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쌤이알고싶다] 허승환 선생님 편 1
그가 가면 길이 된다. 교육자료 공유 사이트 '예은이네' 운영자, 교사 교육 공동체인 '놀이위키' 리더이자 'EBS 최고의 교사', 'CBS 세바시' 등에 출연하신 허승환 선생님은 그야말로 선생님들의 선생님, 교사들의 연예인이다. 심지어 2018년 학년별 밴드의 시초인 6학년 밴드를 처음 만드신 분도 허승환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 허승환 선생님은 이런저런 수식어가 필요 없는 사람이다. 그 자체로 빛나는, 말 그대로 진짜 先生님.
길게만 느껴지는 3월 첫 주를 보낸 지난 9일 토요일, 서울 모처에서 허승환 선생님(이하 허쌤)을 만났다. 미세먼지도 걷히고 노란 산수유도 슬며시 고개를 내민, 바야흐로 봄이었다.
Q1.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사실 선생님을 뵙기 전에 쓰신 책들을 모두 읽고 만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저 읽기에도 만만치 않은 양이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책을 쓰신 원동력, 혹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허쌤: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서 공부하고 놀이한 시간이 저를 쓰게 합니다. 그래서 제가 퇴직을 한 후 지금처럼 책을 쓸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올해 전보를 온 학교에서 5년을 보내고 퇴직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동안 1년에 2권씩 책을 쓰려는 계획을 하고 있어요. 저는 책을 쓰면서 행복한 사람이에요. 책을 쓴 많은 분이 집필의 고통을 말씀하시는데 저는 책을 쓰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 기록들이 정말 소중하고요.
Q2. 책 속에 다양한 참고 서적과 인용구가 삽입되어 읽는 독자로서 더욱 즐거웠어요. 토드 휘태커의 말이나 ‘평가가 들어가지 않은 관찰은 인간 지성의 최고 형태다’ 인도 작가 크리슈나무르티의 말 등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더불어 승환샘의 풍부한 독서량도 짐작이 되었고요. 어떤 책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허쌤: 아무래도 제가 교육에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그쪽 분야 책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놀이 관련 책을 많이 읽고 아들러도 특히 좋아합니다. 아들러가 말한 자립과 공헌 부분은 제가 교실에서 아이들에게도 많이 말하는 내용이에요.
Q3. 선생님이 쓰신 여러 책 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거나 후배 교사들에게 권해주고 싶으신 책이 있다면?
허쌤: 가장 애정이 가는 책은 《학급경영 코치》 책과 놀이 위키를 만들게 된 원동력인 《허쌤의 수업 놀이》 책입니다. 그중 후배들에게 한 권 꼽자면 《학급경영 코치》 책을 권하고 싶어요. 현장에서 힘들어하는 후배 교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학급운영에 관련된 문제 때문이더라고요. 우리나라처럼 짧은 실습 기간을 거치고 현장에 바로 투입되는 경우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어요. 제가 올해 5명의 신규 선생님과 같은 학년을 하고 있는데 그 선생님들이 3월 첫 주 동안 1학년 학생이 된 느낌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선생님들에게 특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Q4. 허샘과 함께 근무하는 같은 학년들이 너무 부럽습니다. 올해 몇 학년 담임이신가요?
허쌤: 18년째 6학년을 하고 싶었는데 뜻밖에 5학년을 맡게 되었습니다. 올해 집 가까운 곳으로 학교를 옮겼는데 교감 선생님께서 저를 따로 부르시더라고요. 제가 그 아이를 맡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설명이 적힌 종이를 받자마자 찢어버렸습니다. 이게 항상 옳은 것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일주일 지난 지금 그 요주의 인물이 누군지 전혀 모르겠어요. 아이들에게도 말했어요. “선생님은 예전의 너희들이 어땠는지 전혀 모른다. 지금부터 잘해보자.” 일주일 함께 생활해 본 지금 아직 그 아이가 누군지 모르니 찢어버리길 잘한 것 같아요.
Q5. (깊은 감동과 감탄!) 허샘이 페이스북에 쓰신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라’란 말이 떠오르네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올해 1학년을 맡은 저의 개인적인 욕심이 담긴 질문인데요, 저학년생들에게 특화된 놀이나 참여 수업 책을 써주실 용의는 없으실까요?
허쌤: 제가 교사로 퇴직하기 전에 하고 싶은 3가지가 있어요. 그 중 한가지가 바로 1, 2학년담임입니다. 둘째는 수석교사, 셋째로는 섬 학교에서 근무해보고 싶어요.
또 일본에 여행 갔을 때 인상 깊었던 것이 학년별로 책이 세분되어 서점에서 팔리고 있었다는 것이에요. 그만큼 많은 연구와 수요가 있다는 의미겠지요. 우리나라도 그런 방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우리의 경우 교육과정이 수시로 개정되기 때문에 좀 어려운 부분이 있지요.
Q6. 1학년과 함께 재미있게, 쉽게 할 수 있는 놀이를 좀 알려주세요. 특히 1학년은 글을 잘 모른다는 전제로 접근해야 하니, 기존에 많이 알려진 놀이도 도입하기가 어렵더라고요.
허쌤: 다른 부분이 많지요. 간단한 것으로 오똥코(오줌, 똥, 코딱지)란 놀이도 아주 아이들이 좋아해요. 원초적인 것에 끌리는 저학년에게 딱입니다. 이때 원마커 등을 활용하면 좀 더 쉽게 놀이를 위한 원대형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간단하고 재미있는 오똥코 놀이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눌러보세요! 허쌤과 놀이위키 선생님들의 실감나는 시연이 있습니다.^^)
Q7. 평소 허쌤이 특히 교실에서 즐겨 하시는 놀이는?
허쌤: 저는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세 가지로 꼽습니다. 첫째, 놀이에 대한 보상은 오직 재미와 즐거움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상으로 스티커나 사탕 같은 것이 주어진다면 경쟁이 주가 되어버리고 재미가 줄어듭니다. 둘째로, 유일하게 허용되는 보상이라면 공동의 목표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자유 체육 시간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지요. 마지막으로 실패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높아진 놀이 문화가 교실 문화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세 가지를 지킬 수 있는 소속감 활용 놀이를 많이 합니다.
실패자에 대한 배려라니! 역시 허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셨다.
사실 허쌤의 놀이 위키에 참여하고, 최근작인 《허쌤의 참여 수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허승환 선생님의 ‘태도’였다.
책 프롤로그만 봐도 ‘오래오래 내고 싶었지만 스스로 자격이 안 된다 해서 미뤄두었던 책을 부끄럽게 내어놓습니다’, ‘여전히 가르치는 일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부족한 그대로 마무리 짓습니다.’ 란 표현이 눈에 띈다.
모두가 ‘확신’과 ‘자기 PR’을 미덕으로 아는 시대,
모두에게 최고의 선생님으로 불리우시는 허승환 선생님이
글과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겸손과 섬김의 모습은 새롭기도 했고, 더욱 존경스럽게 다가왔다.
허승환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인터뷰어인 내가 본분을 잊어버리고
내 말을 더 하고 싶어지니 말 다 했다..
에듀콜라 인터뷰를 위해 카메라도 새로 장만했는데,
허쌤에 매력에 빠져 독사진을 찍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흑흑
(초보 인터뷰어의 실수를 너그러이 용서해주세요.)
이상 허쌤 팬클럽 ***호의 덕질 인터뷰 2부는
다음 글에 계속됩니다.
이어지는 인터뷰에서는 허승환 선생님의 허심탄회한
일상 모습부터, 놀이위키 이야기, 우리 교육에 대한 날카로운 고견 등을 아울러 담을 예정입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그 쌤이 알고 싶다]는 대한민국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어 기획한 인터뷰 연재입니다. 현장의 선생님들을 찾아가 듣고 기록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인터뷰의 주인공이 되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원하시면 주저 말고 저에게 연락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