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학교를 그만 두었나. -8- 학교를 그만 둔 또 다른 이유, 3년 고비.
차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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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1 17:07
학교를 그만 둔 또 다른 이유, 3년 고비.
#합격만 시켜주시면, 무엇이든 다 할게요
임고를 준비하던 4학년 시절, 고3 이후로 또 이렇게 도서관에 갇혀서 생활할 날이 또 올 줄은 몰랐다.
교대 2학년 까지는 아무런 생각이 없이 살았고 3학년 2학기가 되자 도서관 고시생 선배들의 모습이, 설마 내모습이려나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온 4학년 2학기.
그 땐 내가 언제 화장을 했었는지, 친구들과 영화보고, 술 한잔 하며 놀던 때가 꿈은 아니었는지 가물해지던 시간이 왔다.
매일 별일 없으면 도서관으로 가서 공부하고,
공부 안할 땐 이 임용고시가 얼마나 부당하고 비효율적 제도인지 스트레스 받으며 시간을 보내던 2012년이었다.
나의 합격을 위해 우리 아버지는 초하루만 되면 팔공산에 올라가 딸의 합격을 간절하게 빌어주셨고
시험날이 다가올 수록 어머니는 이 세상 징크스를 다 신경쓰기 시작했다.
나 또한, "제발 붙여만 주신다면, 어느 학교로 가라고 하던, 어떤 일을 주시던, 감사히 다 하겠다."는 생각을 감히 하며 매일 기도하고 잠들었다.
하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달라진다고 하던가.
그 때의 간절한 소망과 다짐은 학교 발령과 동시에 머리속에서 증발하고, 근무하면서 까맣게 잊어 버렸다.
첫 해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집안에 교편을 잡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어디에서 조언을 들을 곳도 없었고 첫 사회생활은 새로움으로 가득했다.
발령과 동시에 대구의 한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을 맡으며
신규의 넘치는 패기와 에너지로 학생들보다 더 흥분했던 현장학습을 다녀왔고 1년을 매일 울고 웃으며 보냈다.
당연히 지금 돌이켜보면 낯 부끄러울 정도로 많고 많은 실수가 있었지만 '신규'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용서 되었다.
사람마다 성향이 매우 다르기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작업 환경보다는
기존의 공간, 변화로 인한 좌충우돌 보다는 익숙함에서 오는 효율성을 선호할 것이다.
나는 이것과 정 반대의 성향이었다.
두 번째 해, 지망했던 학년과 업무에서 모두 떨어지고 똑같은 교실, 똑같은 학년에서 1년을 보내게 되면서 슬럼프가 시작되었다.
차라리 모를 때에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지만 같은 교육과정, 같은 공간, 비슷한 하루하루는 극심한 무료함을 일으켰다.
#3년차의 고비
#귀하는 퇴사를 희망한 적이 있습니까
학교든, 회사든, 어느 직장에서든 3년 정도가 지나면 무료함과 슬럼프에 빠진다고 한다.
2017년 세계일보와 인크루트에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퇴사를 희망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61%가 현재 그렇다고 대답했다.
(출처: 세계일보, 인크루트 설문조사)
입사한 지 1년 이내에는 생각했던 직장의 환경과 많이 달라 퇴사를 생각할 수도 있고,
또 생각보다 녹녹치 않은 사회생활에 퇴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퇴사에 대한 생각은 3~4년차까지 계속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몇 백개의 자소서를 쓰고, 영어 공부를 하고, 취업이 힘들다며 고민했던 그 때를 잊었나 싶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생각한다.
이전에 다녔던 공과대학교 동기들의 사례만 보아도 입사 이후 3년까지 참 많은 친구들이 퇴사를 했다.
(출처: 네이버, '퇴사'관련 서적 검색 결과)
서점에는 '퇴사'와 관련된 책들이 넘쳐난다. 누구나 한 번은 퇴사를 한다니.
아무튼 '퇴사'에 대한 고민이 들면 둘 중 하나다.
그래서 퇴사를 하거나, 혹은 남아서 적응하거나.
(출처: 구글, 퇴사짤 이미지)
그리고 회사에서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선택한다.
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 비율이 무려 27.7% (2016년도 기준)에 달한다.
100명 중 27~28명은 실제로 퇴사를 했다는 했다는 말인데 학교 현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퇴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한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하면 '끈기가 없다'는 인식을 주었는데
최근에는 '이직'의 가능성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거나,
혹은 인생의 한 주기에서 퇴식을 통한 '휴식'의 단계로 생각한다.
교직도 하나의 직업이자 사회생활이다.
일반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슬럼프에 빠지고 퇴사를 생각하 듯, 많은 교사들도 슬럼프에 빠진다.
실제로 '사직서'를 썼다는 이야기에, 많은 후배, 동료들이 연락을 보내왔다.
왜 그만뒀냐고, 그리고 "나도 그만두고 싶다고."
3년차에 접어들기 직전이었던 나도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무료함과 함께 나에게 '초등교사'라는 타이틀로 제약이 생겼을 때, (나는 왜 학교를 그만두었나 -2-)
결국 학교 '퇴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마음같아선 '퇴사휴직'이라는 것도 있었으면 좋겠다.
2~3년 정도 근무한 뒤, 정말 너무 퇴사가 고민될 때, 이 길이 내 길이 맞는가 고민이 될 때,
일주일 정도 한 번 쓰면 정말 좋겠다 싶다.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은 퇴사 이후가 마냥 마음 편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매우 분명하고 뒤돌아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확신에 찬 퇴사를 선택한 사람들은 사실 극히 일부이다.
퇴사를 선택하는 많은 직장인들 또한 퇴사 이후 불안한 시기를 겪게 된다.
나 또한 퇴사 이후 교육 회사를 다니며 많이 불안했고, 또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일까, 수없이 고민했다.
그리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기 위한 결정을 내렸을 때에는 도서관에 갇혀 살던 임고생 시절의 스트레스를, 또 한번 반복했다.
퇴사와 이직의 경험을 겪은 뒤 다시 돌아온 학교는, 분명 같은 곳이지만 또 다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느쪽이든 '일'에서 정착지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이직을 반복했던 회사원에게도, 프리렌서로 남게 된 전문가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우리에게도 퇴사 및 이직을 반복할 수 있었다면 많은 선생님들은 퇴사하고, 이직했을 것이다.
#퇴사와 맞바꾼 것
그러면 왜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을까.
학교는, 특히 초등현장은 채용 과정이 매우 엄격하다.
학생들에게 꾸준하고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 것과 동시에,
학교의 운영은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지향하기 때문에 채용 과정이 엄격하고, 대신 그만큼 책임을 진다.
한번 뽑히기도 쉽지 않으나, 대신 뽑으면 쉽게 변경하지 않고, 이직은 불가하다.
이직이 거의 불가하니 이것은 퇴직이 아니라 은퇴라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는 그렇게 뛰어나게 잘한다고 칭찬받은 적도 없지만, 대신 비상사태나 경기 흐름에 따라 못하지도 않는다.
묵묵히 계속해서, 퇴사 없이, 1년의 교육 운영 과정에서 펑크 없이 열심히 일을 이어나가고 있다.
'꼰대'같은 이야기라, 절대 남에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해봤더니 어떠어떠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조심스럽게, 그리고 진심을 다해 전해보고자 한다.
가끔은 정말로 때려치고 싶어질 만큼 답답한 와중에, 퇴사라는 것을 고민할 수도 없어 답답하지만,
그래도 그만큼 중요한 일 하려 들어온 것이니. 비록 퇴사가 안되더라도 조금만 더 힘내서 열심히 해 보시기를. 응원한다.
진짜로 퇴사 했다가, 본 직장이 얼마나 소중한 곳이었는지 진정으로 깨달았던 경험을 보태어, 이야기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