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어주는선생님] 지나간 여름을 그리워 하며 쓴 리뷰 <남매의 여름밤,2019>
영화 : 남매의 여름밤<moving on,2019>
한줄평
“남매들의 여름 동안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본다. “
이 영화를 남매가 여름동안 할아버지네서 겪게 되는 일들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라고만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분명 사건들을 담담하게 조망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감정이 요동치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영화의 흡입력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한국영화 관람 사상 몹시도 오랫만에 더할 나위 없다는 흡족함과 동시에 복잡한 마음으로 엔딩크레딧을 마주한 작품이였다.
#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은 <가족>이라는 전제에서 생기는 여러 관계들을 각각 생각하게 한다. 감독은 안그런 척 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인공 남매가 둘이 아닌, 넷임을 보여준다. 소년소녀인 남매는 아직은 서로를 의지할 뿐이다. 그들의 미래는 아빠와 고모라는 장년의 남매로 짐작할 수 있다. 그들 역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의지가 되지만 반면에 갈등도 마주할 것이라는 것을 예견한다.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기 때문에 내 있는 그대로를 다 보여줄 수 있는 편한,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풀리기 힘들 갈등과 쌓이는 상처. 또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은 갈등이지만 앞으로 떠오를 문제인 함께하기 쉽지 않은 노부모의 봉양. 봉양의 문제는 현재 세대가 자식에게 쏟아붓는 서포트가 과연 영원히 일방적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낳는다. 무리한 서포트가 노년에 미치게 될 영향은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
영화는 가족 관계에 대한 우리의 유년시절을, 혹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담담히 그려낼 뿐 어떠한 당위성도 녹여내고 있지 않아 영화를 보면서 동시에 우리의 경험이 잔상처럼 겹쳐지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향수가 서로 다른 포인트일 것이라는 점이 영화의 또 하나의 매력. ‘가장 개인적인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
꿈으로 나타나는 한 사람의 무의식과 성장. 영화에서는 두 번의 꿈이 나온다. 고모가 옥주와 나란히 누워서 엄마를 추억하다 겪지 않은 일이 꿈에서 너무 생생했다고 말하는 장면. 그리고 옥주 역시 같은 경험을 하며 비로소 본인의 저 깊숙한 곳에서 부터 끌어올려진 상실감을 마주하고 엉엉 울어버리는 장면. 여름은 할아버지의 옛 노래와 함께 그렇게 저물어 간다.
#
가을냄새가 나는 요즘, 치열했던 여름을 아쉬워하며 나도 영화의 마지막 씬에서 옥주가 듣던 신중현의 <미련>을 들어본다.
옛스럽고 촌스러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먹먹하게 바꿔준 이 영화의 힘이 실로 굉장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온영화읽기 용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영화를 다 본 뒤 '남매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정도의 질문을 하는 것은
왠지 이 영화에 대한 예의는 아닌 듯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