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학교를 그만두었나. -10- 다시 학교로 오고 싶었던 이유
#다시 학교로 오고 싶었던 이유
학교를 떠나 회사로 가면서, 언젠가는 학교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겠거니 어렴풋이 생각했다.
물론 회사가 대박이 난다면 고민 했겠지만 김칫국 마시는 고민이었다.
사직서를 쓴 이유도 첫째는 학교 밖에선 과연 어떤 교육을 하는지 궁금했던 것이고,
두번 째로는 내가 벤처를 경험해야 앞으로 창업, 기업가 교육을 할 때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일찍, 학교로 돌아가야 할 이유들이 생겼다.
#교육회사, 어쨌든 회사.
우리 회사는 여러 기관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 회사였다.
교육을 의뢰하는 고객들은 공공기관, 대학교, 산학 협력단, 마이스터고 등 매우 다양했다.
다양한 고객 만큼이나 우리와 비슷한 형태의 다양한 교육 회사도 존재했다.
이전부터 계속 교육을 진행해 왔던 고객, 그리고 관련된 곳에서 교육을 진행하여 소개받은 고객,
공고를 통해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난생 처음 알게 된 고객까지 관계의 종류도 매우 다양했다.
다양한 고객이 존재했고, 그것을 하겠다고 나서는 회사도 여럿 존재했기 때문에
그쪽에서 원하시는 교육을 우리가 제일 잘 할 수 있다는 영업의 과정도 필요했다.
회사에서 경험해보는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접해보지 못했기에 집중해서 관찰하게 된 것은 영업이었다.
처음엔 마냥 그 자리에 꿔다놓은 보릿자루 처럼 앉아 있었다.
가끔씩 대표님이 우리 회사에서 교육 기획을 담당하는 교사 출신 매니저라고 소개 해 주실 때면
일어나서 정중하게 인사 드리고 명함 하나 내어 드리는 것이 나의 일의 전부였다.
처음 알게 되고 만난 담당자와, 그 분을 처음 만나는 회사 대표이자 동아리 선배는
겉으로 보기엔 넉살 좋은 두 사람이 허허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아 보였다.
사무실로 돌아와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과, 이정도까지는 하지 않아도 될 부분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면서
그 때 주고 받았던 넉살 좋은 대화들은 사실은 요구와 그에 대한 선긋기 였음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같은 돈을 내고 이왕이면 이것도, 그리고 이것까지, 딴건 몰라도 이건 확실히, 를 요구한다면
대표 선배는 여기까지는, 저것이 아쉬워 보이겠지만 대신 이것을 만족할 것이며, 거기까지는 해당 규모로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강점으로 자랑할 것은 자랑하고 요구하시는 부분 중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들을 정해 놓은 것이었다.
돈과 직접적으로 관련 되어 있다 보니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명확했다.
여기서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만드는 것은 일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지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마냥 부풀려 말해서도 안되고, 다만 우리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그것에 대해서는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영업' 은 필수 과정이자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인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영업이익'이다.
아무리 영업을 잘해서 일이 많아지고 고객이 늘어나더라도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이것은 모두 헛수고에 해당한다.
'영업이익'이란, 회사의 매출액에서 매출 원가를 빼고 얻은 매출 총 이익이다.
즉 순수하게 남은 우리가 벌어들인 돈인 것이다.
모든 회사는 궁극적으로 영업이익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열심히 일을 했는데 수익이 남지 않는다면 아무짝에 쓸모가 없으니 당연히 영업이익은 중요한 개념이다.
당연히 영업이익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데 그만큼 더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것이 또 있으니 '영업이익률' 이다.
영업이익률이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을 말한다.
(출처: 신미진, "편의점 빅3, 지난해 1000원 팔아 26원 남겼다... 이익률 '뚝'", MK뉴스, 2019년 4월 2일자 인터넷 기사)
영업이익률이 낮다면 매일을 쉬지도 않고 열심히 일해도 결국 손에 남는 것은 거의 없고,
영업이익률이 높다면 상대적으로 조금만 일을 해도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출처: 심재현, "삼성전자 2분기째 애플 영업이익률 추월... 수익성도 글로벌 최고", 머니투데이, 2018년 11월 2일자 인터넷 기사.)
최고로 인정 받는 기업 중 하나인 애플이,
그렇게 가치 평가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말도 안되는 영업이익률 때문이다.
그래서 영업, 영업이익에 이어, 영업이익률을 높여야 한다며
우리 회사에서도 대표님이 매일 피터지게 강조했다.
학교에서 근무하며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단어들인데
언제부턴가 세상 모든 회사, 가게가 '영업이익'을 얼마나 내는 곳인지,
'영업이익률'은 얼마나 나오는 곳인지 궁금한 곳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도 회사였기에 영업이익률을 고려한 회사 경영을 필사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학교의 영업이익은 어떠할까.
학교와 영업이익은 서로 생소하다.
학교의 재무를 맡고 계시는 행정 실장님이 한 번도 '우리 학교 영업이익이 얼마인지 아시냐'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
영업이익을 따져다는 학교도 분명 존재한다. 사립 유치원과 사립 사립 대학의 경우 영업이익을 고려하며 학교를 운영한다.
그러니 가끔 말도 안되는 유치원 비리, 사학 비리가 뉴스에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유치원, 대학교육을 국가에서 보장해준다.
영업이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초등학교는 영업이익으로부터 매우 자유롭다.
물론 적은 돈으로 학급 살림하느라 별 것을 다 아껴야 하지만 그래도 영업이익으로부터 압박을 받지는 않는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을 높일 수 있는 교육 대신, 학생들의 이해도를 더 높일 수 있는 수업을 고민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있는 곳은, 교육을 하는 '회사'였다.
내가 직접 교육을 진행하는 것 보다 사무실에서 페이퍼 작업을 몇 개 더 하는 것이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데는 훨씬 도움이 되었다.
사무실에서 교육을 기획할 때에도 효율성을 최대로 높이는 방법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회사니까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당연했고 또 우리의 발전을 위해서 그렇게 되어야만 했다.
회사 생활이 진행되면서, 점점 교육 현장으로의 출장은 줄여갔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교육 분야에서 얼른 벗어나 영업이익률이 높은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로
탈바꿈 하는 것이 우리 회사가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이었다.
교육현장과 멀어질 수록.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일지라도 우리 교실,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그때가 점점 생각났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