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함께 커가는, 교실농사 -5- 1학기 농사의 마무리, 수확.
차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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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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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5 09:32
안녕하세요.
1학기의 마무리는 잘 하셨는지요.
개학하고 바쁘게 3월을 보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년의 반이 지났습니다.
3월 말 부터 열심히 해왔던 농사일도 이제 마무리 할 때가 되어 갑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확의 날.
농사의 꽃은 역시나 수확이지요.
처음엔 마냥 새싹같은 크기에, 이게 과연 먹을만한 크기로 자라려나 싶었던 상추들.
하지만 자리를 잡고 나면 꽤 빠른 속도로 자라기 시작하는데
완전히 자라기 전에 솎아주기를 먼저 해 줍니다.
상추 수확 첫 개시입니다.
이날 솎아주기를 한 이유는, 바로 급식에 고기가 나오는 날이기 때문!
처음 수확한 상추잎들은 정말 보드랍습니다.
중간놀이 시간에 수확해 놓은 상추들은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전 쉬는 시간에 물에 얼른 헹궈 놓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상추 첫 시식의 순간.
솎아주기를 한 상추라 잎이 크진 않아서 이건 뭐 상추에 고기쌈을 먹는건지
고기쌈에 상추 얹어 먹는건지 헷갈리지만
그래도 처음 수확한 상추니 야무지게 쌈을 먹습니다.
이젠 누가 봐도 상추의 모습으로 자란 상추들.
이때부턴 꽤나 수확할 기분이 납니다.
수확하는 양이 점점 많아지면 가끔 학급 상품으로 '유기농 상추'를 선물하기에도 좋습니다.
점심 때 먹을 상추들을 수확하며 자급자족 중인 학생 농부들.
학기 중 수시로 수확하는 상추와 달리.
학기 말이 되어, 이제 애타게 기다려던 열매 작물들도 수확의 시기가 다가옵니다.
특히나 강낭콩들은 그냥 수확하기 아쉬우니 수확의 기쁨을 담은 장면을 폴라로이드로 남겨서 집으로 가져가게 했어요.
꼬투리에서 방금 강낭콩은 콩이 이렇게 예뻤나 싶을 만큼, 토실토실하고 수분기도 있어서 싱싱한 모습이었습니다.
이 콩들은 집으로 돌아가 강낭콩밥이 되기도 했고,
또 새롭게 화분속으로 들어가서 가을농사의 시작이 되기도 했습니다.
강낭콩과 함께 빨갛게 제대로 익은 방울 토마토들.
상추와 함께 틈틈이 키우기 좋은 무순도 이제 수확할 만큼 자랐습니다!
슬금슬금 자라나던 가지는 마음 같아선 조금 더 키우고 싶지만,
방학을 앞두고 더이상 키울 수 없으니 최대한 늦췄다가 방학식 당일날 수확해 봅니다.
금방 딴 방울토마토는 정말 맛이 좋습니다.
토마토를 평소에 좋아하지 않았다던 학생들도
직접 수확한 토마토를 먹고 난 이후로는
마트에 가서 방울토마토가 보이자 괜시리 먹고 싶어졌다고 하네요.
학교에서 한 알씩 수확해 먹던 감질맛 때문에 더 맛나게 느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잘 키워낸 가지는, 1학기 동안 우리반을 위해 가장 수고한 친구를 투표로 뽑아 선물로 주었습니다.
손바닥 만한 가지는 한알에 1만원을 줘도 못팔 것 같은 느낌인데
마트에 가보니 가지 2개에 천원씩 팔고 있네요.
그래도 직접 키워서 수확한 교실 식물에는 우리의 정성도 담겨 있으니.
훨씬 맛이 좋을 것이라 믿어 봅니다.
1년 농사의 반이 끝났습니다.
농사를 짓고 나면, 땅에는 휴식기가 필요합니다.
몇 달 동안 농작물을 키워내며 흙 속의 영양분을 내어준 뒤에는
휴식기를 통해 다음번 농사를 위한 충전을 합니다.
우리도 한 학기 교실에서 열심히 시간을 보냈으니
남은 2학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지쳤던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선생님들 모두, 한 학기 동안 교실 농사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차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