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선물. 과연 필요할까?
요즘 들어 주변 지인들이 자주 물어보는게 있다.
"스승의 날 선물 어떻게 해야해?"
교사인 내 입장에서
결론은..
하지 마시라..
1. 그즈음에는 학교 정문에 감사관들이 떠 있다. 선물 사들고 들어가셔서 교실에서 빈손으로 나오면 바로 감사관이 같이 교실로 동행한다. 그리고 교사는 바로 교육청의 징계로 회부되는데 기준은 3만원이었는데 요즘은 더 하향되었다는 거 같다. 요즘은 음료수도 안된다네... 그리고 어느 징계를 받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는데 징계수위가 중요한게 아니라 징계라는 것 자체가 중요한거다.
2. 스승의 날 즈음 되면 교사들의 마음이 만신창이다. 왜냐고?
스승의날이 되면 촌지 근절 안내장이 나간다. 교무회의에서는 청렴선언을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아마 문자도 나갈거다. 이것들 자체가 교사들의 마음을 힘들게 한다. 선언을 하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로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돈을 받을 마음이 있었어! 라는 것과 마찬가지다.(그리고 몇몇 학교에서는 각 교사도 문자를 보내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문자를 보내는 교사의 기분은 정말 참담하다.)
3. 뭘 주면 우리애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해주지 않을까? 라고 하는 마음까지는 알겠다. 그런데 뭘 더 잘해주길 바라는 거지? 본인들 스스로가 그것에 대해 명확하지 않다.
막연히 잘해주길 바란다는 건데 내가 생각하기에 뭘 받았다고 더 신경쓰고 더 잘해주고 뭘 안받았다고 미워하는 사람은 단언컨데 교사의 자격이 없다. 선생 김봉두처럼 촌지 받아서 아버지 병원비를 내는 속사정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건 잘못된거다. 잘한게 아니다.
아무것도 안줬는데 막대한다? 그럼 신고하시길
4. 교사는 아이가 따라오면(아이가 교사를 좋아하면) 많은 것이 해결된다. 이것은 반대로 교사도 노력해야 한다는 말인데 옛날처럼 교사이기 때문에(어떤 높은 자리이 이기 때문에) 존경하는 시기는 이제 지났다. 그저 아이가 교사를 좋아해주고 따라오면 많은게 해결이 된다. 그러니 부모님들이 집에서 하실 건 교사를 믿어주고 아이에게 교사의 좋은 점을 되뇌여주는 거다.
5. 스승의 날. 선물을 주는 건 고맙다는 건데. 정말로 이제 갓 두달 정도 밖에 안지났는데 교사에게 고마운가? 난 그렇지 않을거 같은데.... 한두가지 정도의 에피소드는 있을 지 모르겠지만 꾸준히 고맙지는 않을거 같다.
6. 정 무언가를 주고 싶으면 교사와 상담하러 갈 때 음료수(교사와 당신이 먹을 음료수) 2개만 챙겨가라. 그정도도 괜찮다.
7.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고마움이 넘친다면 그때는 선물을 하든 말든 당신의 자유다. 단 2월 종업식이 마친 후에 해라. 그래야 그 고마움의 진정한 의미가 생긴다. 아니면 다음해에 하던가...
8. 아마 그때까지 선물을 하거나 할 정도로 고마운 생각은 많이 안들 수도 있을거다. 애매하기도 하고.
9. 중요한 건 마음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은 스승의 날 선물은 아이들의 정성어린 편지였다. (근데 또 이렇게 이야기하면 집에서 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지 말기를..)
10. 정말 중요한 건 물건이나 돈이 아니라 정성과 마음이다. 그걸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대해서는 잘 고민해보길.
ps. 몇가지만 더 이야기 하고 싶은데 .
1. 우리의 기억속에는 스승의 날 때 선물을 한아름 교탁에 쌓아놨었지? 그건 벌써 20년도 더 된 옛날이다. 강산이 두번 변했다. 지금을 그때 생각하지는 말기를.
2. 내가 선생님께 선물을 주어 선생님이 우리 애를 더 잘봐줄 거라 생각하는 것은 당신의 담임선생님을 교사로서 무시하는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