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극곰] 저학년 온작품 읽기 - 이구아나 할아버지
[Book극곰] 저학년 온작품 읽기
『이구아나 할아버지』/박효미 글,사계절
분량과 어투, 사건의 단순성으로 봐서 저학년들이 읽기에 적당한 동화이다. ㅡ 북극곰들과 책토론을 하기전까진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이구아나 할아버지'를 천천히 깊게 읽을 친구들은 초등2학년들이다. 제목에도 있는 이구아나에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울반 남자아이들이 여럿 떠오르기도 한다. 심지어 현재 도마뱀을 애완용으로 키우고 있는 별이는 책읽는 과정 중에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들을 제공하고 싶어 할 것이다.
주인공 희경에겐 애완용으로 키우는 '이구아나'가 있다. 희경이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곧장 이구아나에게로 가 학교에서 그날 있었던 일을 친구나 가족에게 하듯 털어놓는다. 형제도 없고. 부모님이 바빠 집은 늘 텅비어 있어 희경이에겐 이구아나가 유일한 위안이자 벗이다.
그런 희경이에게 이구아나만큼 좋은 사람이 있다 시골 할아버지다. 희경이의 소원도 잘 들어주고 희경이를 예뻐해주신다. 그 할아버지가 몸이 안좋아 병원진료를 위해 딸네 집에 왔다가 손녀가 키우는 이구아나를 보게 된다.
이때부터 희경이와 할아버지의 갈등이 시작된다.
치료를 위해 서울(?)에 올라오신 할아버지는 곧 새끼를 낳을 소가 걱정이다. 소가 무사히 새끼를 낳는 곳을 못 보게 되어 늘 노심초사인데, 불길하게도 희경이네 집에 뱀처럼 생긴 이구아나있어 더욱 불길하게 여기신다. 희경이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애완동물 '이구아나'인데 할아버지는 자꾸만 '뱀'이라고 하면서 불길하다고 내쫓자고 하신다.
나에게는 소중하나 다른 사람에게는 소중하지 않은 것! 그것으로 인한 갈등은 누구나 겪을 수 있다.
'이구아나 할아버지'는 그 점에 대해 생각해보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눌 거리를 제공하는 책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좋은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는 '책'이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까 하는 염려때문이었다. 재미로만 그치고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고, 깊은 생각을 소통하는 기회를 놓칠 것 같은 걱정이 앞선다.
2시간씩 7회에 걸쳐 수업을 진행
읽기 전 활동 |
|
읽기 중 활동 |
읽기 후 활동 |
||||
설문조사 |
책 내용 |
할아버지와 이구아나 |
쫓겨난 이구아나 |
이구아나, 몰래 숨어들다 |
사라진 이구아나 |
친절한 이웃 친구 |
|
책 내용 예상하기 |
활동 |
이구아나 특징 알아보기 |
할아버지 설득하기 |
재밌는 표현 찾기 |
우리들에게 소중한 것 |
물건을 찾습니다. |
정지장면으로 이야기 정리하기 |
책을 읽기전, 우리반 아이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지? 키운다면 키우는 것에 대해 가족들과 갈등은 없었는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반려동물 키우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면 책내용이 더욱 쉽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9월에 실시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온작품읽기가 미뤄져서 차츰 우리 아이들에게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은 멀어져갔다.
국어과 모든 교육과정을 끝내고 난 12월 둘째주에 [이구아나 할아버지] 온작품읽기를 시작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약 3개월이 지난 후에 책 공부를 시작한 셈이다.
1) 책 제목과 표지를 보며 책 내용 예상하기
어떤 내용의 책일지 상상해 봅시다.
- 못생긴 할아버지가 나오는 책입니다.
- 이구아나를 키우는 할아버지 이야기입니다.
- 손녀와 할아버지가 이구아나를 함께 키우는 벌어지는 내용입니다.
2) 설문조사 결과를 보며 이야기 나누기
오래전에 설문조사를 실시했음을 알려주고, 설문조사 결과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누가 반려동물을 키우는지?
어떤 반려동물을 키우는지?
대부분의 아이들이 아파트에서 생활하기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아이는 거의 없었다.
동물에 관심이 많아 동물박사로 불리는 별이를 제외하고는 반려동물에 대한 추억이 있는 아이는 없었다. 많은 아이들의 추억거리는 할아버지 집에 놀러갔을 때 봤던 마당에서 키우던 개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할 말이 많았다. 개나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는 키우던 반려동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옆집 개, 지나가던 고양이라도 할 말은 많았다. 아파트에서 살고 있어 환경이 받쳐주지 못해 키우지 못할 뿐,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똑 같았다. 그러니 가재, 도마뱀 등 여러 종류의 동물을 키우고 있는 별이는 다른 아이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을 넘어 경외의 대상이었다.
3) 온작품 읽기 안내와 함께 약속하기
우리가 함께 천천히 읽을 책은 이구아나를 키우는 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라고 알려주며, '이구아나 특징 조사해오기'를 과제로 내주었다.
천천히 함께 읽기(온작품 읽기)를 하기 위한 약속도 확인했다.
- 책은 함께 읽는 것 : 미리 읽어오지 않는다.
- 역할읽기의 역할을 독차지 하지 말 것 : 역할은 연속 2일이상 맡지 않는다.
- 학습장 정리를 성실하게 할 것 : 함께 탐구하며 배운 내용은 학습장에 착실하게 정리한다.
- 연기는 진짜처럼 할 것 : 연극 활동으로 탐구할 때는 진짜 등장인물이 된 것 처럼 상상해서 한다.
1) 책 함께 읽기 - 역할읽기
대사 및 해설을 나눠서 읽기로 하고 페이지별 해설자 및 등장인물을 누가 할지 먼저 정했다. 이 것은 전날 책공부가 끝남과 동시에 정한다. 우리 아이들한테 가장 인기있는 역할은 해설자, 그리고 주인공이다. 책공부 초반에는 너도나도 해설자를 하려고 하더니 책공부가 거듭될수록 대사를 한 번만 하더라도 역할을 맡고 싶어한다.
2) '할아버지와 이구아나'를 읽고
책공부는 매일 반복되는 기본공부(모르는 낱말 알아보기, 한 줄 요약하기)와 샛길새기 활동으로 진행되었다.
3) 샛길새기 활동 - 이구아나 특징 알아보기
책공부에 대한 기대때문이었나? 아이들이 1조사를 잘해와서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이구아나의 생김새를 먼저 이야기하고, 특성을 발표하도록 했다.
친구들의 발표 내용을 들으며 새로운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자신이 알아낸 내용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이구아나에 대한 조사 후 가장 신기하게 여긴 사실은 이구아나가 '온순하다'는 것이었다.
1~2) '쫓겨나는 이구아나'를 함께 읽기 및 한 줄 요약하기
책을 함께 읽은 후 아이들은 '할아버지'역할을 맡고 싶어했다. 그 이유는 할아버지 '사투리'때문인데, 아이들은 사투리가 재미있어서 주인공인 희경이와 해설자보다 할아버지 역할을 더 맡아, 목소리 연기를 하고 싶어했다. 이 점은 예상하지 못했다. 사투리를 이용한 활동 또는 배울거리를 고민해보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할읽기를 한 후 모르는 낱말 알아보기 및 한줄요약하기를 했다. 아이들이 모르는 낱말이 많아서 책공부 시간이 낱말공부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나갈 뻔 하기도 했다. 적당히 조절해주는 센스가 필요한 듯 하다.
3) 샛길 새기활동 - 할아버지에게 이구아나와 뱀이 다르다고 말씀드리기
할아버지에게 말씀드리기 전에 뱀과 이구아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뱀과 이구아나의 공통점: 둘다 파충류이다. (울반 동물박사 별이가 한 말, 파충류라는 말이 나오니 양서류는 무엇인지? 조류는 무엇인지 질문이 쏟아졌다. 덧붙여 사람은 포유류라고 이야기해줬다.) 털이 없고 미끌미끌한 가죽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징그럽다고 이야기하는 여학생도 있었다.
뱀과 이구아나의 차이점: 가장 큰 차이점으로 발이 있고 없고를 이야기했다.
할아버지와 희경이 역할을 맡아, 등장인물이 되어 각자의 입장에서 이구아나와 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희경이는 할아버지에게 이구아나는 뱀이 아님을 설명하고, 할아버지는 이구아나랑 뱀은 똑같다고 주장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일대일로 이구아나랑 뱀이 다르다고, 할아버지 설득하기를 해 본 후, 할아버지 역할을 하는 두 명의 학생을 상대로 남은 아이들 모두가 희경이가 되어 설득하기를 해 보기도 했다.(역할 읽기-모르는 낱말 찾아보기-한 줄 요약하기-샛길새기 과정은 온작품 읽기 수업의 기본틀로 유지했다.)
책을 읽다보면 문득, 재밌다라고 여겨지는 표현을 만나게 된다. 시적인 표현, 장면이 그려지는 표현 등, 무릎을 치게 되는 문장들이 있다. 그런 문장을 만날 때마다 표시해 보고, 함께 읽어보았다.
- 몸은 교실에 있지만 마음은 이구아나한테로 들락거렸어요.
- 열쇠없다. 전에 살던 사람이 통째로 삶아 먹었는지, 이사 올 때부터 없었어.
- 엘리베이터는 소걸음 걷듯 올라온다.
*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던 경험 나누기
언제, 어떤 물건을 잃어버렸었나요? 물건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소중한 존재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시계를 잃어버렸었는데, 한 시간이 지나 찾아서 무척 다행이었습니다.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엄마한테 굉장히 혼이 났습니다. 그러다가 찾았지만.
선물받은 스티커를 잃어버렸습니다.
캐릭터 지우개를 잃어버렸었습니다. 몇 번 쓰지 않은 건데, 너무 아깝습니다.
가재를 아빠가 아빠 친구한테 데려다 줘서 너무 슬펐습니다.
잃어버린 물건은 학용품 등의 작은 물건에서부터 고가의 휴대폰까지 다양했다. 키우던 가재가 없어져서 슬퍼한 경우도 있었고, 돌아가신 할머니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을 한 개씩 꺼내봅시다.
꺼낸 놓은 소중한 물건을 교사가 모아서 숨긴다. 아이들은 그 물건을 찾기 위해 '물건 찾는 광고지'를 만들어 붙인다. 이때 그 물건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하며 마음을 담아 광고지를 만들도록 한다.
광고지는 복도에 붙이고, 그것을 지나던 옆반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이 보고 찾아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러면서 소중한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활동은 재밌는 보물찾기 활동으로 바뀌어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 학교 전체를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소란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애초의 계획은 이야기 그래프 및 감정그래프 그리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연극활동이 부족했다고 여겼는지, 장면만들기로 이야기를 정리해보자는 아이들이 제안하여 그래프 그리기 활동 대신 장면만들기를 해보았다.
기억에 남는 장면을 정지장면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본 친구들이 어떤 장면인지 알아맞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책 내용 전체를 되돌아보고 흥겹게 온작품 읽기 활동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