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 우리는 다같이 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현재 필자가 재학 중인 교육대학교에서는 캠퍼스의 재정비가 한창입니다. 내년에 들어올 새내기들을 환영하기 위해서인지 새로운 건물(문화·스포츠컴플렉스관)을 증축하고 있고,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농구장을 공사하거나 캠퍼스 내에 녹지광장 조성 공사를 하는 등 몸단장에 바쁩니다.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2년간 생활할 후배님들을, 필자는 다른 학우들보다 먼저 만나보았습니다. 내일을 포함하여 2주간 수시 면접 도우미로서 학교의 수시 면접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험생들은 만나는 분들마다 모두 밝은 미소로 인사를 드리며, 수백 번을 읽고 또 수십 번은 외웠을 면접 예상 질문들과 답변들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필자 또한 ‘저랬던 적이 있었지’ 하면서 미소를 살며시 짓게 되더군요. 그러다가 문득, 몇 주 전에 알고 있는 후배에게서 연락이 온 일이 떠올랐습니다. 이 후배는 교육대학교 입학을 목표로 3년간 내신을 착실히 관리를 하고 생활관리부에 활동 이력들을 차곡차곡 쌓아갔습니다. ‘정말 초등교사가 되고 싶구나!’ 라고 느껴지는 학생이었습니다. 면접일이 다가오자, 그 후배는 면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질문들을 몇 가지 물어왔습니다. 질문들에는 가령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인공지능이 초등교육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교직이 하나의 직업이지만, 다른 직업과는 성격 차이가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현 독서교육의 문제점이나 아이들이 독서하기 싫어하는 이유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또 아이들이 책을 읽기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서 교사는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요?”
물론 이러한 질문 외에도 필자가 재학 중인 학교의 인재상의 의미와 같이, 그 학교의 재학생이나 교육대학교 학생 대상이 아니라면 정보를 구하기 어려운 질문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필자는 앞서 제시된 질문 같은 경우는 개인의 가치관을 묻는 질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물어오는 질문마다 필자가 직접 면접을 준비하는 것처럼, 상세하게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질문에는 마땅한 답이 정해져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교대에서 배우고 느꼈던 것들과 평소에 생각했던 것들을 답변으로 돌려주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는 거침없이 답변을 주는 것이 멈칫하게 되더군요.
“초등 임용이 어려워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대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해서 저는 "실제로 그렇게 경쟁률이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몇 가지 근거와 함께 들려주었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이 ‘어려워졌다.’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시험 경쟁률이 올라갔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임용 대란으로 인한 ‘시험 응시자들에게 소외 받던 지역들의 원활한 교원 수급과 함께 교원 이탈이 줄어들 것이다’라는 긍정적인 부분에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번의 임용 대란과 관련해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주고 싶었던 필자의 생각을 듣고, 후배는 다음과 같이 말을 했습니다. “임용대란 때문에 학생들과 학교 측에서 시위했었는데, 저는 이렇게 긍정적으로 본다 말하면 감점되지는 않겠죠?” 겨울날 움츠러들어있는 동식물들처럼······. 수동적이고 경직된 수험생들의 면접을 준비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TO가 나오고, “올해 교육대학교 학생들과 일부의 현직 교사들께서 참여하셨던 시위는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어졌을까?” 이것이 바로, 오늘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입니다.
처음 서울교대와 이화여대 학생들로 이루어진 집회 및 시위에서는 여론의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교원수급에 대한 정부의 중·장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의 슬로건을 앞세우고 타 지역의 교육대학교 학생들이 이어서 시위를 진행하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슬로건의 바탕에는 순전히 정부의 무계획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을 수도 있겠지만, 시위에 참여한 혹자는 본인이 고시생일 될 해의 안정적인 TO를 확보하기 위해 참여했을 것입니다. 시위가 한창 이곳저곳에서 열렸을 때에는, 많은 학우들과 교육계 관계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었습니다,
그러나 임용대란이 예상되었던 초등 임용고사의 경쟁률이 여전이 1점대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나온 지금, 이것과 관련한 관심과 학내에서 제기되었던 여러 문제의식들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물론 필자의 학교에서는 얼마 전 당선된. 차기 총학생회에서 여전히 ‘교원수급에 대한 정부의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감시하겠다.’라고 외치고 있지만 말입니다,
“내년에 명예퇴직이 많이 풀렸대”, “지역 교대 출신자들에게는 추가 지역가산점을 준대. 우리 때는 경쟁률이 치솟지는 않을 것 같아” 등의 긍정적인 소문들이 우리 학생들 사이에서는 알음알음 퍼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소문들이 때마침 돌지 않았다면······. 임용시험 1차가 끝난 지금, 시위가 한 번 더 계획되지는 않았을까요? 임용시험 경쟁률이 치솟으면, 필자 또한 소위 ‘밥그릇’ 타령을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필자를 포함한 교육대학교 학생들의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는 태도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의 행동이 정말 ‘공교육’을 위해서였다면, 우리의 행동과 관심들은 내년에도 올해와 같이 교육계에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 민감성을 가지고 여러 목소리들을 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지난 여름날 우리의 행동들은 사회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고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번 임용대란으로 인해서 많은 이들이 불안해했지만, 부족한 교원들로 인해서 골머리를 앓던 지방의 지역들은 오히려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번 기회로 우수한 교원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수준 높은 교원들이 대거 들어오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들로 인해서 이 지역들의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교육의 질은 전반적으로 향상될 것입니다.
교원수급에 대한 중·장기 대책(정책) 마련은 이미 우리 학생들에게서 잊힌 듯합니다. 내년에는 이것보다 보다 본질적으로 생각되는 ‘각 지역 간의 교육격차를 줄이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강원도나 섬에 발령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의 경우, 어떻게 신입교원들의 관심을 이곳으로 돌릴 것인가?’를 해당 교육청뿐 아니라. 우리 학생들 모두가 이것에 대해서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망각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다”라는 니체의 명언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인간의 자의식을 두고 한 말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역 간의 교육격차 불평등’ 현상에 대한 책임을 잊어서도, 져버려서도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