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스승의 날을 또 폐지하자구요?
(출처: 헤랄드경제)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불리며, 1년의 12개월 중 가장 따뜻한 느낌의 월(月)입니다. 5월이 이처럼 가정의 달로 불리게 된 이유로는 가정이나 사회와 관련된 많은 기념들 덕분입니다. 이 기념일들 중에서 5월 15일, ‘스승의 날’은 예비교원들과 현직 교육계 종사자들에게 있어서 더욱 특별한 날이지요. 이 날이 찾아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편지나 소정의 선물을 준비하여 그들이 공경하는 스승을 찾아뵙습니다. 이처럼 스승의 날은 교권존중과 스승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여 교원의 사기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지정된 법정기념일입니다.
그러나 교육계의 일각에서는 오히려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제37회 스승의 날인 1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많은 교사가 불편해하는 만큼 스승의 날을 폐지해 사회적 소음을 말끔히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폐지 여론이 단순이 ‘카네이션 금지’에서 비롯됐다고 봐선 안 된다”라면서 “교사를 교육전문가로 인정하지 않는 교육제도, 교육실패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하는 교육행정, 성과급·교원평가 등 경쟁주의적 교원정책, 교육권보호에 대한 무관심 등이 교단의 분노를 불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서 이들은 “스승의 날이 법정기념일이기 때문에 마지못해 행사를 치르는 고육(苦肉)의 날이 됐다”라면서 “김영란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제자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색종이 카네이션마저도 불법 선물이 됐다”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이러한 이유로 이들은 ‘스승의 날을 민간기념일로 전환하자’라고 즉, 법정기념일로서의 스승의 날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스승의 날 폐지 주장은 이들 전교조만의 주장인 것이었을까요? “스승의 날을 폐지하여 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지난 달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글은 일부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았으며, 전교조에 속하지 않은 현직 교사들 중에서도 이들의 주장에 지지를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또한 일부 교사들은 “교사와 교권을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자는 스승의 날의 취지를 망각하고 온 사회가 ‘카네이션·선물을 줘도 되느냐’는 논쟁만 반복한다.”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논쟁은 사회가 은연중 교사를 ‘선물을 챙겨줘야 하는 사람’, ‘선물을 받아야 잘해주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로 교사들은 스승의 날이면 새로운 업무에 치이곤 하지요. 카네이션이나 선물을 받으면 그것을 거절하고, 그 이유를 선물을 준 이들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에둘러 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결국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스승의 날의 본래 취지가 무엇인가요? 교권존중과 스승공경, 이 두 가지 풍토를 우리 사회 내에 조성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까지 스승의 날을 기념해왔던 방식은, 예를 들어서 편지를 작성하거나 선물을 드리는 것들은 ‘부정 청탁’과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김영란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스승의 날에 일명 ‘촌지’가 횡행했다는 것이 그 근거입니다. 김영란법의 제정으로 이러한 부분의 기준과 제재 방안이 마련되었지만, 오히려 이것으로 인하여 스승의 날에 교사가 선물을 받는 것이 일반화된 듯합니다. 이 이미지 때문인지, 여론에서는 ‘스승’들을 부정적으로 접근하는 일도 빈번합니다. 이번 기념일에도 당일 진행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선생님에게 들은 가장 충격적인 말’이 주요한 주제였습니다. 이 라디오를 들은 교사들의 기분은 어떠했을까요?
스승의 날에 교사들이 행복하면서 동시에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들에게 물질적이나 실제적인 것으로 감사를 표하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차라리 스승의 날을 휴일로 지정하는 것은 어떨까요? 스승의 날을 단순히 휴일로 지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루 동안 학생과 학부모가 사적으로 교사를 만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는 것입니다.애초에 ‘부정청탁’과 관련된 일은 생길 수가 없게 말이지요. 이것이 무슨 소리냐, 라고 혹자는 필자의 의견을 터부시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로 폴란드의 사례입니다. 대신에 교육부에서 공식적으로 기념식을 진행하여 모범적인 교원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고, 이것을 가정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지켜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들의 스승에 대해서 가족들이 함께 대화를 하다 보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선생에게 감사와 존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과 같이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방법을 바꾸는 것으로 교사들의 불만과 분노를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요? 스승의 날을 37년 만에 다시 폐지하는 것, 정녕 이 방법이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인 것일까요?
- 2018년 경인교육대학교 5월호 신문에 실린 글을 일부 수정하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