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꿈꾸는 교실] #01. 일회용 카메라와 함께 첫만남
[사진으로 꿈꾸는 교실]
#001. 2019.03.04.월.
-여러분은 어떨 때 사진을 찍나요?
“마음에 담고 싶을 때요.”
기대하지 않았는데, 4학년 아이들에게서 나온 첫 대답치고는 꽤 마음에 드는 대답이었다. 무언가 더 물어볼 수 있게 대답해줘서 고마운.
-마음에 담고 싶을 때가 언제인가요?
“기쁠 때요. 행복할 때요. 즐거울 때요.”
-선생님은 그래서 우리 반이 사진 같은 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진 같은 반은 어떤 반일까요?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반이요”
-일 년 동안 우리 마음에 담고 싶은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 하며 사진 같은 반이 되기로 해요.
그렇게 말하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 예쁜 두 눈을 반짝이며 두 손을 내미는 아이들에게 미리 준비해 놓은 일회용 카메라를 나눠줬다. 아이들은 정말로 이걸 공짜로 주는 거냐며 좋아한다. 그래, 내가 니들을 위해 준비했단 말이다. 좋아해줘야지 그럼 그럼.
- 선생님이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선물입니다. 단 규칙이 있어요. 오늘부터 하루에 한 장 씩만 사진을 찍는 거예요. 학교에서, 등 하교길에, 집에서 어디서든 하루 중에 가장 마음에 담고 싶은 순간을 한 장 씩만 찍는 거예요.
“집에 있는 고양이 찍어도 돼요?”
당연히 된다고 말해줬다. 좋아하는 사람, 동물, 물건, 기억에 남는 순간, 인상 깊은 장면, 그게 무엇이라도 상관없으니 신중하게 마음을 담아 하루에 한 장만 찍으라고 당부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손에 쥐어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사진에 담을 장면을 한 장 한 장 소중하고 신중하게 고르면서 주변을 좀 더 세심하게 관찰하고 소중하게 여기길 바라는 마음. 둘째, 아날로그의 느림과 여유 그리고 기다림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카메라와는 다르게 필름카메라는 필름을 다 쓸 때까지 찍은 사진이 어떻게 나왔는지 볼 수 없다. 이를테면 뜸을 들이는 거라고 해야 할까. 기다리는 시간 동안 기대감과 설렘을 가져보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 느리지만, 기다림 뒤에 찾아오는 큰 기쁨!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이 보급된 요즘의 세상에선 일부러 찾아서 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누려보지 못할 경험이다.
-이 카메라는 27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약 한 달 뒤에 여러분 모두가 사진을 다 찍게 되면, 우리만의 사진 전시회를 할 거예요.
“27장인데 왜 일회용 카메라예요?”
“이걸 어떻게 사진으로 만들어요?”
“그럼 한 달 뒤까지 사진 못 봐요?”
27장이니까 27회용 카메라라고 하는 아이들. 4학년답게 순수한 모습이 너무 귀엽다. 아이들은 궁금한 것 투성이다.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현상하고 인화 한 사진을 본 경험이 있는지 물었더니 아무도 없다고 한다.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사진을 다 찍고 나면 선생님한테 카메라를 가져다 주세요. 그러면 선생님이 사진으로 만들어 올게요. 그때까진 사진을 볼 수가 없어요.
아직은 사진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자세히 말해주진 않았다. 아이들은 그저 그 작은 손에 쥐어진 작은 카메라가 신기한지 연신 바라보고 만져보고 한다.
간단한 사용법만 설명해줬다. 톱니바퀴처럼 생긴 셔터를 감으면 작은 숫자 표시가 바뀌고, 셔터를 끝까지 감고 난 후, 셔터를 누르면 된다고만 얘기했다. 빛의 방향이나 구도, 앵글 이런 사진의 기초에 대해서는 하나도 얘기해 주지 않았다. 아이들이 보는 세상, 날것 그대로의 시선을 보고 싶기도 하고 천천히 하나씩 기대감을 주며 알려주고 싶기도 하고.
쉬는 시간이 되자 교실 안이 난리가 났다.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쳐다보며 서로를 향해 카메라를 들고 웃고 있다. 그렇지만, 하루에 딱 한 장, 이라는 약속 때문인지 그대로 찍는 아이들이 없다. 하교할 때까지 대부분의 아이들이 내내 웃는 얼굴로 하루를 보냈다. 그 많은 즐거웠던 순간들 중에서 아이들은 어떤 순간들을 첫 사진으로 남겼을까. 나를 향해 카메라를 든 아이도 있었는데, 과연 나를 담은 아이도 있을까. 좋아하는 것 찍어 오랬더니, 혹시 27장 모두 나 찍어오면 어쩌지? 라는 기분 좋은 상상도 해보며.ㅋㅋ 나도 아이들만큼이나 기대감을 갖고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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