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쌤 교실날씨] #1. 학교 엄마
사랑쌤은 올해 아주 작고 작은 꼬맹이들, 여덟살과 생활중입니다.
여덟살 아이들은, 이제 막 학교에 조금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선배 선생님들의 말처럼 전쟁같았던 1학기가 지나고 나니 조금, 아주 조금 사람(?)다워진 아이들과 요즘을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아이들과 하루종일 지내도 목이 아프지 않으니 저도 어느정도 단련이 되었나 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몸은 녹초, 만성 소화불량, 그리고 학교용 휴대폰이 울리면 두근거리는 가슴, 지끈거리는 두통, 해도해도 끝나지 않는 청소 등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마 학년이 마칠때까지 함께해야하나 봅니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어느 정도 적응한 2학기는, 조금 평화롭습니다. 아이들도 친구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어느 정도 다툼이 줄어들었고, 집중적으로 지도했던 '친구 이르기' 도 아주 쬐금 줄었습니다. 의자에 앉지 못해서 서성거리던 아이도 이제 의자에 한 시간동안 앉아있을 수 있게 되었으니 절반의 성공은 이룬 셈입니다. 그럼에도 아, 1학년 힘들다 힘들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건 교사의 능력부족일까. 하고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오늘은, 여덟살 아이들과 나눔장터를 했습니다. 음, 시장놀이 입니다. 실물로 사고 파는 대신에 아이들이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종이돈으로 사고 파는 시장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너무너무너~무 신나고 즐거워했습니다. 그걸 보는 저도 엄마미소가 절로 지어졌구요. 가끔 교과서를 펼치면, 아.. 이건 정말 하기 싫다 하는 활동이 나옵니다. 교사의 사명과는 별개로 정말 하기 싫은 것들이 있습니다. 시장놀이도 하기 전에는 그런 활동 중 하나였습니다. 싸울텐데, 안하려고 할텐데, 이게 과연 잘 될까, 걱정이라는 가면을 쓴 귀찮음이 교사인 마음을 뒤덮습니다. 그 한 순간을 꾹 참고 넘어가는 순간, 아이들과 즐거운 경험을 또 하나 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도 생각보다 괜찮았고, 즐거웠습니다. 그냥 종이에 그린 그림일 뿐인데 예쁜 걸 샀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랑하는 아이의 얼굴이 저에게 용기를 줍니다. 이번에도 잘 참고 하길 잘했다고.
사실, 올해는 참 힘듭니다. 사건이 많고 민원이 많고, 교사의 사기를 꺾는 일이 참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힘을 얻는 것은 항상 아이들입니다. 한 아이가 전부가 아니고, 한 부모가 전부가 아니다. 라는 걸 항상 기억하려고 애를 씁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도 한두명의 아이, 나를 괴롭히는 것도 한둘의 부모일 뿐인데, 당하고 나면 너무나 힘이 들어 다른 예쁜 아이들을 바라보기가 힘이 들곤 합니다.
" 엄마! 아, 아니지 선생님! "
1학년 아이들은 곧잘 엄마라고 부르곤 합니다. 그래, 내가 이 아이들 엄마지. 학교 엄마.
모두 내 자식인데, 한명 한명 봐줘야지. 하고 힘을 냅니다. 다른 선생님들도 그러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한 아이에 메여있느라 예쁜 여러명의 아이를 볼 여유를 잃지마시길. 선생님을 엄마처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기억하시길.
오늘 사랑쌤 교실날씨는, 맑음입니다.
내일도 오늘처럼 맑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