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함께 커가는, 교실농사 -1-
차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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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1 11:15
"올 한 해도 농사 잘 지어 봅시다"
학기의 시작을 앞두고, 동학년 모임에서 부장님께서 종종 하시는 말씀.
3월에 시작하여, 2월에 결실을 맺는 교실 운영을 보통 1년 농사에 비유하고는 합니다.
생각해보면 1년 교실 운영과 농사는 꽤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눈에 띄는 큰 변화 대신, 아주 조금씩 성장해가는 것.
봄에 시작되어, 1년을 주기로 마무리하는 것.
매일매일 물을 주고 영양분을 주고, 애정과 관심으로 보살펴야 하는 것.
예전에 부모님께서 주말농장을 운영하실 때,
주말의 꿀늦잠을 포기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 밭에 가서 가지, 깻잎, 고추, 오이를 한소쿠리씩 수확해 오셨습니다.
그때만 해도, 내가 보기엔 그냥 사먹어도 될 것만 같은데 오히려 기름값만 두배로 들 것 같은 이 농사를
귀찮게 왜 하실까, 궁금해서 여쭤본 적도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농사꾼의 피는 속일 수 없는 것인지,
매년 학기초 교실 환경 구성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서울 중구 대학로 도심 한복판에서 이렇게나 남향이 잘 들어오는 창가에,
학생들이 클 때 같이 커가는 생명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시작된 교실 농사.
현 교육과정 '4학년 1학기 과학 식물의 한살이'에 이미 강낭콩을 키우는 과정이 있습니다.
이 과정과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차이는 식물을 키우는 목적/대하는 마음의 차이에 있습니다.
과학 교육과정에서 키우는 강낭콩은, 식물의 성장 과정 및 한살이를 관찰, 기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교실 농사는 내가 보살피고 돌본 식물을 잘 키워서 열매를 수확해 먹는 것에, 조금 더 맞춰져 있습니다.
1.교실 농장의 준비
물론, 교육과정과 연계되는 학년이라면 교과 진도와 맞춰서 진행해도 매우 좋습니다.
-4학년 과학 식물의 한살이
-6학년 실과 생활속의 동,식물 키우기
취미는 역시 장비빨. 장비부터 정비하고 나면 조금 더 애착이 생깁니닷
3월 중순, 교실에서의 첫 만남 활동들이 끝나고 3주차 쯤 모둠별로 농장을 준비합니다.
학급비로 모둠별로 사용하게 될 넓은 화분과, 배양토, 씨앗, 물뿌리개, 모종삽을 준비하고 나면.
벌써 대농장을 경영하는 기분이 듭니다.
2.농부의 마음 가지기
올 한해, 화분에서도. 우리 교실에서도 농사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풍년을 기원했던 농사 전, 농부들의 의식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이면지에 매직으로 적고 색연필 칠하여 빨대 막대에 매달린, '농자천하지대본'
3월 말. 창가 햇빛이 갈수록 따뜻해지던 날.
하루 정도 푹 불려놓은 강낭콩을 심었습니다.
강낭콩 심으며, '농자천하지대본' 깃발도 같이 꽂아줬어요.
식목일에 심어도 좋지만, 여름방학 전 까지 수확을 끝낼 예정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교실은 실내라 조금 일찍 심어서 키우는 데 무리가 없어요.
그리고 이날, 강낭콩과 함께 가지, 토마토, 상추, 바질도 함께 심어줬습니다.
모둠별 메인은 강낭콩이지만, 상추와 토마토를 중간중간 수확해 먹는 재미가 꽤나 솔쏠합니다.
상추는 씨를 뿌려 싹을 틔운 뒤 솎아주기를 해가며 키워도 좋지만.
키우기 부담스럽거나 식물계의 마이너스손이다 하는 경우엔, 학급비로 모종을 구매해서 키워도 매우 편합니다.
첫 글이라 두서 없었습니다.
부족함을 사진으로 열심히 메워보려 첨부하다 보니. 글보다 사진이 더 많아졌네요.
이 글을 보시는, 선생님들도. 모두 올 한 해 교실농사, 풍년이시기를. 기원해봅니다.
-차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