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게임과 교육, 정녕 이 둘은 친해질 수 없나요?
게임은 21세기 이후 교육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치명적인 적으로 여겨집니다. 청소년 범죄의 원인 중 하나로 게임이 지목되면, 각종 언론에서는 폭력적인 게임에 대해서 맹렬한 비난을 퍼붓습니다. 또한 ‘게임은 해로운 것이며, 아이들을 게임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라는 식으로 교육을 들먹이며-김광전 전 국회의원은 이러한 정치인들의 행태를 “학부모들의 표를 얻고자 한” 행동이라고 말했다-게임을 규제하는 각종 법안을 내놓습니다. 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등재하려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게임중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제거해야 할 ‘사회악’으로 취급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임과 교육은 물과 기름처럼 정녕 섞일 수 없는 분야들인 것일까요?
우선 필자는 교육과 게임의 관계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더 나아가서, 필자는 게임에서도 교육성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교육성이 어디서 나오는가?’에 대해서 언급하지 전, 우선 ‘게임’ 그 자체에 대해서 논해보겠습니다. 게임의 역사는 길지 않습니다. 최초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을 위한 테니스(Tennis for Two)>는 미국의 한 물리학자가 만들었으며, 게임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한 <퐁(Pong)>은 1972년에 개발되었습니다. 1990년대가 되어서야 우리에게 익숙한 텍스트와 이미지가 함께 어울려진 게임이 등장하면서, 급격하게 게임 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에서야 조금씩 ‘게임’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개발을 하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21세기가 시작하고 10년 동안 그 어떤 나라보다도 눈부신 게임 산업의 발전을 이루어냈습니다.
굳이 짤막한 게임의 역사를 언급한 이유는, ‘게임’은 곧 그 시대의 컴퓨터 관련 기술 발전 단계의 지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컴퓨터가 더 좋아지고, 프로그래머들의 코딩 능력이 향상하면서 게임은 함께 발전해왔습니다. 그렇기에 초창기의 게임들을 살펴보면, 오락성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면과 연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게임은 수많은 어린이들이 프로그래머를 꿈꾸게끔 만들었으며, 현재에도 게임 개발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코딩 교육의 방법 중 하나입니다.
(출처: 국민일보)
그러나 처음의 순수성과는 다르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게임은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오락성이 강조되었고, 이 늪에 빠져서 제 힘으로 걸어 나오지 못하는 이들을 ‘게임중독자’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중독자들이 증가하고, 이들 중 일부가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며 고쳐야할 문제입니다. 이러한 책임으로부터 게임 업계는 완전히 자유로운 입장이 될 수가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됩니다. 게임 산업이 사회 전체에서 홀대를 받고 있는 요즈음, 게임 산업의 방향은 바뀌어야만 합니다.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오락성과 몰입도가 높은 게임을 만들 필요도 있겠지만, 사회의 요구에도 적절히 반응을 해야 합니다. 게임에 대한 편견으로 잡은‘반(反)교육성⋅반(反)사회성’의 답변으로 교육성 높은 게임을 개발하거나 사회문제에 게임 업계들이 적극적으로 손길을 뻗어야 합니다.
(출처: https://tv.naver.com/v/2479607)
이런 예시들은 이미 조금씩 게임 업계에서 늘어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를 들어 문과 출신의 청년들이 만든 <한국사RPG-난세의 영웅> 게임은 이용자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로부터 ‘게임을 통해서 한국사를 자연스럽게 이용자들에게 학습시킨다’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이 게임은 게임성을 인정받아 서울특별시로부터 ‘챌린지 서울상’을 수여받았는데, 개발자가 게임의 개발 취지에 맞게 200만 원에 해당하는 상금 전액을 평화의 소녀상 건립 운동에 기부했습니다. 이들의 훈훈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한국MS와 서울교대가 힘을 합쳐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하여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것 또한 좋은 예입니다.
이처럼 게임 업계와 교육계가 힘을 합쳐서 새로운 교육 플랫폼을 개발해나가고, 게임 산업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한다면 게임에 대한 인식 또한 자연스럽게 바뀔 것입니다. 교육계 또한 이러한 문제를 게임 업계에게만 넘기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게임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이것과 관련한 교육을 현장에서 실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코딩 교육과 창의융합을 강조하는 현재의 교육 흐름에서, 코딩과 창의성 그리고 다양한 분야와의 연계가 가능한 ‘게임’을 규제하는 것은 모순적인 일이 아닐까요?
- 2018년 경인교육대학교 4월호 신문에 실린 글을 일부 수정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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