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쌤이알고싶다] 김현희 선생님 편
주변인이 물었다.
“인터뷰 첫 주인공이 허승환 선생님이면 두 번째는?
(어쩌려고 그래?)”
난 아주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를 쓰신 김현희 선생님!”
순서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사실 인터뷰를 기획하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 김현희 선생님이었다.
“꼭 뵙고 싶어요. 우리 꼭 봐요.”
이 말을 나눈 지 2여 년 전이었다. 진심이었다. 꼭 뵙고 싶었다. 김현희 선생님도 진심일 거라는 이상한 믿음이 있었다. 허튼 말을 인사치레로 하는 사람이 아닐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과 함께, 대전 가는 KTX에 몸을 실었다.
Q1. 드디어 저의 최애 페친님을 만나 뵙네요.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김현희 선생님 하면 책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죠.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는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2016년, 딱 10년 차가 되었을 때였어요. 이러다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순간 들었어요. 큰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학교를 비롯한 교육환경 전반이 답답했어요. 하지만 학교에선 진지하게 이야기 할 사람이 없었죠.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냥 허공에 쓰는 느낌이었는데, 남편이 제 글을 읽어 보더니 딴지일보에 올려보자고 했어요. 글이 매우 딴지 거는 내용이라면서요. (웃음)
어쨌든 그렇게 독자 게시판에 글 한 편을 쓴 걸 딴지일보가 기사화해서 메인으로 올렸어요. 근데 생각보다 조회 수가 너무 높고 반응이 뜨거운 거예요. 무서울 정도로. 그러다가 2017년 3월 10일에 단행본이 나왔습니다. 책 출간되는 날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일이라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요. 게시판에 글을 올리던 날부터 돌이켜보면 어떻게 일이 그렇게 풀려갔는지 신기해요.
Q2. 정말 신기하네요. 우연처럼 시작된 책이 지금은 무려 6쇄! 혹시 얼마 전에 장강명 작가님도 김현희 선생님의 책 리뷰를 페북에 올리신 거 아세요? (정작 김현희 선생님은 모르고 계셨다.. 이 한결같은 사람!) 제가 다 반가웠다니까요. 그런데 처음 글을 올린 딴지일보에서 사용하는 Sickalien 이란 닉네임이 특이했어요. 어떤 뜻인가요?
어린 시절 별명 중 하나가 외계인이었어요. 초,중,고 처음 다녔던 일반대학교까지 쭉 그랬어요. 그러고 보니 교대 입학 후부터 외계인이란 별명이 사라졌네요. 이때부터는 외계인이 아닌 좀 까칠한(?!) 사람이 되었나 봐요.
또 어릴 때 라디오 헤드의 노래를 많이 들었는데, 그 중 한 곡의 제목이 homesick alien이에요. 지금도 제 메일이나 아이디 같은 게 그냥 다 sickalien이랍니다.
Q3. 책날개 저자소개에 영화를 좋아한다고 적으셨던데, 좋아하거나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는?
좋아하는 영화가 너무 많아서 뭘 추천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는 한 번 꽂히면 수 십 번씩도 보는 스타일이거든요. 누아르, 드라마, 공포, 로맨스, 코미디 등 장르 안 가리고요. 가식적이거나, 단정적이거나, 눈물 짜는 신파는 싫어하지만요.
동료 선생님들께 영화를 추천한다면.. ‘보이후드’가 떠오르네요. 순간이 쌓여 한 사람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담은 영화에요. 교사는 늘 ‘성장’ 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네요.
Q4. 저도 그 영화 몹시 사랑해요. 좋아하는 영화 수십번 보는 것도 똑같고요. 책도 좋아하시죠? 평소 페북에 쓰시는 글만 보아도 독서의 내공도 느껴집니다. 인상 깊게 읽거나 좋아하는 책은?
어릴 때는 소설을 정말 많이 읽었어요. 다독가는 아니고 책도 마음에 들면 읽은 걸 계속 또 읽는 스타일이에요. 10대 때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이나 하루키의 소설들을 정말 많이 읽었어요. 나이 들면서 문학은 좀 덜 읽게 된 것 같지만요. 교육 쪽 책으로는 랑시에르의
《 무지한 스승》이 좋고, 요즘에는 공부 모임 사람들과 듀이의 《민주주의와 교육》을 읽고 있습니다.
Q5. 그럼 책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볼까요? 책 제목부터 눈에 띄어요. 분명 책에 대한 오해가 많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교사 때리기’에 일조하는 책이라는, 이런 의견들에 대한 현희샘의 생각은 어떤가요?
사실 책 제목은 제가 딴지일보에 올린 첫 글의 제목이었어요. 그 글이 주목을 많이 받자 딴지일보 측에서 칼럼 제목을《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로 아예 지은 것이죠. 출판이 결정되자 제목을 무엇으로 할지 약간의 고민이 있었지만, 칼럼 제목이 이미 알려진 만큼 동일하게 결정이 되었고요.
질문으로 돌아와서 저는 우선 ‘교사 때리기’라는 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요. 교사에 대한 사회 여론을 정확히 판단하는 데이터가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포털 댓글에 더러운 말들이 난무하면 교사에 대한 여론이 나쁜 걸까요? 정치인, 기자, 사회운동가, 금융인, 연예인 등.. 인터넷에서 ‘때리기’ 안 당하는 직업이 있을까 싶어요. 사람들이 어릴 때 다녔던 학교의 나쁜 기억을 말한다고, 그걸 교사 때리기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학교 밖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교사 때리기가 만연한 사회’ 같은 표현에 동의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교사관’이 왜곡되었다는 것에는 분명하게 동의합니다. 그 면면과 역사를 말하면 너무 길고 복잡하겠지만요. 또 사회인 중 일부가 자신이 학교를 다니던 예전 학교 모습을 그대로 투영해 현재를 재단하는 건 분명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2016년 글쓰기를 시작할 때 저는 교사들을 향한 사회 여론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어요. 포털 댓글도 그때까지 전혀 안 읽었거든요. 하지만 제가 본 학교의 모습을 저의 관점에서 말한 목소리가, 많은 이들의 나쁜 기억들과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지만.. 그런 점은 선생님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Q6. 책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김현희 선생님의 진의를 충분히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진짜 권위를 가진 전문가라면 동의 여부를 떠나서도 오히려 선생님의 문제 제기와 반성, 고찰을 반가워할 거라 믿어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 혹은 바꾸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남녀노소 모두 교육이 문제라고는 하는데, 정작 ‘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합의가 되어 있지 않아요. 입시를 교육과 동일시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교육이 입신양명의 도구인 것처럼 말이에요. 교육이 무엇인지, 교육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합의해가는 과정이 없었고, 사회가 합의한 교육철학이 부재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7. 책에서 핀란드와 우리의 교사 양성 시스템을 비교하신 부분도 인상 깊었어요. 특히 저 역시도 교육학을 좋아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임용과목에서 제외된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많은 이들이 교사 양성 시스템 개혁을 말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요?
교대는 계속 달라지는 ‘교육과정’ 가르치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교육철학, 교육사회학 같은 교육학 과정을 편성해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교사가 근본적으로 연구자로서 자존감으로 끊임없이 공부하게 하려면 말이에요. 지금 교육이 뭐냐고 물으면 다 각자의 목소리만 내는 실정이지요. 사실 교사들도 비슷해요. 교육철학에 대해 깊이 고민할 기회가 없었으니까. 또 구심점 역할을 할 교원노조의 힘도 약하고, 교육부의 3년지소계같은 단발성 사업들도 그렇고, 지금은 마냥 답답한 상황이 아닐까 싶어요.
Q8. 최근 교대 성희롱 사건에 관해 칼럼도 쓰셨지요.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요? 교육대학교의 특수성과 연관 지을 수도 있을까요?
사건 자체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럽네요. 계속 정황이 드러나고는 있지만 조사 중인 거로 알고 있어요. 예비 초등교사들은 고등학교를 7년 다니는 셈이에요. 이번 사건 하나만 가지고 얘기할 게 아니라, 예비교사들을 양성하는 교육대학교의 커리큘럼과 문화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교사가 지적인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기에 좋은 커리큘럼인가? 다양하고 자유로운 인격을 존중하는 풍토인가? 사리분별력이 있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에 적합한 환경인가? 제가 보기에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Q9. 저도 일반대를 졸업하고 교대를 다시 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교대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신 부분에 공감하는 바가 컸어요. 현희샘도 일반대를 3학기 다니다 다시 교대를 가셨다고 하셨는데 왜 선생님이 되셨나요?
다니던 신문방송학과가 생각보다 별로 맞지 않았거든요. 학교 그만둘 때만 해도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야지 하는 다짐보다는, 중등 역사 선생님 하면서 여가 즐기며 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어쩌다가 초등으로 오긴 했지만요. 처음에 현장에 나와서 직접 아이들을 대하기 전까지는 선생님으로서의 책임감 같은 것도 없었던 것 같고요. 하지만 막상 아이들 앞에 서니 뭔가 엄청 무거운 거예요. 신기하고, 설레고, 책임감이 솟구치고. 신비로운 경험이었습니다.
Q10. ‘이 책에는 해답이 아니라 부족함 많은 제가 자신에게 던진 질문들로 가득합니다.’ 라고 책 머리말에 쓰셨지요. 이처럼 질문이 가득한 책을 쓰신지 2여 년이 지났는데요. 혹시 책에 쓰신 것과 바뀐 생각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새롭게 관심이 가거나 생긴 질문은?
책 나온 지 2년째이지만, 연재물을 묶은 거라 저로서는 3년 전 글들입니다. 그 책을 통해 저는 고치를 벗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시에 글 쓰면서 많이 배우고, 고민할 기회도 얻어 고마운 책이기는 하지만, 이제 첫 책은 덩그러니 누에고치처럼 남아있는 셈이죠.
달라진 생각이라.. 당연히 여러 면에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이상할 정도로 학교 살이가 팍팍해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교사행정업무는 더욱 늘어나고, 교사-학부모 간 관계는 악화된 측면들이 보여요. 교육권은 물론이고 교사 인권침해 사례도 자주 눈에 띄고요. 학폭이 한 번 터지면 학생, 학부모, 교사가 엉켜서 거의 막장드라마가 연출되고… 도대체 학교란 어떤 곳인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저는 권위주의를 정말 싫어하고, 쌍방향 소통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지금과 같은 식은 정말 아니라 생각합니다. 건강한 의사소통의 기반은 상호역할 존중과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수거든요. 이건 교사-학부모가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해당하는 말이잖아요. 과거에는 군사부일체니,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니 하면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거리가 너무 멀었던게 문제였죠. 요즘은 권위주의가 조금씩 무너지면서 거리가 가까워지고는 있는데.. 지나치게 가까워져가는 느낌이랄까요? 각 교육 주체간의 관계는 수평적이되 적절한 거리는 있어야 합니다. 이 적정한 거리를 어떻게 합의해 갈 것인가..하는 게 요즘 하고 있는 고민 중 하나입니다.
Q11. 제가 요즘 하고 있는 고민과도 많이 겹치네요.. 차기작 계획은 있으신가요?
공부하면서 천천히 써나갈 예정이에요. 외국어(영어)교육에 관해서요. 비판서이긴 한데 문화비판보다는 교육철학 비판을 하려고 합니다.
Q12. 영어전담을 하면서 저 역시 안타까움을 토로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더욱 기대되네요. 아, 현희샘이 2년 연속 주최하신 ‘전국교육망실대회’에 가지 못해 아쉬웠어요. 망실대회란 무엇이고, 기획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교육 망실대회는 ‘망한교육실천사례’를 말하는 대회입니다. 실패한 교육 활동 사례를 공유하는 거죠. 기존의 사례 발표나 연구대회도 나름대로 의미는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해요. 매끈한 수업, 모두가 행복한 교실, 정해진 성공, 결론을 향해 질주하는 보고서 같은 것들. 이런 사례들은 대부분의 평범한 교사들에게 오히려 자괴감을 느끼게 하고, 평가받을까 두려워 교실 문을 닫는 경향까지 만들 수 있어요. 교육자들 간의 연대를 더 요원하게 할 수도 있는 거죠. 실패담을 공유하는 행위가 연대와 협력 의식을 쌓는 기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너무 무겁지 않게 가려고 신경을 많이 썼어요. 모여서는 웃고, 떠들고, 박수치며 놀지만, 돌아가며 개인적으로 성찰의 기회를 얻는. 아무튼 작년 행사도 축제처럼 잘 끝났어요. 올해 연말에도 다시 열 계획입니다.
Q13. 취지가 너무 제 스타일이에요. 올해는 꼭 참석하고 싶네요.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아이들은 당신이 가르치는 것보다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책에 인용하신 두보이스 말도 참 좋았어요. 선생님은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 인간으로서 가진 꿈이나 목표는?
어떤 사람이 좋은 선생이고, 좋은 사람일까라는 말들을 많이 하잖아요. 작년에 페북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었어요. 글 제목이 ‘꾸며낸 인격’이었죠.
평소 동료들에게 예의바르고 다정한 교사가 학생들에게는 냉정한 표정과 말투를 사용하는 걸 볼 때가 있어요. 제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연배가 높은 교사는 상대에 따라 자신이 현격히 다른 태도를 보인다는 걸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듯 했고, 젊은 교사들은 방어선을 치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듯한 인상을 받았죠. 개인의 성격 차이도 있겠지만 학교 문화와 통념의 영향도 큰 것 같아요. ‘애들에게 얕보이면 안 된다’, ‘3월 한 달은 웃지 말아야 한다’, ‘잘 휘어잡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같은 것들 말이에요.
저는 꾸며낸 인격은 위선과 인간을 조종하려는 태도를 가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관계 형성을 위해 효과적이지도 않아요. 제가 볼 때, 어린 세대는 위선과 기만에 익숙하지 않아 꾸며낸 인격을 직관적으로 깨닫고 거부, 혐오,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요. 흔히들 선생님은 너무 친절하거나 물러서는 안 된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이 단지 친절하다는 이유만으로 무례해지지 않아요. 물론 많은 상황 변수를 고려해야 하지만요. 아이들이 선을 넘는 경우는 대개 교사나 학교의 기준과 규칙에 합리성, 일관성이 부족하거나 혹은 그것들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을 때라고 봐요.
우리는 어떤 면에서 모두 아직 부족한 교사이고, 그래서 더 나은 인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하지만 그 노력은 인격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고, 활기찬 개성들이 자유롭게 표현되는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교사들이 자신의 성품을 꾸밈없이 드러내고, 학생들과 소탈하게 대화하고, 자신의 철학과 신념에 맞춰 인간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기준과 이상을 내 것인양 쫓거나, 꾸며낸 인격의 탈을 뒤집어 쓰는 행위는 우리를 더욱 외롭게 만들지 않을까요.
저는 큰 꿈이나 목표 같은 건 잘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지금처럼 솔직하게 자신을 직면하면서 한 걸음씩 가고 싶어요.
시간이 얼마만큼 흘렀을까. 김현희 선생님을 만나고 처음으로 시계를 보았다. 오후 5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정말 놀랐다. 5시간이 이토록 순식간이라니. 미리 끊어놓은 KTX를 놓치고 다음 차편을 탔다.
이번에도 인터뷰어로서 제대로 된 사진을 찍지 못했다. 평면의 사진은 그녀의 빛나는 눈과 맑은 웃음을 담지 못한다.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시인 메리 올리버의 글이 문득 떠올랐다. 끊임없이 질문하며 한 걸음씩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겹쳐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자신을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으려는 뚝심, 영웅이나 해결사가 되기를 거부하는 겸손은 결국 내공에서 나온다. 김현희라는 반짝이는 별이, 우주를 떠돌고 있는 또 다른 여러 별들과 만들어 갈 별자리가 더욱 기대된다.
*[그쌤이알고싶다] 인터뷰 연재 3편은 저의 진짜 옆반 선생님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대한민국 교육을 말없이 든든하게 떠받치고 계시는 선생님들의 이야기, 많이 기대해주세요. ^^
[그 쌤이 알고 싶다]는 대한민국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어 기획한 인터뷰 연재입니다. 현장의 선생님들을 찾아가 듣고 기록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인터뷰의 주인공이 되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원하시면 주저 말고 저에게 연락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