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극곰] 그림책 수업 : <여우 누이>로 자유토론하기
요즘 2학년 우리 아이들하고 토론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도 무척 재미있구요.
오늘은 「여우 누이」(김성민 글.그림/사계절)를 함께 읽고 수업한 이야기를 적어보겠습니다.
책을 함께 읽는 방식은 두 가지인데, 역할 읽기를 하거나 교사인 제가 읽어주는 것입니다. 해보고 싶은 중점활동이 따로 있어 제가 읽어주면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간단한 책 소개
여우누이 책을 꺼내 들자마자, 아이들 모두가 읽었다고 아는 척을 합니다. 그래서 그림책을 들고 보여주면서 확실하게 바로 이 책을 읽은 것이 맞느냐고 묻고, 아니라고 대답하기에 전래된 동화는 여러 출판사에서 펴낸 동화책이 많고, 그림과 이야기가 약간씩 다를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평소에는 책 표지에 대한 느낌과 책 내용 예상하기, 작가 소개 및 작가가 펴낸 다른 책 언급 등을 하지만 오늘은 모두 생략!)
그리고 선생님이 읽어 본 다양한 ‘여우 누이’이야기 중에서 가장 무서웠던 책은 「끝지」(이형진/느림보)라고 이야기해주면서 “함께 볼 이 책은 어떤지 잘 들어주세요!”라고 하며 책 읽어주기를 시작했습니다.
책 읽어주기
책 읽어주기한 장 한 장 읽어줄 때마다 이야기 전개가 어찌 될지 알고, 저마다 한마디씩 합니다. 적당히 이야기 발표할 기회를 주면서 읽어가다,
“아이고 분해, 아이고 분해. 말 한 끼, 사람 한 끼, 두 끼 거리 도망가네.”라고 여우 누이가 셋째 오빠를 쫓아가며 외치는 말은 반복이 되니 외워서 함께 읊기도 했습니다.
(책 읽어주면서 중간에 손을 드는 아이는 질문을 하거나 발표를 하도록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이해가 안가서 정말로 궁금한 낱말이 있을 경우에도 손을 들고 질문하도록 하고, 설명을 해줍니다. 낱말의 뜻을 알만한 친구들이 서로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
내용 되짚어보기
다 읽고는 세 문장으로 줄거리 말하기를 했습니다. 한 사람이 세 문장만 말하기 때문에, 세 문장으로 줄거리 정리가 다 안 끝나면 다음 사람이 이어서 줄거리를 말하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줄거리를 이야기하다 보니 다섯 사람이 발표를 해서 줄거리 말하기가 모두 끝났습니다.
내용 요약하기
그런 다음 다시 더 짧게 이야기를 정리하였습니다.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되었습니까?
주인공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입니까?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었습니까?
이야기는 어떻게 끝나나요? (81~82p「어린이책 읽는 법」김소영, 도서출판 유유)
샛길 새기
그런데 두 번째 질문에서 활동이 멈추어버렸습니다. 아니 실제로는 아이들의 생각이 커질 수 있는 더 좋은 배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계획된 활동이 멈춰지고 샛길로 새어 예정에 없던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여우 누이」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여우 누이인가? 오빠인가?
“주인공이 누굴까요?”
“여우 누이요.”
“왜 여우 누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나요?”
“책 제목이 여우 누이니까요.”
“저는 다르게 생각해요.”
“다르게 생각한다고요? 그럼 누가 주인공인가요?”
“셋째가 주인공입니다. 왜냐하면 셋째한테는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으니까요.”
“선생님의 질문에 주인공이 해결해야할 문제가 무엇이냐고 했으니까.”
“아닙니다. 그림책 표지에 여우 누이 그림이 있으니까, 여우 누이가 주인공이에요.”
“여우 누이는 죽는데, 끝까지 살아있는 건 셋째니까 셋째가 주인공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오가고 난 다음에 처음에 발표한 어린이가 손을 들더니
“제가 **이와 00이가 한 이야기를 처음엔 생각을 못했어요. **이와 00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우 누이가 아니라 셋째 오빠가 주인공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여우 누이가 주인공이라고 이야기했던 친구들이 ‘배신자’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어요. 생각은 자라기도 하고 바뀔 수도 있는 겁니다. 배우면서 생각이 바꿨다고 이야기한 친구를 배신자라고 이야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여러분!”
“그럼, 선생님! 정답은 뭐예요? 누가 주인공인거에요?”
“정답은 없습니다. 여러분들 생각 모두가 정답이에요. 여러분들이 생각을 깊게해서 말한 주인공이 모두 주인공 맞습니다. 생각을 깊게 했으면 모두 정답입니다.”
이렇게 해서 책 토론도 끝나고, 준비한 책 이야기를 다 나누지 못하고 수업은 끝났지만 그래도 의외로 아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내겐 아주 유익한 배움의 과정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책으로 이야기 짧게 간추리기 한 다음에 등장인물의 마음 그래프 그려보기를 하고 싶습니다. 시간을 충분히 마련해 해봐야겠습니다.