 평가표를 잘 제출하였습니다. 역시, 손해보는 것을 싫어하는 심리를 잘 활용하면 학급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편리합니다!
두 번째 안건은 우리반 욜로족 중 한 명인 이정원 학생이 상정하였습니다.
"(정원)저희는 직업도 없는데, 일주일에 500원 받으면 200원 세금 내고, 200원 짜리 혜택권 하나 사고, 만화방에서 만화대여료 100원 내고 나면 남는 돈이 하나도 없어요."
"(또다른 욜로족 하은이)맞아요. 그리고 혜택권 가격도 계속 오르니까 그것도 힘들어요."
"(우리반에서 가장 돈을 모은 세찬이)그런데 기본임금을 인상하면 저같이 돈을 열심히 친구들은 손해를 봐요. 기본임금을 인상해주면 애들이 혜택권을 더 많이 살거고 그러면 혜택권 가격이 오를거고 그러면 돈 모은 학생들은 손해에요."
(*우리반은 같은 종류의 혜택권을 12개씩 인쇄하여 빨리 완판되는 경우 50~100원씩 가격을 올립니다. 그런 경우는 잘 없지만 안팔리는 경우는 반대로 내리기도 합니다.)
"(정원)그게 왜 손해야? 기본임금이 올라가면 너도 임금을 많이 받으니까 더 좋은거 아니야?"
"(선생님의 보충설명)혜택권 가격이 오르면 반대로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혜택권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인플레이션이라고 불러요."
"(다른 학생)저는 임금을 인상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본인들이 돈이 없는건 본인들이 모으지 않고 돈을 써서 그런건데 무작정 임금인상만 요구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자기들이 모을 생각부터 해야합니다."
"(또 다른 학생)어차피 임금인상해도 나중에 혜택권 가격이 떠 오를거기 때문에 저도 인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20분 이상 이 안건으로 열띤 토론이 진행되어 종례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이런 문제로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열심히 토론이 진행 중이고 어른들도 결론을 잘 내지 못한다고 설명하며 우선은 찬반 투표를 하고, 중요한 문제이니 이후에도 기회가 되면 또 토론을 해보자고 얘기하였습니다.
제 생각과 달리 투표 결과는 찬성 7명, 반대 13명, 기권 5명으로 안건이 부결되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우리반 학생들에게는 기회의 평등이 중요하지 결과의 평등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우리반 학생들의 경우에는 사실 상속이나 증여가 없기 때문에 첫 출발은 모두 동일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빈부의 격차가 생긴 것에 대해서는 많은 학생들이 본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