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학교를 그만 두었나. -3- 한달 간의 인턴 생활
차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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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6:52
한달 간의 인턴생활.
(출처: 무한도전, 무한상사 편 중)
2015년 여름방학식 바로 다음 날. 서울 신용산역에 있는 사무실로 첫 출근을 했다.
오피스텔 건물에는 10평 조금 넘는 사무실이 층마다 꽉 들어차 있었다.
내가 근무 했던 회사는 교육분야 벤처회사였다.
원래 근무하던 분야가 그야말로 정통 교육분야이기에 크게 다를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록 아직 신규티를 못벗었지만 학교에서 학년 교육과정 구성 (학년연구)를 2년째 맡고 있었고,
학교 특색 사업 중 하나도 운영했으며, 담임으로 1년을 무사히 마무리해 본 경험이 있으니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다.
인턴생활 첫째 주, 이틀은 상경 후 한달 치의 짐을 풀고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니 금방 지나갔다.
남은 삼일동안 회사에서 지향하는 목표, 현재 회사의 아젠다, 회사 구성원들의 체계 및 역할,
서로의 일정을 공유하는 방법을 파악하다 보니 벌써 사분의 일이 지나갔다.
두번째 주 부터는 회사에서 맡은 프로젝트를 구체화해 가는 과정을 배웠다.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구체화하던 것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참고할 자료가 전혀 없으니 모래사장에 집을 짓는 기분이었다.
친절한 것 같으면서도 빈틈없이 요구사항이 포함된, 그 와중에 예의 있는 이메일을 몇 번이나 읽으며
이번 교육 프로그램의 목표는 무엇이어야 할지 몇 시간이고 회의를 진행했다.
확인해야 할 사항이나, 보고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메일을 보내기도 해야 했는데,
역시나 친절하면서도 예의 있고 혹시나 (특히) 책 잡힐 만한 사항이 들어가 있지 않는지 메일 발송 전 확인만 몇 단계를 거쳤다.
메일 읽고 쓰다보니 삼주 차가 훌쩍 지났다.
학교에서 일년 반 정도 근무하며 경험했던 과정들과 또 다른 일정들이었다.
학교는 오랜 시간, 오랜 사례를 통해 축적되어 온 거대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었으며
구성원들의 직급 및 해야 할 역할들도 세분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막 설립 1년 차를 넘긴 벤처회사에서는 모든 것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이었다.
우리 회사의 전문 분야도, 강점도 아직은 변동사항에 속해 있었다.
교장, 교감 선생님의 일과가 결제 조금 늦어지는 것 외에는 나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생활이었는데
전체 인원 5명인 회사에서는 대표의 일정, 디자이너의 일정, 매니저의 일정들이 회의 일정으로 복잡하게 엮여 있었다.
많은 것들이 달랐지만, 무엇보다 내가 함께 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가장 달랐다.
회사에서는 같이 아젠다에 대해 끊임없이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는, (나눠야만 하는)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과,
친절하면서도 요구사항을 빈틈없이 요구하지만 예의 있고 나와는 감정적으로 엮일 일 없는 담당자들을 만났다.
학교에서는 같은 시스템에 속해 있는 선생님들과
하루를 전적으로 나에게 의지하고 있는 미성년자인 학생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애정인, 자식에 대한 모성의 마음을 바탕에 둔 학부모님이었다.
한달 간의 인턴 생활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개학 2일 전 다시 대구로 내려왔다.
2학기가 시작 되자 마자 제일 먼저 학교 마크가 들어간 명함을 주문했다.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도 명함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큰 규모의, 오랜 시스템을 가진 회사에서 구성원에게 명함도 없이 전화번호와 이름을 알려야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껴졌다.
학부모님이 오실 때 마다, 명함을 내밀며 연락을 부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