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키운 내 자식들
생각해보자, 난 뭘 자랑할까.
자랑할만한 것이 없는 너무나도 평범한 교직 생활 10년을 샅샅이 뒤져도 그럴싸한게 나오지 않았다.
대단한 것도 없고, 나서본 적도 없는 내가 겨우 찾은 자랑이랄까.
나는 사진 찍는걸 좋아한다.
그냥 마구 찍는다.
찍은 다음 한 장 한 장 보면서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을 정성껏 보정하고 간직한다.
그런 다음 해 마다 폴더나 앨범을 만들어 차곡차곡 정리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이 발전해 정리 방법도 간단해지고 접근성도 좋아졌다.
그렇게 정리하고 지낸지 10년.
이제 어떤 제자를 언제 어디서 만나도 그 시절 사진을 찾아줄 수 있다.
사진을 얼마나 많이 찍었는지, 2021년은 찍은 사진이 2000장이 넘었다.
이정도면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닐까.
며칠 전 10년 전 신규 발령 때 함께했던 학년 부장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야~ 그때 엄청 웃겼잖아, 걔~ 걔 말이야.. 이름이 뭐더라... 이렇게 생기고 저렇게 생겼던....."
그 순간 사진을 꺼내서
"이 학생이요?"
사진들 덕분에 이야기는 한 층 더 재밌고 풍부해졌었다.
6학년을 몇 번 했더니 종종 아이들이 많이 자라서 찾아오곤 한다.
나는 아직 애기같은 제자들인데 술 사달라며 농담을 할 때 슬며시 옛날 사진을 보여준다.
그렇게 아이들과 나는 정말 세세한 추억을 가지고 인연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