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에듀테크도 두드려 보고 사용하세요!
이제부터 당분간 소위 에듀테크라 불리는 LMS를 비롯, 여러 가지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에 대해 장단점을 낱낱이 밝히고 적는 수업 성찰문을 적을 생각이다. 세상이 아무리 급박하게 변하더라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가치가 있는 법인데, 교육계에 부는 이 파고가 너무 거세어 뿌리마저 흔들리는 것이 걱정스럽다. 어떤 도구든 잘 써야 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부작용이 없다고? 천만에. 코로나 때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겨우겨우 해냈던 수업인데, 이제는 마치 만병통치약,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에 대해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난 외형만 보고 수업에 적용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우리 교육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두워 교직 선호도가 떨어진다고 해도, 남아있는 선배들이 뿌리를 튼튼히 다지고 경험을 축적하여 좋은 사례로 남기는 작업을 지속한다면 전문성을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길을 가는 이들이 잘못된 길이라고 착각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본에 충실한 수업을 잘못 평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섣불리 도입하여 나처럼 여러 가지 실패를 겪지 않게 하기 위한 바람을 한데 모아, 오늘 있었던 수업 사례를 기록한다.
교육과정 분석
단원 내용을 보면 세 가지 성취기준이 이 단원에 해당되는데, 단원명 '추론'에 해당하는 성취기준 영역은 '듣기' 영역이다. 그런데 교과서 구성은 읽기 자료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지도서에도 텍스트 추론에 대한 설명이 장황하게 쓰여 있다. 말하고 듣는 활동에서의 추론인지, 읽기에서의 추론인지 헷갈린다. 텍스트를 읽고 추론한 내용을 '말'하라는 것일까? 이런 문제점은 언어를 통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지적받는 문제처럼 보인다. 이래나 저래나 '추론'에 목적을 두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왜 피그잼(Figjam)을 썼나?
한편, 성취기준은 듣기/말하기의 추론인데 1-2차시는 그림을 보고 추론을 연습하게 한다. 단원 전체의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맞출 수는 없지만, 어쨌든 추론은 한 개인이 어떤 것을 보았느냐(단서), 그리고 어떤 경험으로 상황을 해석하느냐(경험)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진다. (교과서에 는 추론하는 방법으로 단서, 경험 2가지를 들고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경험을 한 아이들이, 어떤 곳에 시선을 두고 추론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각자가 생각한 추론 내용을 서로 비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모둠활동을 하면 모둠 안에서만 추론 내용이 오가고, 발표를 해도 모든 학급 학생의 내용을 들을 수는 없다. 모두가 자기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만들고자 피그잼을 썼다.
예전에는 여러 학생들의 의견을 한 번에 취합하기 위한 용도로 Jamboard 를 자주 썼지만, 곧 잼보드가 10월 1일부로 서비스가 종료된다고 하여 #figjam 을 사용한다. 그런데 잼보드만큼 가볍고 유용한 앱은 아니라서 (좀 더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수업에서는 독이 될 수 있다) 수업 과정에서 생길 혼란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이것을 적응하지 않으면 아이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을 마땅한 화이트보드 앱이 없는터라 무리를 해서라도 시도해보려고 했다.
학습 결과에서 드러나는 혼란스러움
이건 백마디 말보다 영상 한 편이 더 나을 것이다. 피그잼의 가장 큰 장점은 여러명이 들어와 스티커로 의견을 제시할 때, 자기 이름이 자동으로 표시된다는 것이며, 각자 움직이는 커서가 화면에 들어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시간으로 단순한 채팅도 가능해서 원거리에서 회의를 하기에 적절한 화이트보드앱이다.
다시 말하면, 좁은 공간에서 비록 20명이 넘는 인원일지라도 말 몇 마디로 소통이 다 되는 공간 안에 이 앱을 굳이 쓰려면 그만한 목적과 효과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스티커 크기를 다루는 과정에서 그림을 가려 여러 아이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고, 각 커서별로 뜨고 있는 아이들의 이름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바람에 집중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관찰해야 할, 추론 대상을 가리고 있고...
어떻게든 정리를 했는데, 각 친구 의견에 좋아요 표시를 누르는 것이 버튼이 아니다. 도장을 아무데나 마구 찍을 수 있다는 편리함(?)이 오히려 아이들의 집중력을 빼앗고 장난을 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물론 이런 것도 몇 번 하다보면 질려서 안하게 되지만,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할 때마다 이런 장난을 안 하리란 법은 없다.
어쨌든, 이 글을 토대로 전자칠판에 띄워 하나씩 살펴보고, 각자의 추론 영역을 살펴보면서 양과 질을 더욱 확보한 점은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 쏟은 시간이 너무 많고, 이미 산만해진 반 분위기를 수습하는데 교사가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면 - 교사의 편리함과 학생의 배움을 위한 에듀테크가 과연 효과성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론은 내리지 않고, 조금 더 사용해본 결과를 누적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