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씨네] 영화 읽어주는 샘들 6월호-어린왕자
* 일시: 2018년 4월 1일(일)
* 장소: 강남역 어느 카페
* 참석자(교사): 김연주, 서원희, 지태민
- 영화 어떠셨어요?
* 지태민: 그동안 에듀씨네에서 다뤘던 코코와 몬스터콜은 고학년은 돼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영화인데, 어린왕자는 전체 학년이 고루 보기에 좋은 영화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원작 어린왕자를 너무 좋아해요. 원작을 그대로 따온 건지 호기심 있게 봤는데, 원작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추가로 이야기가 더해져서 좋았어요.
* 서원희: 저는 반대로, 연령대를 맞추기가 힘들다고 느꼈어요. 원작을 좋아하는 어른들에게는 참 좋고, 고학년에게는 판타지적 요소가 있어서 좋은데, 저학년학생들이 중간 중간 나오는 주옥같은 대사들을 이해할 수 있을지 약간 의문이 들긴 해요.
* 지태민: 맞아요. 작년에 1학년 학생들 대상으로 그림책 지도하면서, 학년 말에는 조금 긴 책으로 어린왕자를 같이 읽어볼까 생각했어요. 근데, 독서 관련 연수 가서 보니 어린왕자가 6학년 추천 도서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한테 여쭤봤는데, ‘수업을 할 수는 있겠지만, 깊이 있는 질문들이 많아서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어린왕자 속 삽화들도 예쁘고 하니까 저학년 아이들이 좋아는 할 것 같아요.
* 김연주: 저는 영화 첫 장면으로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뱀’ 부분을 초등학교 때 읽고 정말 지루했던 기억이 있어요. 3~4학년 때 필독 도서라 읽었는데, ‘뭐야 이거? 진짜 재미없다’ 라 생각했어요, 근데, 어른이 돼서 읽었을 때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 주옥같았어요. 특히 ‘길들여지는 부분’ 읽으면서 울컥해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초등학교 저학년~중학년 학생들 중에서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보면 깊이 있는 이야기를 이해하기는 힘들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어린왕자를 읽고 영화를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영화가 원작의 철학적인 깊이 까지는 다루지는 못한다고 생각해요. 어린왕자 이야기에 절반, 어른들의 시각에서 보는 아이들의 모습에 절반씩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아요. 그래서 더더욱 원작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화 해설 1 - 어떻게 살 것인가? (누구의 꿈을 꾸며 살 것인가?)
* 김연주: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실의 경험 같은 어느 정도의 경험이 필요한 것 같아요. 원작의 철학적인 주제보다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지, 어떤 어른이 될지에 초점을 맞추면 좋은 영화인 것 같아요.
* 지태민: 어른들이 볼 때에는 어린 시절의 유년기를 떠올릴 것 같고, 어린이들이 볼 때에는 어른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떠오르게 할 것 같아요.
* 서원희: 저는 어린왕자가 인간과 인간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어요.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새로 작품을 만들어야 하니까 진로, 즉,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로 만든 것 같아요. 그래서 비행사가 원작에서는 서브 인물이었는데,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되어서 진로로 고민하던 소녀와 만나게 되잖아요.
* 저는 이 영화 전체 다 다룰 수 없다면, 관계라는 건 아무래도 경험이 있어야지 공감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 에 초점을 맞추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는 진로로 접근을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 저는 평소에 아이들에게 요즘 세상이 너무 유용성으로만 돌아가는 건 안 좋은 거라고 이야기를 해요. 현대 세상은 쓸모 있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쓸모없는 것을 필요 없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강조하고 싶어요. 아이들도 맨날 듣는 게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마!’ 인데, 사실 그런 것들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잖아요.
* 이 영화를 통해서 아이들은 어른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어른들은 자신들이 어렸을 적에 이해하지 못했던 어른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에서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과 엄마가 정해주는 일이 굉장히 다르잖아요. 학생들도 이런 경험이 있을 텐데, 어른들이 정해주는 진로가 다 맞는 것은 아니고. 항상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 진로 교육 할 때, 꿈이라는 게 크게 ‘직업’이 있고, ‘어떻게 살 것인가’ 두 가지 뜻이 있는데, 꿈이라는 건 특히 요즘에는 자주 바뀌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20~40대가 됐을 때, 직업이 두~세 개 생기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지금 부모님 중에도 직업을 바꾼 분들도 있을 테고요. 앞으로 우리 세계는 하나의 직업으로 평생을 이어 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 결국, 직업만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한다면,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지더라도, 만족하면서 잘 살 수 있을 거예요. ‘어떻게 살 것인가’가 진로 교육의 장기적인 과제라 생각해요. 특히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진로 교육을 너무 강조하는데, 어린 시절에 직업을 정하는 게 진짜 무의미하잖아요.
* 아이들 중에서 꿈을 하나만 계속 이야기 하는 경우는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거에 너무 꽂힌 거잖아요. 반면에, 어떤 아이들은 아예 꿈을 잘 못 고른다 말이에요. ‘전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걸 인정해주는데, ‘당연하다, 너희가 지금 열 몇 살인데, 어떻게 직업을 선택 하냐? 지금은 관심 있는 직업 정도만 있으면 된다.’ 라고 얘기해줘요. 그리고 직업 하나를 정해서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네가 평소에 관심 있는 직업 여러 개를 생각해 두는 게 좋고, 아예 없는 것 보다는 관심 있는 직업, 그리고 중고등학교 거쳐 가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생각을 많이 해야지, 어떤 직업을 가지더라도 잘 살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편인데, 영화 어린왕자랑 진로 이야기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 지태민: 저도 공감해요. 요새 초등학교에서 진로 교육 참 많이 하는데, 초등 수준에서는 자기를 알아가는 정도면 되는 데, 직업을 체험하는 것을 넘어서 직업을 정하는 단계까지 가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해요. 5~6학년 생활기록부에 희망 직업 적는 것이 오히려 학생들 꿈을 고착화, 단순화 시키는 면이 없지 않나 싶어요.
영화 해설 2 - 너와 나의 관계!
* 지태민: 어린왕자는 또 관계에 대한 영화잖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 보여’,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문구에요. 저도 올해는 가급적 우리 반 아이들하고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해요. 영화에서 하나하나의 관계를 매우 소중하게 다루잖아요.
* 서원희: 관계에 능숙한 아이들이 있잖아요. 사회성이나 사교성이 높은 아이들은 인기도 많고 자존감도 높고 만족도가 높잖아요. 특히 학생 때에는 아이들하고 관계가 절대적이잖아요. 반대로, 관계에 미숙한 아이들은 사는 게 많이 우울할 것 같아요. 특히, 고학년 아이들에게는 친구 관계가 최고선인데, 그게 안 좋은 애들은 아무래도 아무리 공부를 잘 하고, 다른 것을 잘해도 친구가 별로 없는 것에 대해 주눅 들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 입장에서는 관계가 무척 중요한 거고, 그거에 대해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잖아요. 어른들도 마찬가지고요. 근데, 아이들에게 관계에 대해 득과 실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 관계를 맺지 않는 아이들은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거로 인해 소모되는 감정이 없잖아요. 대신 저는 행복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관계가 돈독한 사람들은 분명 행복만 있지는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인간관계 사이에는 좋을 때도 있지만, 나쁠 때가 있기 때문에 그걸로 인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행복감을 느낄 것 같아요. 그래서 점점 관계가 중요하지만 관계 자체를 꺼리는 현상도 있는데, 아이들에게 이런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보고 싶어요.
* 저는 특히 이런 관계나 사랑, 우정 같은 추상적인 것에 대해서 자기만의 생각을 자꾸 자꾸 써보면서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지만 어른이 됐을 때 그런 일들을 잘 할 수 있고, 그것 때문에 좌절을 덜 하게 된다고 얘기 해주고 싶어요.
* 김연주: 영화 속 소녀도 할아버지와의 상실을 두려워하잖아요. 할아버지를 만나지 않고 지냈더라면, 이 소녀가 더 성장했을까? 아니면 할아버지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 속에서 더 성장했을까?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그 순간에는 너무 행복해서 상실을 겪고 난 다음에 고통이 크게 오는 거잖아요. 김영하 작가가 인간은 다른 사람하고 관계를 맺고 갈등을 해결할 때 가장 많이 성숙한대요. 본인이 그걸 제일 많이 느꼈대요. 그걸 아이들한테 얘기해주고 싶어요. 갈등을 아예 겪지 않는 게 좋은 게 아니라, 갈등을 잘 해결하는 게 인간을 가장 성숙시킨다는 것이라고요. 용기 있게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치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요.
* 지태민: 저도 이제 교사 4년차인데, 아이들하고 관계가 항상 조금씩 맘에 안 들더라고요. 매년 실패한다는 느낌인데, 올해는 시작이 나쁘지 않아서 아이들하고 관계를 잘 맺어보고 싶어요. 발령 받고 논문 쓰면서 아이들을 너무 푸쉬 했던 것 같아서, 앞으로는 최대한 욕심 안 부리면서도 열심히 하려고 해요. 아이들하고의 관계에서도 많이 실패를 해 봐야 잘 맺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서원희: 인간관계도 타고 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아이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주목 받는데, 어떤 아이들은 많이 노력해도 관계가 잘 안 되잖아요. 저도 관계에는 소질이 없어서, 아이들한테 많이 해주면서 힘을 쏟는 데, 돌아오는 게 없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저도 매해 ‘나는 왜 이럴까, 누구보다 아이들을 좋아해서 이렇게 준비를 많이 하고 사랑해주는데, 왠지 아이들이 나를 나만큼 좋아해주지 않는 것 같아’서 참 힘들어요.
* 지태민: 아이들 입장에서는 너무 열심히 하려는 선생님보다는 사실 잘 놀아주는 선생님이 좋죠.
* 서원희: 놀아주는 것도 뭔가 미묘한 거예요. 제가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고, 활동을 주로 많이 하는데, 아이들이 그거는 인정해주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인간미가 덜 하는 것 같아요. 저희 남편을 보면, 수업 준비를 저만큼 하지도 않는데, 늘 아이들하고 관계가 좋아요. 그래서 자격지심이 느껴져요. 나는 이렇게 학교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나는 늘 관계에 대해 불만이고, 내가 좋은 담임인가? 근데 남편은 노력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참 좋아하고..
* 이런 면도 상실이잖아요.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이런 거에 너무 좌절하면 안 되고 ‘그래도 내가 이 정도 해서 올해는 이랬어. 선생님처럼 이런 건 좋았고, 이런 건 별로였어.’ 하면서 자꾸자꾸 나아가는 게 중요하지. 반대로 ‘관계에 소질이 없다‘ 하면서 놓아버리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 아이들도 이런 건강한 마인드를 가지고, 어떤 친구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친구가 많을 것이고, 어떤 친구들은 노력해도 친구가 적을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인간관계 다 부질없다고 하는 것보다는 네가 가진 작은 관계라도 꾸준히 여기고 잘 가꾸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 지태민: 아이들한테 인기 있는 선생님이 꼭 좋은 선생님은 아닐 수 있고요, 부모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해달라는 거 다 해주는 게 좋은 건 아니고, 부모가 적절하게 끊고 맺고 해줘야 하잖아요.
* 김연주: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이 되는 것보다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선생님이 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서원희: 저는 관계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얘기해주고 싶어요. 아이들한테도 관계가 좋다는 것을 한 가지 기준으로 생각할 수 없다고 해주고 싶어요. 애들은 여왕벌 같은 친구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데, 사실은 여왕벌이 다른 친구들을 휘두르면서 좋은 친구가 아닐 수 있는데, 아이들은 그걸 잘 몰라요. 그래서 제가 ‘네가 비록 친구가 많이 없더라도, 적은 친구를 굉장히 잘 챙기고 대인 관계에서 스트레스 주지 않고 그렇게 좁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굉장히 좋은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영화 해설 3 - 아이로 산다는 것!
* 서원희: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른들은 이해 안 되는 것들이 참 많죠. 아이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데, 어른들은 자꾸 그걸 쓸데없는 것이다 하죠. 양을 줄 때에도 상자 안에 있는 것을 보고, 어린왕자는 ‘아이의 시각으로, 이게 내가 원하는 완벽한 양이야’ 생각하는데, 비행사는 마지못해 마지막으로 그려준 거잖아요. 어른들은 평소 아이들이 이해 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잖아요. 살면서 생각이 고착화되었고, 자기가 아는 걸로 세상을 이해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이 보기에 이상한 부분이 참 많겠죠. ‘나 역시 그런 어른이 되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래도 조금 더 열린 마음의 눈을 가진 어른이 되어야 하는 걸까?’ 이런 식으로 우리가 평소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말들을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아이들이 요새는 매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유투버, 요리사 가 티비에 많이 나오니 그런 것만 선택하더라고요. 부모가 아이들과 다양한 경험을 하며 간접적인 영향치를 높여줘야 하는데, 부모가 바쁘다보니 아이들의 세계가 너무 좁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도 선수만 되는 게 절대 아니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직업들을 알려주려 해요. 선생님들이 가지고 있는 진로교육 키트로 직업의 종류만 나열해주는 게 아니고, 아이가 가지고 있는 관심에서 학생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직업을 소개해준다던지, 스스로 숙제로 알아보게 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선생님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이 계셨어요. 방학 숙제로 농구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슬램덩크를 다 읽어오라고 하셨어요. 아이가 가지고 있는 꿈과 관련된 것을 방학 동안에 충분히 탐색해 볼 수 있게 학생마다 과제를 다르게 준 거에요. 힘든 과제인데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 지태민: 저는 아직 교사를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제가 가르쳤던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 지 참 궁금해요. 아까 유투버 얘기가 나왔는데, 올해 아이들을 보니까 유투브에 직접 영상 올리는 아이들이 몇 명 있더라고요. 갈수록 유투브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 같아요.
저는 영화에서 숫자를 다루는 어른 장면이 가끔 떠오르는데요. 저희 같은 경우는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관리자 분들 중에 숫자에 아주 민감하신 분들이 많잖아요. 어쩔 때는 그런 면이 조금 아쉽기도 해요.
* 서원희: 그게 현대사회의 폐해인 것 같아요. 경제성이 최고선이잖아요. 근데, 위험한 게 숫자를 좇다보면 서열화 될 수밖에 없잖아요. 얼마나 객관적이에요. 클수록 좋은 거고 낮을수록 나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요. 절대 경제성이 최고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 김연주: 중산층을 가르는 기준이 우리나라만 돈이래요. 유럽 국가들은 중산층이라고 하면 얼마나 기부할 수 있는가, 취미는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유독 돈, 자동차 배기량, 집 평수 같은 것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 지태민: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라는 질문 관련해서 얼마 전에 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도 너무 좋았어요. 다들 보셨나요?
* 김연주: 저는 일본판을 봤는데, ‘하나뿐인 지구’ 다큐멘터리에 ‘자급자족, 숲에서 행복을 짓다’ 편도 추천 드려요. 젊은 두 부부가 아이를 한 명 낳고 시골에서 자급자족해서 사는 내용인데, 전기 없이 한 달에 삼십만 원으로 사는데 너무 행복해해요. 아이들에게 정말 발달된 미래의 첨단 모습을 담은 ‘미래의 하루’라는 영상을 비교해서 보여주면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관점을 생각해보게 했어요.
영화 해설 4 - 어른이 된다는 것!
* 김연주: 엄마의 관점에서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엄마가 극단적으로 나오는데, ‘엄마는 왜 아이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에 대해서도 봐야 될 것 같아요. 어른들의 의견이 무조건 맞는 건 아닌데, ‘왜 어른이 될 수록 자꾸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걸까?’ 이런 질문도 아이들에게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너희가 ‘이 상황의 소녀라면 엄마를 어떻게 하면 설득할 수 있을까?’ 같은 주제 글쓰기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
* 지태민: 엄마를 이해하는 질문을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엄마는 왜 저렇게 됐을 까? 엄마는 왜 저런 식으로 행동을 할까? 이유가 있겠죠, 한 부모인 것 같고, 돈을 다루는 직업적인 영향도 있는 것 같고, 엄마가 부정적으로 나오긴 하지만, 엄마가 저렇게 밖에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 등을 그냥 바라보는 것 보다는 질문을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엄마를 설득하는 질문도 좋을 것 같아요.
* 서원희: 학군이 좋은 곳일수록 이런 질문이 민감한 게, 어떻게 보면 어른들이 하는 행동이 옳지 않다고 보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분명히 부모님이 바라는 방향이 있을 건데, 그것을 생각하면서 가라는 건데, 그걸 가지 말라는 건 아니라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어요. 예를 들어, 영화 속 사립학교에 가는 것도 결국엔 다니긴 하잖아요. 근데 그 학교에 가서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신한테 독이 될 수도 있고, 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정한 진로도 무조건 엄마, 아빠가 정해준 거라 생각하는 것도 괜히 반항심만 커질 뿐이잖아요. 부모님이 가라고 하는 학원이나 학교에 다니면서 내가 이런 저런 경험을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해보는 게 제일 중요하지, 싫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제일 나쁜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해보면서 부모를 생각 없이 따라가는 게 아니고, 해보면서 나에게 좋고, 나쁘고의 분별력을 키워야 될 것 같아요.
영화에서 엄마가 딸을 원하는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딸에게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될지 포트폴리오 한 권을 완성하라고 하잖아요. 저는 이게 아이가 생각했던 거랑 겪었던 것을 엮은 건줄 알고 학교에 내서 합격하는구나 생각했는데, 마지막 병실에서 보니까 어린왕자 책이라 당황했어요.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고 해석해서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지, 그걸 입학기관이나 입시를 위해 준비하는 자체를 부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 김연주: 영화에서 어른들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나오는 부분이 없지 않나 싶어요. 마지막에 갈등이 해소되긴 했지만, 어른의 입장에서 보니까 엄마가 짠한 부분이 있었어요. 혼자서 키우면서 얼마나 힘들었고, 아이를 잘 키우고 싶었을까? 그래서 저렇게 개입을 하는 걸까? 이해가 됐어요.
우리도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항상 이야기하잖아요. ‘그건 하지마라’ ‘그렇게 하면 위험하다’ 이런 이야기 항상 하니까, 영화를 보면서 어른들은 ‘무조건 재미없고, 정해진 것만 하려고 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게 추가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 지태민: 저는 오랜만에 영화를 접하게 됐는데, 교사들은 어린이들을 대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가끔 한 번씩 어린왕자를 보면서 고착화 되는 사고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변화시키면 좋을 것 같아요. 많은 선생님들이 같이 영화도 보고 책도 보면 좋을 것 같아요.
* 서원희: 이 영화는 부모님에게 더욱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마지막 판타지 부분을 보면 별을 전부 병속에 넣어 버리는 장면이나 어린왕자가 커서 생각 없는 어른이 되는 설정처럼 은유적이고 과장적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부정적으로 다루고 있잖아요. 어른들이 아이들을 이렇게 강압적으로 키우다 보면 아이들도 똑같은 식으로 생각 없는 어른으로 커지게 되는 거고요. 요즘 세상에서 보면, 그렇게 살수록 커서 돈은 잘 벌 수 있지만 우울증이 오기 쉽다고 생각해요. 내가 원하는 가치를 스스로 정하지 않고 그냥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만 따라가면 삶에서 행복이란 것은 얻기 힘들게 되겠죠.
요새 즐겨보는 ‘고등래퍼’에서 잘 나가는 래퍼를 보면 어린왕자를 좋아해요. 어린왕자로 노래도 만들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행복은 어디에도 있을 수 있고, 어디에도 없을 수 있다.’ 주어진 대로만 살고 보면 내가 복종해야 되는 기관만이 있을 뿐이고, 해야 되는 일만 있고, 일상에서 행복이라는 것은 모르고 살 수 있는데, 부모님들이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아이들이 원하는 삶을 존중해주면서 이끌어주게 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하게 두면 부모님에 대한 반발심 같은 게 줄어들 것 같아요.
반대로, 부모가 하라는 대로만 하는 아이들은 나중에 엇가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냥 두면 빨리 잘 풀리지 않더라도, 건강하게 자기 선택을 존중 받았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교사가 학생들하고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하지만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사실 미비하잖아요.
* 지태민: 부모의 영향이 훨씬 크죠. 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요새는 대부분 깨어 있으셔서, 아이들에게 그렇게까지 강요하시는 분들은 많이 없더라고요. 학생기록부에 부모가 바라는 직업을 보면 요새는 ‘아이가 원하는 직업’을 많이 적어주시더라고요.
하지만, 아이들의 현실은 그만큼 따라가 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 보면 학원 너무 많이 다니고 있어서 밤에 학원 숙제 하고, 주말에 일요일까지 가는 친구들이 많아서 안쓰러워요. 최근에 상담한 경우를 보면, 배움이 느린 학생이 있는데 본인은 요리사처럼 만드는 사람이 되길 원하는데, 부모님께서는 경영학과 같은 곳에 진학하길 바라더라고요.
수업 이야기로 마무리 할까요?
* 지태민: 저는 최근에 실과 가정 관련 단원에서 아이들에게는 ‘부모님한테 듣고 싶은 말’을 적게 해서 학부모 총회 때 붙여 놨어요. 부모님한테는 문자를 보내서 ‘아이들한테 듣고 싶은 말’을 보내고 답문 받은 걸 학생들한테 보여주고, ‘이게 우리 엄마/아빠 인 것 같다?’ 맞혀보기 했어요.
* 김연주: 상담 때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상담 전에 학생들한테 ‘부모님한테 듣고 싶은 말’ 적어보게 하고, 상담 때 자녀들이 적은 거 부모님께 보여드리면서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 서원희: 저는 지금 ‘도덕’ 전담 교과로 가르치고 있는데, 6학년 1단원이 자긍심인데 진로와 함께 관련해서 영화 다루면 좋을 것 같아요. 1단원 4차시부터 진로 관련한 내용들이 나오는데, ‘내가 되고 싶은 어른’ 이런 활동을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 지태민: 요새 3~4학년 온작품 읽기 많이 하니깐, 학생들하고 천천히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한 시간 동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영화 '코코' 로 만나요~
월간 에듀씨네 6월호 '어린왕자' 수업 활동지는 아래 참고하세요.
https://educolla.kr/bbs/board.php?bo_table=educine_monthly&wr_id=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