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살이] 따뜻한 겨울 그림책 추천 11
어른도 왠지 기다려지는 크리스마스와 산타, 반짝이는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롤, 하얀 눈과 눈사람, 좀 더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연말연시. 이 모든 걸 떠올리게 하는 겨울은 (춥지만) 낭만적인 계절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겨울과 관련된 그림책도 무척이나 많지요.
오늘은 전직 서점직원이자 현 초등교사/엄마로서 특별히 애정하는 겨울 그림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겨울 그림책들, 함께 보실래요? ^^
1.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 메튜 코델 지음, 비룡소
첫 번째로 가져온 책은 2018년 칼데콧 대상을 받은 그림책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입니다. 줄글 없이 오롯이 그림으로만 스토리를 끌어가는 힘이 돋보입니다. 소녀와 늑대가 서로를 마주 보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습니다. 책을 덮은 후에도 그들의 이 커다란 눈동자가 아른거립니다. 종(種)을 넘나드는 생명들의 교감은 적지 않은 긴장감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2. 눈 오는 날, 에즈라 잭 키츠 글·그림, 비룡소
이 책 역시 유명한 겨울 그림책이지요. 주인공인 ‘피터’가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떴는데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 있습니다. 어떤 즐거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또 ‘피터’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으로 등장한 흑인 어린이라고 합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이나, 눈싸움 하기 전후에 읽어주면 아이들은 더욱 흠뻑 빠져들 것입니다. (초등 저학년 통합 교과인 겨울-신문지 구겨 눈싸움하는 차시- 등에 적용 가능합니다.)
3. 눈 오는 날의 생일, 이와사키 치이로 지음, 창비
<창가의 토토>를 그린 작가의 이와사키 치히로는 수채화와 수묵화를 결합한 화풍으로 일본뿐 아니라 세계에서 사랑받는 화가입니다. 평생 어린이를 작품 주제로 삼았고, 생전에 반전 ·반핵 운동에 앞장선 것으로도 널리 알려졌지요. 엄마에게서 빨간 모자와 장갑을 생일 선물로 받은 주인공 ‘치이’의 얼굴이 담긴 표지만으로도 소장욕이 마구 솟아오르는 그림책입니다.
4. 두더지의 고민, 김상근 글·그림, 사계절
이미 입소문만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김상근 작가의 첫 책입니다. 훌륭한 그림과 귀엽고 다양한 동물들의 등장, 점층적 확장구조로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그림책이지요. 섬세한 색감과 감성으로 어른의 마음까지도 사로잡는 김상근 작가의 그림책들을 강추합니다!
5. 두더지의 소원, 김상근 글·그림, 사계절
《두더지의 고민》에 이은 김상근 작가의 두 번째 그림책입니다. 따스하게 빛나는 겨울을 배경으로 우정에 대해 다루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할머니에 대한 작가의 애틋한 애정이 온 맘으로 느껴져 제 마음도 괜히 먹먹해집니다. 눈으로 만든 곰돌이를 친구로 인정해주는 사슴 아저씨와 할머니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작지만 큰 욕심을 내어봅니다.
6. 눈구름 사자, 짐 헬모어 글, 리처드 존스 그림, 웅진주니어
위에서 소개한 《두더지의 소원》처럼 친구 관계에서 소극적이거나 낯선 환경에서 친구를 사귀기 어려워하는 어린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색감 또한 너무 예뻐 특히 아끼는 책이랍니다. 눈처럼 희고 구름처럼 보드라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나 곁에서 친구가 되어주는 눈구름 사자. 문득 어린 시절 품어왔던 내 안에 눈구름 사자가 그리워집니다.
7. 수잔네의 겨울,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 지음, 보림qb
4미터 그림책 시리즈 중 겨울 편입니다. 독일 사람들의 겨울 생활 모습을 세세하게 묘사해 기다란 병풍 형태 안에 담아낸 글자 없는 그림책이지요. 4미터 병풍 모양의 판형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쉬는 시간 4미터 그림책을 펼치고 쭉 누워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요! 숨은그림찾기 하듯 그림을 살피고 이야기를 상상하는 재미를 주는 고마운 책입니다.
8. 하얀 사람, 김남진, 사계절
눈사람이 아니고 하얀 사람이라니?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책은 상상력이 가득한 귀여운 책입니다. 일터로 향하다 우연히 발견한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 거기서 만난 파란 눈의 하얀 사람들!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여덟 살 아이들은 표지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상상해냈답니다.
9. 신비한 겨울 숲의 동물들, 캐런 브라운 지음, 사파리
추천 글을 보고 당장 구매했던 이 책! 보자마자 눈을 반짝이는 따님의 뜨거운 반응에 추천해주신 선생님께 무척 감사했습니다. 겨울 숲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불빛을 비추어 확인하는 특별한 그림책입니다. 퀴즈를 맞히듯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 아이들의 집중도는 높아집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과 관련된 학습 차시와 연관해 수업에 활용한다면 더욱 좋겠지요?
10. The snowman, 레이먼드 브릭스
겨울 그림책 하면 이 책도 빼놓을 수 없지요. 내가 정성스레 만든 눈사람 아저씨와 하늘을 나는 상상만 해도 신나지 않나요? 그만큼 인기가 많아 한국에도 다양한 판형으로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영어 교과와 관련해서 과거형 표현이나 비교급 공부도 할 수 있는 원서를 가지고 왔습니다. 파스텔톤의 따뜻한 그림 덕분에 제 마음도 따스해집니다.
11. Snow/Uri Shulevitz
회색빛 도시에 하이얀 눈이 한 송이씩 떨어집니다. 모두 눈이 내리지 않는다고 부정하지만, 개와 소년만이 씩씩하게 외칩니다.
“It’s snowing!!” 결국 마지막 장에 이르러 함박눈은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습니다. 원서와 함께 수록된 음악 역시 잔잔한 책 내용과 잘 어울립니다. 1999년 칼테콧상을 수상한 작품이랍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제가 겨울을 좋아했던 또다른 이유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겨울방학 때문이죠!
추운 겨울, 시간에 쫓기지 않고 따땃한 이불 속에 누워 읽고 싶던 책들을 쌓아두고 읽는 기쁨을 누려보는 건 어떨까요?
넘치도록 충만한 시간이 될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