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학교를 그만 두었나. -2- 초등 교사라서 안된다구요?
'초등' 교사라서 안된다구요?
교대 학부생 때, 나는 발명/창의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교대를 오기 전 공과대학을 잠깐 다녔덧 탓에
친한 선배, 동기들은 대부분 삼성, 현대 등 대기업에 입사하였고
입사 하자마자 다들 신입사원 연수 교육을 다녀왔다.
(출처: Incruit 제공 및 Newsci 기사)
신입사원 연수교육을 수료한 뒤 동기들의 SNS에 올라오는 단체 사진들을 보면서,
긴 시간과 큰 비용을 투자하여 선발한 인재들을 대상으로
대기업에서는 과연 어떤 교육을 진행할까 궁금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삼성 신입사원 연수였던 SVP교육, 출처: 아시아경제)
(놀랍게도 구글에서는 '마음챙김 명상'이 가장 인기있는 사내교육 강좌였다.
사진출처: 구글, 사내교육 이미지)
실제 대기업에서는 다양한 창의 프로그램 및 동기 고취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에서도
구성원들의 창의성 개발, 기술 개발에 대한 동기 고취 뿐만 아니라 마음경영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혁신적 사고를 이끄는 해당 프로그램들을 학교 현장에서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학교에서는 프로그램 내용뿐만 아니라 교수기술에 대한 시행착오 및 연구도
꾸준히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에,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발명수업에 이어, 특허 및 기업가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기로 했다.
2014년 11월, 교육지원청 발명영재원의 1년 수료식이 있었다.
수료식의 중간 쯤, 1시간 30분 정도 발명영재원의 마무리 강의가 잡혀 있었다.
발명영재원 과정을 수료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서 오셨다.
1년 간 연습했던 발명적 사고에서 더 나아가, 앞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멋진 기업가가 되면 좋겠다는 진심을 담아 이야기 했다.
제2의 스티브잡스, 제2의 빌게이츠를 키워내는 교육의 중요성, 필요성은 충분히 이야기 나왔으니
제2의 누구 말고 한국에서 제1의 누군가가 나오기를 바랬다.
수업이 끝나고 영재원 수료 학생의 학부모님 중 한 분께서 오셔서
명함을 주시며 이야기 잘 들었다는 말씀과 함께 현재 근무하고 계신 곳의
워크샵 프로그램 중 한 시간을 의뢰하고 싶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나에게는 정말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학생들과 함께 해나가는 교육을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이후 회사의 교육 담당자이신 학부모님과
교육 일정과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몇 번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하지만 일정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나의 교육 일정은 취소 되었다.
현 직업이 '초등교사'이기에 기업가 정신, 혁신적 사고라는
교육 주제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초등교사'이기에 '초등학생'이 아닌 교육 대상자에게
교육이 가능한가 라는 의문 또한 함께 던져졌다.
교육이 취소된 처음에는, 마냥 허탈했다.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이기도 했다.
내가 외부인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에도,
현재 내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발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혁신적 사고,
기업가 정신에 대해 의문을 던지지 않을 것인가.
그래서 일단은 부담되지 않게 경험해보기로 했다.
여름방학 때 다녀오려던 호주행 비행기 티켓은 (눈물을 머금고) 취소하고
동아리 선배가 대표로 있던 벤처회사에서 인턴을 해보기로 했다.
그 때는 아직 교사였기 때문에 물론 정식 인턴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래 알고 지내왔던 선배였고, 나의 이러한 고민을 잘 알아줬기에
정식으로 등록된 인턴은 아니지만 딱 여름 방학 기간 동안만
함께 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렇게 여름방학 시작과 함께 나는 서울로 왔고,
고등학생인 조카의 공부를 틈틈이 봐준다는 조건으로
서울 이모댁에서 한 달 서울살이 겸 비공식 인턴생활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