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한민국의 가장이다.
며칠 전, 2016학년도 과학전람회 및 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 대비를 위한 순회연수를 다녀왔다.
대회에 대한 연구사님들의 이런저런 소개가 있은 뒤,
각 대회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둔 선생님 두분의 사례발표가 있었다.
그중, 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 부분의 사례발표를 담당했던 선생님의 자기소개가 인상깊었다.
PPT에 소개된 선생님의 이력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2010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전국 발명품대회, 전국 전람회, 전국 과학동아리 발표대회에서
금상, 은상, 최우수 등등 빼곡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 선생님의 소개.
"열심히 하면 된다!! 저랑 하면 애들 학원은 포기시킨다. 애들 데리고 힘들게 고생시킨다" 라는 말에
솔직히 옆에 앉아있던 지인과 코웃음을 쳤더랜다.
본인은 사실 교육부장관 표창장이 하나 있다.
근데 이건 사실 좀 부끄럽기는 하다.
교원능력개발평가가 도입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때
나름 어린 나이에 어쩌다가 지원청에서 2명씩 뽑아서 교원능력개발평가 중앙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리고 어쩌다 전달연수를 담당하게 되었고,
어쩌다가 여름방학 기간중 학교별 실사 점검도 나가게 되었고
어쩌다가 지원청에서 학교별 OMR 카드기 입력을 도맡아 노가다를 하게 되었고
어쩌다가 지원청 교원능력개발평가 보고서를 담당해 작성하게 되었다.
그 결과 고생했다고 장학사님이 하나 덜컥 보내주셔서 받게 되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받은 거라고 할 수도 있는 표창장이다.
하지만. 교원능력개발평가 업무를 하는 동안에는 매일 퇴근후 교육지원청에 들려
밤12시~새벽 2시 정도까지OMR 카드를 읽히고 수정하고, 보고서를 작성했었다.
진짜 고생 많긴 했다.
지금은?
절대 똑같이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우선적으로 나는 한 가정의 가장이고,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두 아들이 집에서 기다린다.
간혹 학기초나 특별한 상황이 있을때 야근을 하게 된다면 집안 분위기부터 어려워진다.
업무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가정 생활이 우선적으로 중시 되어야 하는 것이다.
퇴근하면 어린이집에서 둘째를 챙겨 집으로 오고,
늦지않게 아내와 저녁 준비, 집안 정리, 아이들과 간단한 놀이, 밥먹고 씻기고 한숨 돌리면 애들 재울시간.
그리고 재우다 보면 스르르 잠이 들게 된다.
연수를 담당했던 선생님은 분명히 칭찬받을만 한 선생님이고 엄청난 자기 개발을 위해 노력하신 선생님이 맞다.
그리고 모두의 박수를 받을만 한 성과를 올리시는 것도 확실하다.
하지만 그분은 솔직히 '미혼'이거나 '아이가 없는' 선생님일 확률이 높고,
현직 선생님들의 '대부분'은 '기혼'이거나 '아이가 있는' 선생님일 것이다.
즉, 우수 사례로 보여주기는 좋으나, 일반화 시키기에는 정말 무리가 있는 사례가 아닐까?
우수한 실적을 올리는 선생님들이 계시겠지만,
나 또한 집안에서 우수한 가장으로서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대부분의 선생님들도 이렇게 노력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삐까번쩍한 선생님들께 기죽지 말자.
나는, 우리는 대한민국의 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